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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대형마트 매출이 급감한다'는 무시무시한 오일장

마음이 심란할때 홀로 떠나는 '동해 북평민속오일장'

등록 2019.11.28 08:03수정 2019.11.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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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정성스런 손길이 스친 농산물에 정겨움까지 담겼다. ⓒ 이현숙

 
불구경,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구경이 시장 구경이라고 했다. 불구경이나 싸움 구경은 누군가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어서 재미있다 하면 아니 될 말이지만, 시장 구경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동해 북평민속오일장'은 전국 최대 민속오일장 중의 하나다. 민속과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장으로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요즘 대부분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밀려 재래시장이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참깨 한 말, 들깨 한 말 이고 지고 와서 짜내는 참기름 한 병 두 병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보내진다. ⓒ 이현숙

 
북평 민속5일장은 이 지역 방언으로 뒷뚜르 장이라고 불리었다. 북평(北坪) 지명의 고유어인 "뒷들"이라는 표현으로 뒷들은 삼척군의 북쪽, 즉 뒤쪽에 있는 넓은 들판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북평장은 강원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 국도에 있다. 또 태백에서 내려온 37번 국도와 정선에서 넘어오는 42번 국도가 북평장이 열리는 동해에서 만난다. 이런 지리적 이점이 북평장이 활성화되는 이유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200년 전통의 북평장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발걸음을 시작하면서 우선 그 규모에 놀라고, 없는 게 없어서 놀란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 직접 짜서 먹을 수 있는 오래된 참기름집이 있다. 기업에서 만들어 마트에서 사 먹는 참기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역시 풍겨오는 고소함의 질이 확 다르다.
 

메밀반죽을 철판에 부어 밀전병을 붙여낸 소박한 강원도의 맛~ ⓒ 이현숙

 
입구부터 김 오르며 삶아지는 강원도 옥수수가 반긴다. 특히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팔딱거리는 신선한 생선이나 수북이 쌓인 해산물의 생명력이란 두말할 것도 없다. 농산물, 공산품은 물론이고 의류 잡화 식품까지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시장이다. 이젠 규모가 커지고 많이 알려진 덕분에 장날이면 주변의 대형마트는 매출이 급감한다는 말도 있다. 

시장에 왔으면 사방에 널린 먹거리 한두 개쯤 사서 먹으며 다녀야 제 맛이다. 막 튀겨내는 도넛도 호떡도 있고 김이 무럭무럭 시루떡도 만두도 쪄 내고 있다. 강원도 먹거리 메밀전병이나 노란 강냉이 막걸리는 구경꾼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장보러 와서 뚝배기 가득 밥 말아 깍뚜기와 먹는 장터국밥은 장날 빠뜨릴수 없는 재미다. ⓒ 이현숙

 
이렇게 유명해지고 볼거리가 늘어나면서 요즘은 장보기 위한 손님들은 물론이고 구경삼아 장구경 오는 젊은이들의 방문도 늘어난다고 한다. 향토색 짙은 시골 오일장의 넉넉한 인심과 상인들의 푸근한 모습에 우리네 재래시장의 멋을 즐기려는 것이다. 더구나 서민들의 삶의 체취를 흠뻑 느끼며 편안히 장보기를 할 수 있어서 동해 여행에서 꼭 들러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장을 돌고 돌아 실컷 구경을 하며 장바구니 가득 채울 무렵이면 허기가 느껴진다. 북평시장의 유명한 <장터국밥>을 먹을 차례다. 곳곳에 국밥집이 아주 많다. 어디든 들어가서 국물이 진한 국밥을 맛보는 것은 북평 장구경의 자연스러운 순서다.
 

어릴적 추억을 소환하는 논골마을이 정답다. 행복감 팍팍 준다. ⓒ 이현숙

 
왁자지껄한 장구경 마치고 기왕이면 호젓하게 한 군데쯤 더 보고 와야 나선 보람이 커진다. 가까운 곳에 요즘 동해시의 핫플레이스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 있다. 묵호항 일대의 '논골 벽화마을'

예전의 묵호항엔 매일 밤 오징어잡이 배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뤘다는 곳이다. 그 시절 개들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부자가 많았다는 묵호동이었다. 이제 그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60여 년 전의 마을길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리움 물씬 느끼게 하는 벽화로 정겨움을 더한 곳.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차은상이 사는 집에 김탄이 찾아오던 그 골목에서 묵호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이현숙

 
10년 전쯤 묵호 등대마을 논골담길에 세월을 느끼게 하는 정다운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묵호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떠난 이들의 그리움이 서정적으로 그려졌다. 그렇게 감성마을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공연이 열리고 각종 전시와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등대광장과 바람의 언덕, 논골 카페 광장,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의 문화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문화활동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그 길을 걷다가 쬐그만 점방 앞에 앉아 강원도 감자전과 달콤 시원한 강냉이 막걸리 맛보기는 필수~. 좁디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면 아직도 이런 집이 있을까 싶은 주택구조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차은상이 살던 집도 이곳에 있다. 동네를 돌아보며 고개를 들면 발아래 바다가 시원하다. 멀리 묵호항을 조망하며 기억을 더듬어 추억을 소환해 보는 시간이다.

마음이 쓸쓸하거나 심란할 때 홀로이 훌쩍 떠나 지나간 시간 속에 잠겨보는 일, 슬그머니 편안해지는 걸 느낄 것이다. 동해시에 가면 별별 볼거리와 맛 그리고 별별 추억거리가 왕창 기다린다.
     

강원도 옥수수로 만든 달콤시원한 강냉이 막걸리 한 잔 맛보지 않을 수 없다. ⓒ 이현숙

덧붙이는 글 개인 커뮤니티에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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