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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구출하라' 선거 승리로 다시 뭉치는 홍콩

[여기는 홍콩] 범민주의원 70여 명, 이공대 학생들 구출 위해 결집

등록 2019.11.27 02:26수정 2019.11.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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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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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열린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 구조 요구 집회에서 억류자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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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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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26일 자정, 홍콩 이공대 앞은 지난 17일부터 9일째 학교 안에 갇힌 30여 명의 이공대 학생들을 구출하러 모인 천여 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거리에는 "광복홍콩 - 시대혁명", "홍콩에 자유를" 등의 구호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학생들을 풀어달라", "학생들에게 자유를" 등 새로운 구호도 있었다. 인파는 이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첸(Chan, 28)은 "WE WILL NOT FORGIVE"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경찰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뒤편에는 "우리는 잊지 않았다(WE DIDN'T FORGET)"는 글도 적혔다.

"이들이 갇힌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요. 하지만 홍콩 사람들 그 누구도 (갇혀 있는) 이공대 학생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나왔어요. 학교 안에 있는 이들에게 함께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서요. 우리는 그들과 함께합니다."

이공대 내부에는 현재까지 약 20~30여 명의 학생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남아 있는 이들은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 식사를 거부하거나, 말할 때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하는 등 대인기피증 및 소통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첸은 "학교 안에 갇힌 학생들을 구출해 치료해야 한다"라며 "경찰은 당장 학생들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새벽 1시까지도 이공대 앞을 지키던 글로리아(Gloria)는 "구의원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나올 때까지 우리는 최대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리아가 말한 구의원이란, 지난 24일의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범민주진영의 당선자들을 뜻한다.

홍콩 범민주 당선자들, 이공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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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 던 중 인근 경찰의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시위대가 몰려가 '폴리유 위드유' 메세지를 남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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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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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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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이공대 앞에서 열린 집회는 이들의 주도하에 시작됐다. 오후 4시,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범민주 의원(전체 452석 가운데 388석 차지) 70여 명은 이공대 바로 옆 침사추이 백주년기념공원에 모여 이렇게 외쳤다.


"우리 당선자들은 선거에서 승리한 순간까지도, 단 한 순간도 이공대 학생들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공대 학생들을 구출하려고 한다. 지금 이 자리에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은 의원들이 나와주길 바란다."

이어 이들은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이공대를 포위한 경찰의 철수,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공대 진입, 그리고 홍콩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의 관철이다.  5대 요구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샤틴(Shatin) 지역구 당선자 빌리(Billy)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록 우리(범민주파)가 대승을 했지만 홍콩의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게 없다, 이공대 안에는 여전히 몇십 명의 시위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우리(당선된 범민주파 의원들)는 오늘, 이공대에 들어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행동은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오후 5시께, 50여 명의 범민주 의원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이공대 문제를 따지기 위해 이동했다. 이어 로이 퀑(Roy Kwong), 다니엘 웡 (Daniel wong)을 비롯한 5명의 구의원들이 경찰과 협상해 대표로 이공대 내부로 들어갔다.

구의원들이 학교 내부로 들어간 후, 남은 자리를 지킨 것은 천여 명의 시민들이었다. 오후 8시가 되자 시민들의 수는 더 불어났다. 거리를 메운 이들은 학교에 갇힌 이공대 학생들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며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등을 요구했다.

경찰 "우선은 치료... 체포는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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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선거 당선인드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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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자 선거 당선자들이 학생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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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 던 중 엠뷸런스 한대가 학교 내로 들어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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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구의원들이 이공대 내부로 들어간 이후 경찰이 응답했다. 이날(25일) 오후, 야우짐웡구의 사령관(Hrunsheng)은 "심리학자, 소방관, 구급차 등 안전팀을 구성해 이공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처음에는 체포하지 않고 치료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 측은 "(치료를 먼저 진행한 후) 신원을 기록한 후에 학생들은 풀려나게 될 것"이라며 "(경찰은) 필요할 때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먼저 치료를 진행한 후 약식의 체포 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이다.

이공대 밖에서 해당 브리핑을 접한 해리(Harry, 40)는 "앞서 경찰은 이공대에서 자수한 학생들을 조건 없이 풀어준다고 해놓고 모조리 잡아갔다"며 "이번 말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경찰을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웡(Wong)도 "어쨌든 체포한다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이다,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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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협상은 26일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공식 입장은 나온 바가 없다. 이날 0시 10분, 일부 범민주파 구의원들은 학교 밖에 있는 시위대에 직접 "아직 내부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다만 경찰과 충돌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시위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인근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레이저포인터를 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을 구출하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비행기 모형으로 접어 경찰을 향해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26일 오전 3시 시위대가 모두 해산하기까지 경찰과의 어떤 충돌도 없었다.

다시 거리로... 단결된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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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 전 많은 경찰의 진압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홍콩이공대 전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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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퀀통 한 공원에서 홍콩이공대 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위대를 위해 지지피켓을 만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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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퀀통 한 공원에서 홍콩이공대 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위대를 위해 지지피켓을 만들고 있다. ⓒ 이희훈

 
한편, 25일 오후 1시께 홍콩 도심에서는 다시 '점심 시위(Lunch with You)'가 열렸다. 점심 시위는 지난 11일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인근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쪼개어 시위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날의 점심 시위는 홍콩 센트럴 지역과 콴퉁 지역에서 진행됐다. 특히 콴퉁 지역에서 진행된 시위는 갇혀 있는 이공대 학생들에게 지지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리는 형식으로 이날 처음 시도된 시위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메기(Meggy, 44)는 "이공대 학생들과 시위대들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여건(시간) 때문에 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 자리에라도 나왔다, 밖에 있는 우리 모두 당신들을 절대 잊지 않았다고, 당신들을 지지한다고,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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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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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 결과로 나온 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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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 앞에서 경찰의 봉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구조를 요구하는 집회가 끝난 후 이공대로 진입 할 수 있는 통행로가 막혀져 있다. ⓒ 이희훈

 
#홍콩 #홍콩시위 #중국 #이공대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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