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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곡은 빠르고, 자장가는 부드러워"

[김창엽의 아하! 과학 33] "문화권 달라도 인류 음악 인식의 본질적 특징은 똑같다"

등록 2019.11.26 16:35수정 2019.11.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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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가 무슨 유행가를?" 요즘은 대중가요와 클래식 음악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사고방식이 널리 수용되지 않는 편이지만, 과거 한때만 해도 예컨대 소프라노나 테너 성악가가 공개적으로 유행가를 부르는 일은 극단적으로 드물었다.

음악에 대한 인식의 경계는 기실 장르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한 예로 아프리카 토속 음악과 유럽 유명 작곡가의 곡은, 음악이라는 단어를 공유할망정, 서로 접점이 없을 정도로 다른 음악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지구촌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튜더 포페스쿠(비엔나 대학)

 
그러나 각 나라 고유의 음악이나 장르별로 음악이 달라 '보이는' 것은 피상적일 뿐 음악은 보편적인 인류의 인식 체계에 호소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연구자인 테컴세 피치와 튜더 포페스쿠는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생리학적으로, 또 나아가 유전적으로 인류는 똑같은 '음악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는 여러 문화권의 음악을 같은 음악으로 보지 않는다는 유명 음악가 레너드 번슈타인 같은 이들의 견해를 반박하는 것이다. 번슈타인은 한때 "보편성이란 너무 폭넓은 단어이고, 위험한 것이다"라는 말로 문화마다 달라 보이는 음악과 여러 장르의 음악을 관통하는 보편성에 대한 주장을 경계했다.
  

아프리카에 흔한 전통의 악기로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최근의 과학적 연구는 문화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공통적인 음악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댄스 음악은 장르나 토속성 여부를 떠나 빠르고 리드미컬한 특징을 공유한다. 또 자장가는 아프리카 고유의 것이든 아시아의 것이든 유럽 유래이든 대개 부드럽고 느리다.

그런가 하면 힐링 음악은 사랑을 담은 노래보다 더 적은 음조를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문화권이든 가릴 것 없이 그렇다. 유럽의 온음계가 그렇듯, 기본 음을 중심으로 소단위의 음조가 만들어지는 것 또한 문화권마다 차이가 없다.
  

유럽의 한 교향악단 공연 모습. ⓒ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번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인 튜더 포페스쿠는 "음악의 기본 틀은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똑같은데, 양념만 달리 뿌리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으로 치면 이른바 인종마다 피부색만 다를 뿐, 해부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음악의 보편성은 20세기 초 독일 베를린을 주무대로 활동한 철학자 칼 스텀프 등에 의해 주창됐으나 그같은 개념은 나치에 의해 1930년대 말살되다시피했다. 우생학을 맹신했던 나치에게 아프리카나 아시아 음악이 아리안 음악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탓이었다
 
#음악 #보편성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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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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