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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색깔이 일곱 번 변하는 란타나의 매력

[만고땡의 식물 이야기] 솜깍지벌레의 침공, 식물 줄기를 자르고 알게 된 일

등록 2019.11.30 14:40수정 2019.11.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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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춥다. 바깥에서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화분에서 키우는 식물은 분주하게 이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추위에 약한 식물은 이미 실내 공간으로 옮겨 갔고, 그나마 추위에 강하거나 월동이 되는 식물 몇몇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장 남은 달력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식물은 급격하게 냉해를 입는다.

그래도 '란타나'는 제법 오랫동안 밖에서 버틴다. 이 식물은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라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라고 추위에 약한 편인데 줄기가 굵고 몸집이 큰 녀석들은 대차게 추위를 이겨내곤 한다.

나는 란타나를 키우던 첫 해에 언제쯤 실내로 들여놓을지 판단을 못한 채 이제나저제나 망설이다가 어처구니 없이 죽이고 말았다. 꽃망울까지 달고 있던 녀석들이 하루아침에 얼어 죽었다. 서리가 내린 날이었다. 뜨거운 물에 한번 삶은 것처럼 잎이 축 늘어진 란타나를 보고 자책을 많이 했다. 역시 식물 기르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란타나는 노지에서 가장 잘 자란다. 햇빛과 바람을 좋아하는 란타나는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지면 그다지 세심한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 마치 그 자리에서 나고 자란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제자리를 만들어간다. 나는 초록주머니 정원을 가꾸면서 란타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신바람나게 키웠다.
 

란타나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 꽃도 펑펑 잘 피우고, 색깔도 수시로 변한다. ⓒ 김이진

  
거친 환경에서도 여간해선 까탈부리지 않는 편이고 줄기꽂이로 개체수를 늘이는 것도 쉬워 초록주머니 가득 풍성해진다. 다만 물 주는 것은 신경 써야 한다. 물을 좋아해서 한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 정도 줘야 할 정도로 바쁘다. 물 주는 요령은 간단하다. 겉흙이 말랐을 때 흠뻑 줄 것. 란타나는 물이 마르면 잎이 조금 처지는 것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그때 물을 줘도 상관없다.

5월쯤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피고 지고 늦가을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재미난 점은 "나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꼬장꼬장한 꽃말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주 당당하게 꽃의 색을 바꾸는 변덕쟁이라는 것. 특징 중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란타나 꽃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꽃망울이 하나씩 열리듯 피어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어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색이 아니라 여러가지 색이 그라데이션되어 한 송이를 이룬다. 꽃잎 가장자리 부분은 하얀색을 띠는데 중앙 부분은 노란색이나 다홍색을 품고 있기도 하고 한 송이에 다양한 색이 물들어 있다. 작은 꽃이 모여 동그란 공 모양이 된다.
 

란타나 꽃 작은 우산을 펼친듯 앙증맞다. 한송이 꽃에 모인 작은 꽃잎의 색이 조금씩 다르다. ⓒ 김이진

 
처음에 꽃을 피웠을 때는 분명 노란 색감이 주를 이루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면 분홍 색감으로, 또 어느 순간 샤사삭 색을 바꿔 다홍색 톤으로 변한다. 어찌나 꽃의 색을 자주 바꾸는지 오죽하면 일곱 번 변하는 꽃이라는 의미로 '칠변화'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수국은 산성이나 알칼리성 토양 성분에 따라 꽃의 색깔이 바뀌지만 란타나는 외부 환경과 아무 상관없이 자기 혼자 여러번 옷을 바꿔 입는다. 말하자면 내가 키우는 란타나 꽃이 무슨 색인가 특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알록달록한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고 설명하는 게 편하다. 꽃 색깔이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 등 세련된 이미지는 아니지만 꽃잎이 작고 귀여워서 별로 촌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꽃의 색이 자주 바뀌어 싫증나지 않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꽃이 지고 나면 까마중 열매처럼 생긴 까만 열매가 맺힌다. 초록주머니에 물을 주러 아침에 들르면 동네 아주머니가 어슬렁어슬렁 구경하다가 란타나 열매가 까맣게 맺힐 때마다 따가곤 했다.

처음에는 열매 가져가는 걸 싫어하지 않을까 내 분위기를 살피더니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알뜰하게 열매를 싹싹 쓸어갔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열매를 따러 오는 거든 아니든 란타나를 살펴보러 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그 열매를 다 심을 공간도 없다. 주의할 점은 란타나 잎이나 열매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나 동물은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된다.

게다가 란타나는 열매를 심어 싹을 틔우는 것보다 줄기꽂이를 하는 게 성공률이 높다. 새로 돋아난 줄기를 적당한 길이로 깨끗하게 잘라 땅에 꽂으면 하루 이틀 분위기를 살피다가 금세 마음을 내준다. 처음 줄기꽂이를 하는 사람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쉽다.

줄기를 꽂아두고 그 다음날 가보면 어느새 줄기에 꼿꼿하게 힘이 들어가 있다. 대단한 생명력이고 적응력이다. 작은 포트묘를 키우기 시작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주머니 몇 개가 가득 찰 정도로 공간을 넉넉하게 채웠다. 키웠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란타나가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랐고, 나는 그저 옆에서 물이나 주면서 잠깐씩 머무는 사람이었다.
 

줄기꽂이줄기꽂이를 한 모습. 지금은 힘없이 처져 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생생해진다. ⓒ 김이진

         

다른 식물은 꽃망울이 맺힌 줄기의 경우 줄기꽂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란타나는 문제 없다. 공처럼 빵빵하게 꽃을 피운 모습이 귀엽다. ⓒ 김이진

  
참, 식물을 키우다 보면 알려진 정보와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짐작과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란타나는 겨울철에 10도 이상 온도에서 관리하라고 주의를 주지만 예상보다 추위를 잘 견딘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병충해에 강하다더니 웬걸! 솜깍지벌레의 침공이 일어났다. 잎과 줄기에 희끗희끗한 털뭉치 같은 것들이 생겼다. 잎이 끈적끈적하다.

병충해가 생기면 고민이 된다. 벌레 퇴치약을 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약이 독해서 식물까지 상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약하게 쓰면 별로 효과가 없다. 괜스레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옆에 있는 식물로 옮겨가기 때문에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줄기를 짧게 싹뚝 잘라버렸다. 그대로 죽어 버렸나 노심초사하는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니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잎이 하나씩 돋아났다. 란타나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거침 없다. 병충해 같은 건 다 잊고 쑥쑥 잘 자란다. 오히려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더 튼튼해진다.

그때 줄기를 자르면서 뭐 이리 질기고 튼튼한지 깜짝 놀랐다. 어라 이 녀석 봐라, 궁금해서 책을 찾아보니 초본 식물이 아니라 소관목류이다. 으레 풀이려니 했더니 나무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리도 강건하고 튼튼했던 모양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중심 줄기 하나를 굵게 키우는 외목대 란타나가 자주 보였다. 나무여서 그런 수형이 가능했구나. 다른 꽃나무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니 모양새를 잡는 것도 쉬울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녀석이 원산지인 열대 아메리카에서는 흔한 잡초 취급을 받는다고 하니 그것도 놀랍다. 야외 공간이나 작은 정원을 가꾼다면 란타나를 추천하고 싶다. 올 여름에 이사 온 구산동 골목길에는 유난히 란타나를 키우는 가게가 많다. 눈여겨보면 동네마다 좋아하는 꽃나무 취향이 확실한 것도 재미나다. 집까지 가는 길이 멀지만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이유 중 하나다. 란타나, 내년 봄에 또 만나자.
 

구산동 골목길에서 만난 외목대 란타나.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 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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