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서부 꼴찌'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황인범, 이적은 성공적이었나

빈공 속 에이스 소년가장 황인범, 그러나 벤쿠버는 서부리그 12위

19.11.23 13:04최종업데이트19.11.23 13:04
원고료로 응원
지난 10일, 시애틀 사운더스가 토론토 FC를 상대로 3-1 승리를 거두며 MLS 시즌이 마무리됐다. 김기희는 시애틀의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해 한국인 첫 ML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편 올 시즌 황인범의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2015년 서부 2위, 2017년 서부 3위의 성적을 거뒀던 밴쿠버지만 올 시즌은 10승을 못 넘긴 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공수에서 부족함이 크게 보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황인범은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각종 수치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황인범의 밴쿠버행은 성공적이었을까.

실점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공격력, 서부 최저 37득점

올해 밴쿠버는 빈공에 크게 시달렸다. 서부 최저인 37득점에 그쳤고 MLS 전체에서도 밴쿠버보다 적은 득점 팀은 신시내티뿐이다. (31득점) 서부 리그 1위를 차지한 LA FC는 85득점으로 밴쿠버의 두 배 이상이다. 실점은 리그 8위였다는 점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이 부진의 가장 큰 이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탓에 무승부가 많았다. 서부리그 최다인 10회를 기록했고 아쉽게 놓친 승점이 많았다.

공격 주축은 프레디 몬테로와 요르디 레이나가 구성했다. 둘은 도합 44경기를 뛰었으나 15골에 그쳤다. 요르디 레이나는 넓은 활동 반경에서의 빠른 발 능력으로, 몬테로는 MLS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결정력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에 밴쿠버는 여름 이적 시장부터 공격수 보충을 위해 스카우터를 배치했다. 한때 황의조 영입설도 있었으나 보르도로 이적했다. 최근에는 첼시에서 입지를 잃은 올리비에 지루 영입설이 있지만 실제 영입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밴쿠버에 공격 자원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기당 유효슈팅 횟수와 드리블 횟수가 최악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둘은 각각 4회와 8.4회로 리그 최저치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당 슈팅 횟수는 10.4회로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이는 슈팅의 대부분이 골키퍼 정면으로 갔거나 위협적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 드리블을 성공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득점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공격 루트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했다. 빈공은 밴쿠버의 최대 약점이었다. 

 

밴쿠버의 주축 황인범 ⓒ 밴쿠버 화이트캡스 공식 홈페이지

 
한편 수비력은 공격력보다 나은 수치를 보였다. 주로 포백 라인을 가동했는데 아드난 - 헨리 - 고도이 - 널윈스키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34경기에서 59실점했다. 이중 밴쿠버의 자랑 거리는 도닐 헨리이다. 헨리는 경기당 5.1개의 클리어링을 해냈고 이는 동서부 통합 6위에 해당했다. 방어도 1.1회였고 1.9회의 공간 지배 능력도 보였다. 고도이 역시 리그에서 수준급 수비를 선보였다. 아드난은 공수에 능하며 팀 내 최고 평점을 기록한 바가 있다.

경기당 슈팅을 내준 횟수는 월등한 리그 최다 수치였다. 경기당 20.1회의 슈팅을 내주며 17회를 내준 DC 유나이티드를 확실하게 앞질렀다. 그런 반면 인터셉트 횟수는 11.8회로 준수한 편이었지만 그만큼 공격 점유율을 빼앗겼다는 것을 뜻한다. 공격을 당한 만큼 중거리 슈팅에 약한 팀이기도 하다. 리그 내 최다 중거리 슈팅 실점을 기록했다. 공격 주 루트는 좌측면이었다. 리그에서 최고 수준으로 좌측면에 편향된 패싱 루트를 보였다. 40%의 공격을 좌측으로 진행했으며 55%의 슈팅이 좌측 중거리에서 나왔다. 한편 공 최다 점유 지역은 리그에서 제일 낮은 지역에 형성됐다.

현시점 밴쿠버의 최고 에이스 황인범, 밴쿠버행은 성공적이었나

올 시즌 황인범은 밴쿠버의 최고 에이스였다. 팀 내 최다인 31경기에서 2809분의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그 사이 국가대표팀에도 매 차례 차출됐고 벤투 감독 아래에서 크게 중용 받고 있다. 리그 세 골 세 도움, 6개의 공격포인트는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포인트다. 패스 성공률 역시 86.1%로 팀 내 최고 수치를 기록 중에 있다. 두말할 것 없는 기록이다. 리그 내에서는 돋보이기 어려운 기록이지만 밴쿠버의 현 실정에서 보면 에이스임이 틀림없다.

미들진 운영을 전체적으로 황인범이 이끌고 있다. 경기당 1.4회의 키 패스를 뿌리며 롱패스도 제일 많이 한다. 패스 역시 51.8회이고 경기의 1/3은 황인범이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말 그대로 소년 가장이 따로 없다. 많은 팬들이 황인범 없이는 경기가 안 풀린다고 할 정도로 주축에 서 있다. 최근에는 유망주로 선정되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밴쿠버 이적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듯하다. 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밴쿠버가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황인범은 현재 성장기에 있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시기지만 팀을 이끌고 부진에서 빠져나오는 데 큰 힘을 쓰고 있다. 한편 밴쿠버 경기장인 BC 플레이트 경기장은 100% 인조 잔디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 후 회복도 더디고 프로선수로서 치명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실 지난 북한전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인조잔디라는 조건 속에 치른 것이 화제가 됐지만 황인범은 늘 악조건 속에서 뛰고 있던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이 황인범의 성장을 더디게 한다.
 

밴쿠버의 주축 황인범 ⓒ 밴쿠버 화이트캡스 공식 홈페이지

두 번째는 한국과 MLS가 유기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MLS 무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황인범과 김기희 등이 뛰고 있지만 중계 환경이 갖춰져 있지도 않고 뉴스 소식도 더딘 편이다. 특히나 밴쿠버의 경기는 대부분 축구팬들의 관심 속에 있지도 않아 황인범 소식을 듣기 어렵다. 따라 황인범의 평가 무대는 MLS가 아닌 국가대표팀 무대로 변했다. 이전까지는 대전에서의 경기력이 그를 대변했다면 지금은 국가대표팀에서의 경기력이 그를 대변한다. 팬들은 이제 국가대표팀에서의 황인범만을 기억하게 됐다.

축구 선수에게 여론은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다. 경기에서 지고 있는 책임감과 짐이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국에도 여러 선수들이 있는데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력이 달랐던 장현수와 여론이 변화하며 다른 경기력을 보여준 황의조, 김영권이 예시이다. 물론 황의조와 김영권은 실력으로 여론을 바꿔놓기도 했지만 여론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리그에서의 활약은 여론 변화에 큰 영향을 주곤 한다. 일명 네티즌 사이에서 '까방권'으로 불리는 찬스도 존재하지만 MLS에서 뛰는 황인범에게는 어떤 기회도 없다. 이는 성장기 선수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관심을 MLS로 돌리려면 어디서든 활약해야 한다. 최근 황희찬의 활약이 오스트리아 무대를 관심 속에 놓았듯, MLS에서 활약해야 하지만 밴쿠버가 부진하다는 점이 이를 어렵게 만든다. 결국 황인범의 이적은 아직까지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부진한 밴쿠버에서 활약하는 것이 유럽을 향한 도전보다 값진 선택이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밴쿠버 황인범 ML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