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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앞에서 뼈 때린 김종훈 "이런 단식 본 적 없다"

[단식농성 현장 인터뷰] 김종훈 민중당 의원 "다른 의견 들을 생각 없는 듯"

등록 2019.11.22 13:18수정 2019.11.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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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단식농성 3일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3일째 국회를 오가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토착 빨갱이를 청산해야지!"
"대안이 있어? 대안이 있으면 10가지만 이야기해봐!"
 

지나가던 시민들이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경찰이 다가가 만류했지만, 이들의 고함은 그치지 않았다. 경찰에 의해 다소 멀어질 때까지 이들의 폭언과 고성은 계속됐다.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하는 이도 있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철회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기 등 세 가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지 3일째인 날이었다.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 옆에 김종훈 의원이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지소미아 폐기, 토착왜구 청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종훈 의원은 22일 오전, 황교안 대표의 단식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며 그 앞에 섰다.

지지자들 몰려든 황교안 단식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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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일째, 지지자와 악수하는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3일째 국회를 오가며 단식농성을 하는 가운데, 한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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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식 3일째, 김진태 의원과 악수하는 황교안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3일째 국회를 오가며 단식농성을 하는 가운데, 김진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투쟁을 진행하는 가운데, 그를 보좌하기 위한 한국당 당직자와 의원들과 이들을 촬영하는 기자들, 황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지지자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모인 경찰들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렸다. 일부 관광객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 농성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의 지지자들은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같은 말을 외쳤다. 한 시민은 핫팩과 방석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황교안 대표가 "마음만 받겠다"라고 거절의 뜻을 밝히자 아쉬워하기도 했다.

단식농성장 뒤에는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도 있었다. 바구니에는 "정의는 승리합니다" "우리 국민이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황 대표의 앞에 놓인 펼침막에도 "우리의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서 지켜주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김종훈 의원은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장의 폴리스라인 바로 앞에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황교안 대표가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당직자들과 자리에 일어섰다. 청와대 사랑채로 향하는 황 대표의 걸음 방향은 김종훈 의원이 있는 쪽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 대표와 한국당 당직자들은 김 의원을 조금 돌아서 그냥 지나쳤다. 다시 농성장으로 복귀할 때도 마찬가지. 황 대표는 김 의원을 외면한 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 황 대표는 사랑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민중당은 김종훈 의원을 시작으로 지소미아가 자동 종료되는 이날 자정까지 현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피켓을 들고 있던 김종훈 의원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 

김종훈 "단식할 시간 있으면 논의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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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단식농성장앞, 민중당 1인 시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3일째 국회를 오가며 단식농성을 하는 가운데,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이상규 대표가 농성장 부근에서 지소미아 파기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 여기까지 와서 1인시위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역에 내려가면 지역주민들이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냐'라고 했다. 100명이 넘는 공당의 대표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을 위해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내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본은 안보를 이유로 경제를 침략했다. 거기에 대해서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공당의 대표가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단식 농성을 한다? 거기에 대해서 '뭐하고 있느냐'는 지역 주민들의 채찍이 있었고, '이 마음을 전달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여기에 왔다."

- 황교안 대표의 무기한 단식투쟁에 반대하는 건가?
"100번을 생각해도, 이건 우리가 건 싸움이 아니다. 일본이 먼저 도발한 것이다. 당연히 결자해지해야 하는 것도 일본이다. 지금 전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황교안 대표께서 아셔야 한다.

한국당 정말 이러면 안 된다. 임금체불, 세모녀‧네모녀 등 많은 사람이 죽어갈 때,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단식을 한 적이 있는가. 단 한 번, 한 끼라도 곡기를 끊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아픔에 단 한 번도 나서지 않다가, 이런 문제에 나서면서 마치 문재인 정부 정책의 실정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국익을 훼손하는 것이다."

- 황교안 대표의 단식투쟁 요구사항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초선 국회의원인데,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거나 정상적으로 논의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국회를 파행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 이익이나 당리당략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선거법 개정 및 선거제 개혁 문제는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거다. 충분히 논의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합리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다 보니 결국 패스트트랙까지 온 것이다.

지금은 단식을 할 때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인지,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니까 한국당은 아직까지 '수구세력이다' '꼰대정치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도 마찬가지다. 기소권 관련이든 제도적인 부분이든 충분히 논의하고 반영할 여지가 많이 있다. 검찰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잖나. 검찰을 개혁해 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당연히 본인들도 논의의 중심에 서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게 당연한 이치다. 파행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식할 시간이 있으면 논의에 오히려 집중해서 공당의 대표로서 끌고 가야 한다."

"생각이 다른 이야기, 들을 생각도 볼 생각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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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단식농성장 둘러싼 폴리스라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3일째 국회를 오가며 단식농성을 하는 가운데, 경찰 폴리스라인이 단식농성장 주변에 설치되어 일반인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 권우성

 
- 단식의 목표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단식을 하는 과정을 두고 '황제단식' '갑질단식'이라는 비판도 인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려운 사람들이 단식하는 걸 수없이 많이 봤지만, 이런 단식은 본 적이 없다. 본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치개혁과 문제제기를 하기 위한 단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단식이다. 국민에게도 진정성이 없고, 당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단식은 본인의 정치적 능력의 한계를 충분히 보여주는 실정이다. 국민에게도 신뢰를 가장 크게 잃는 단식이 되지 않겠느냐."

- 일부 한국당 지지자들이 방금 욕설과 폭언을 하며 강하게 김 의원을 향해 항의 표시를 했다.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었다. 그런 남북관계 속에서 가져온 사고들이 있다. 일제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가져오는 사고도 있다.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토론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너희는 잘못됐어' '그것밖에 모르느냐'라고 할 게 아니라, 논의가 합리적으로 되어서, 국민들의 생각이 모아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황교안 대표가 방금 김종훈 의원을 그냥 지나쳐갔다.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대변하는 이 목소리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는 기본적으로 협치다. 여러 정당 간의 관계에 있어서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지만 논의하고 협의하고 바른 방향으로 끌어가는 게 기본 아닌가. 자신의 생각만 가지고 정치하려는 건 정치적 도의가 아니고 질서도 아니다.

나도 공인으로서 여기 와 있는 것이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잠깐이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고,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거 아닌가. 아예 외면하는 걸 보면 아직도 다른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볼 생각도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아니겠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김종훈 #민중당 #지소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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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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