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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레즈비언이라면

[서평] 기록노동자 희정이 쓴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등록 2019.11.30 11:30수정 2019.11.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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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혹은 30대 직장인이라면 직장 동료나 상사로부터 "연애하고 있느냐"거나 "결혼은 했느냐" 같은 질문을 들어본 경험이 드물지 않을 것이다. 좋은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서로 알아가기 위해 연애나 결혼 여부를 묻는 건 흔한 일이다.

아마 연애나 결혼 여부를 묻는 말에 '예' 혹은 '아니오' 정도의 대답이 나올 거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직장 동료의 연인,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또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르겠다거나, 비혼주의자라서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사내 구성원이 성소수자나 비혼주의자라고 고백했다는 이유로, 직장동료로서 그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내려야 할까?

흔하고 일반적인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해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성소수자는 어디서든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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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직장 동료의 연인,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또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아직 모르겠다거나, 비혼주의자라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사내 구성원이 성소수자나 비혼주의자라고 고백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할까? ⓒ pixabay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는 기사는 매년 방송과 언론사에서 보도된다.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고백하는 이가 문화예술계에 속한 경우 더 주목받을 뿐, 다른 분야에서도 개인의 성적 지향 등 정체성을 고백하는 커밍아웃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여성이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하고 동성 연인과 결혼한 사례가 KBS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회사에도 동성 결혼임을 알렸고, 이후 신혼여행을 위한 결혼 휴가를 회사로부터 승인받았다고 SNS에 밝혀 화제가 됐다.

성소수자가 한국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일터에서 마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비장애인 이성애자' 직장 동료를 일반적인 모습으로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범주 바깥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존재한다.

기록노동자 희정이 쓴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20~30대 성소수자 약 20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의 책이다. 아르바이트, 계약직, 정규직 등 고용 상태도 제각각 다르고 콜센터 직원, 초등학교 교사, 화장품 회사 홍보부 등 분야도 다양하다.

생각해 보면 갖가지 분야 속 개인의 상황과 정체성은 한두 가지로 뭉뚱그릴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특히 한국 노동 현실은 끊임없이 '정상'이나 '모범적' 모델을 정해두고 검열하지 않나. 본문에 적힌 문장들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좁은지 돌아보게 된다.
 
"취업시장에도 '나'라는 상품이 모방해야 할 인물이 있다. 학창 시절 우리는 그를 '타의 모범'이라 불렀다. 농담처럼 '엄친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엄친아'는 정상성 규범을 가장 잘 수행하는 대표 인물로, 우선 '아들'이다. 남성이라는 성별부터 1등 시민의 자리를 차지한다. 게이 '엄친아'는 떠올릴 수 없다. 장애인·질환자·이주민 '엄친아', 심지어 비정규직 '엄친아'도 없다." - 42쪽

성소수자로 일하며 겪는 차별  

본문은 성소수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은 경험담에 통계를 더해, 이들이 한국에서 일하며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독자가 들여다보게 만든다. 학력, 성별 등으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 더해 성소수자라는 점 때문에 감내해야 할 일까지 겹겹이 쌓인다.

2014년 3159명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조롱이나 차별·폭력이 발생한다고 응답한 이는 약 80% 비율이었다. 정체성을 공개한 양성애자-동성애자의 73.7%는 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는데, 정체성을 감춘 이의 경우(16.2%)보다 약 5배 많았다.

본문에 따르면, 같은 해인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이 채용을 거절 당했다고 한다. 업무 내용이나 일을 수행하는 능력과 별개로, '정상'이라 여겨지는 성별 규범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남성다움이라는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면 남성이 가진 '1등 시민'(노동력) 이미지도 함께 상실한다.

탈락을 거듭하는 여성들도 있다. (...) 여성(꾸밈)이라는 범주는 좁다. 가부장제 사회는 그 범주를 좁히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여성'이라는 표준 상에 어긋난 이들은 쉽게 '여성'이란 이름을 빼앗긴다. 여성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여성일까. '아줌마'도 여자가 아니라는 사회다." - 77쪽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성소수자들은 일하는 현장에서도 자꾸 움츠러든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의학적으로 성소수자는 잘못된 게 아니라는 연구를 발표했고,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서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사회가 받아들여도 문제 없다는 게 드러났건만, 정작 한국의 직장에서는 2020년을 앞두고도 잘못된 정보와 편견 때문에 성소수자라고 밝히며 지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소수자는 존재한다. 다만 몸을 숨길 뿐이다. 다름을 못 견디는 세계에서 이들은 보호색으로 자신을 숨긴다. 거짓과 침묵이 보호색으로 기능한다. (...) 누구도 가던 걸음을 멈춰 뒤돌아보지 않도록, '그들처럼' 보이는 일, 미리는 남녀가 짝을 이루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회에서 '평범'을 행세한다." - 32쪽

내가 나인 걸 받아줄 수 있는 사회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에서 한 성소수자는 잦은 이직과 구직난에 시달리느라 "몇십 년 뒤 미래를 그려보기 어렵다"라고 토로한다. 이를 두고 저자인 희정은 본문에서 "'정상'과 '표준'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하는 사회"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본문에 실린 인터뷰 중, 어느 성소수자는 "저는 퀴어이지만 퀴어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고백한다. 그 이유에 관해 그는 "내가 '나'인 걸 받아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성소수자건 성소수자가 아니건, 누구라도 자신의 정체성이 지워진 채로 '회사의 부품 같은 처지로' 일하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고졸이라고, 여성이라고 일터에서 개인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말아야 하듯이 성소수자도 당연한 권리를 원하는 셈이다.
 
"내가 퀴어인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게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192쪽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에서 회사 내 인종-성차별 관행을 정책으로 없앤 할리우드 영화사 대표는 "내가 백인 이성애자 남성으로 태어난 건 노력 없이 얻어낸 거예요"라고 말했다.

누군가 '정상'이라 불리는 정체성을 얻은 게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다면,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차별대우는 부당한 일이 된다. 결국 성소수자가 직장 내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라는 건 유별난 무언가를 새롭게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여성, 혹은 다른 인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차별받지 말아야 할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가 더 민주적이고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만큼 개개인이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될 것이다. 그런 사회,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가자면 구성원들이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속의 이 한마디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퀴어는 일터에 있어야 한다, 퀴어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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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상징 깃발 흔들며2019년 10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 당신이 모르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희정 (지은이),
오월의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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