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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찬성... '몸통'이 쫓겨났다

[아파트 회장 분투기 18] 직업이 동대표인 그가 동대표에서 해임되다

등록 2019.11.26 15:00수정 2019.12.0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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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지만, 국민의 약 70%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적폐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험해보니 국가 적폐보다 마을(아파트) 적폐의 청산이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4년간 아파트 회장을 하면서 겪었던 파란만장한 경험과 성취한 작은 성공의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말]
아파트에 불필요한 공사를 하고 싶어 안달 났던 그 사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4번이나 했던, 직업이 동대표인 그 사람, 아파트에서 황제로 군림했던 그 사람, 그리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나를 쫓아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적폐의 몸통이 보인 특징은 '뻔뻔함'이다. 도무지 부끄러워할 줄을 몰랐다. 그의 뻔뻔함은 그 영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우리 아파트 입주민 1/3인 550여 명의 서명 요청으로 진행된 수원시 감사 결과에서 그의 관리비 도둑질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드러났어도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회의 시간에 가끔 내게 쌍욕을 내뱉는 것도, 나를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사람 취급하고 주민들을 선동하는 것도 여전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는 데 앞장섰던 자들은 행동대장인 감사와 관리소장과 다른 동대표들이었다. 그의 입심과 용인술이 대단한 건지, 그 말에 넘어가는 동대표들과 관리소장이 모자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결국 동대표에서 해임되는 일이 벌어졌다. 2017년 9월, 임기가 불과 1달밖에 안 남은 때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엔 그의 오른팔인 관리소장이 전과자가 되어 쫓겨났고, 행동대장인 감사도 나를 괴롭힌 일로 전과자가 되어 회의 시간에 전의를 상실한 채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그의 손발이 다 잘린 상태였다. 더구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위원들도 상식적인 사람들로 교체되어 버렸다.

이런 객관적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렸던 '몸통'의 선거구에 사는 한 입주민이 그 동 주민의 1/10 서명을 받은 해임동의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해임동의서가 들어오고 해임 사유가 타당하면 해임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해임 주도자가 제시한 해임 사유는 네 가지였는데 그중 두 가지가 나와 관련 있는 것이었다. 첫째는 현 회장 남기업의 사회권을 박탈한 후 불법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 둘째는 업무추진비 1천만 원 이상을 관리비에서 도둑질해 간 것, 셋째는 그가 회장 재임 시 8400만 원을 불법적으로 수의 계약한 것, 마지막으로는 현 회장 남기업에 대한 3차례의 불법적인 해임투표 가담과 경비원 동원한 것, 이렇게 총 네 가지였다. 그 정의로운 입주민은 아마도 저런 사람은 그냥 임기를 채우게 할 것이 아니라 '해임'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았다.

해임투표 부결을 예상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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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2017년 9월 21일 해임투표의 날이 밝았다. 만감이 교차했다. 나를 쫓아내려 했던 사람이 쫓겨나게 생겼으니 말이다. 해임투표는 아침 7시부터 진행되었는데, 출근할 때 보니 해임대상자인 '몸통'은 투표를 시작할 때부터 해임투표 장소에 와서 씩씩거리며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나에게 큰 소리로 "어이~ 남기업씨, 당신이 뒤에서 작업한 거 다 알아, 이리 와!"라고 고함을 치는 게 아닌가.

다가가서 '해임투표는 나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거다', '당신은 지금 벌 받고 있는 거야!'라며 대거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덩치도 산만 한 그가 부르니 괜히 말싸움하다가 두들겨 맞을까 봐 겁이 났다.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못 들은 체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는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시비를 걸고 때리기까지 했고, 해임투표를 진행하는 선관위원 업무도 방해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주민들이 해임투표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 나는 해임투표가 부결될 거로 예상했다. 왜냐면 동대표 해임은 선거구 주민의 과반수가 참여하고 참여자 중에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몸통'이 아무리 나빠도 임기도 1달밖에 안 남은 사람을 자르는 것에 표를 던지러 나올 거 같지 않았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뽑는 일에는 나와서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누구를 자르는 데까지 나와서 표를 던지지는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몸통'이 투표장에 나와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와서 투표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으로 내다 봤다. 투표 참여율 저조로 해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 밖에 하지 않았는데(남기업 회장 해임투표는 무려 1주일을 진행했다) 90세대 중 70여 세대가 참여했고, 압도적인 수가 찬성한 게 아닌가. 마침내 그가 해임된 것이다. 아니 입주민들에 의해서 쫓겨났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통쾌했다. 그의 악행을 입주민이 다 알고 있었고 어떻게라도 응징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98.6%가 찬성하다

그뿐 아니었다. 내가 두 번째 회장이 된 이후에 나는 신상필벌 차원에서 그가 관리비를 도둑질해간 것을 회수하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관리규약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소송을 남발하지 못하게 하려고 소송을 하려면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걸 명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민동의를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입주민의 과반수 찬성에는 자신이 없었다. 왠지 입주민들이 '뭘 소송까지 하느냐', '지겹다, 소송 좀 그만해라!' 라고 생각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달랐다. 1680세대 중 1239세대가 동의서를 제출했는데(참여율 73.8%), 그중에 1222세대가 찬성했고, 반대는 겨우 14세대, 기권은 3세대였다. 찬성률이 무려 98.6%였다. 참여율도 놀랍지만, 찬성률은 정말 기록감이었다. 우리 아파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반대 14세대는 누구였을까? '몸통'과 그를 따르는 동대표들, 그리고 그의 영향 아래 있는 일반 입주민 2~3명이었다. 아파트에서 그는 완전히 고립된 것이다.

나를 대놓고 괴롭힌 사람의 1등이 행동대장 감사였다면 2등은 선거관리위원장이다. 그는 나에 대한 해임투표를 3번이나 불법적으로 진행한 장본인이었다. 그뿐 아니라 나이가 70이나 된 그 사람은 나에게 차마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욕을 여러 번 해댔다. 그 욕을 들은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가 돌연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충격이었다. 복용하는 약이 기도에 막힌 것이 사인(死因)이라고 한다. 기분이 묘했다. 문상을 갈까 하다가 단념했다. 나를 쫓아내려고 했던 사람이 내어 쫓김을 당한 건 통쾌했지만, 선관위원장이 돌연사했다는 소식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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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토지공개념과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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