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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인 내가 직접 '50대론'을 연구하는 이유

[내 인생의 하프타임] 세대 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변화

등록 2019.11.27 18:12수정 2019.11.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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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삶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5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면 세상의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요즘에는 2020년을 예측하는 도서들이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세대 담론을 담은 책들도 여러 종류 있다. 새해가 다가온다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반영됐을 것이다. <90년생이 온다>가 지핀 세대 담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보인다.

서점 분위기에서 보듯 올해 출판 부문 히트 상품에 '세대 담론' 분야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경영 베스트 매대만 보더라도 여러 권이 보이고, 새로 나온 책 매대에서도 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책들에서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와 담론에서 소외된 세대가 분명 있다. 내가 직접 50대론을 연구하려고 마음먹은 이유다.
  

서점 매대 경영경제 매대에 2020년 예측과 세대 담론을 담은 책들이 보인다. ⓒ 강대호

 
그렇다면 대중적 담론을 끌어낸 '세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대 연구자들에 의하면 '사회과학'에서는 세대의 의미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고 한다.


첫째는 '친족 계보'를 의미한다. 조부모- 부모-자녀 세대에서 같은 항렬에게 사용한다. 둘째는 출생 코호트(cohort)를 말한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같은 생애주기 단계에서 똑같은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집단에 붙인다. 베이비붐 세대나 386세대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같은 생애주기 단계를 부를 때 쓴다. 예를 들면 청소년 세대, 노년 세대가 그런 사례다. 넷째는 전후세대처럼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생존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요즘 '세대 담론'에서 다루는 세대는 주로 두 번째 의미인 '출생 코호트'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세대 연구자들에 의하면 '세대 담론'은 사회, 정치, 경제, 문화 현상이나 문제들을 세대의 개념을 중심으로 풀어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세대를 이야기하는 세 가지 흐름

최근 세대 담론을 담은 책들은 대략 세 흐름으로 나뉜다. 청년 세대를 바로 알자는 책들. 386세대를 비판하는 책들. 그런 세대 담론 모두를 비판하는 책들.

청년 세대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외치는 대표적인 책은 <90년생이 온다>이다. 이 책에서 묘사한 20대의 대표적인 특징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최종 합격률이 2%도 안 되는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불합격해도 다음 해에 또 지원하고 새로운 수험생도 추가돼 경쟁률이 점점 높아지는 악순환의 현실을 그린다.


저자는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기성세대도 언급한다. 기성세대가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20대를 꿈이 없는 나약한 세대로만 여긴다는 비판이다. 나아가 저자는 한국이 젊은 세대에게 불평등하게 흘러간다고, 그런 이 시대가 20대들을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았다고 항변한다.

<90년생이 온다> 관점으로만 보면 20대는 분명 공시족이다. 하지만 20대 전체가 공시족은 아닐 것이다. 2018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20대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그들 한 명 한 명 모두는 다양한 꿈을 꾸며 그 꿈을 펼치기 위해서 보이는 곳,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386세대를 비판하는 책 중 눈에 띄는 건 <불평등의 세대>다. 제목부터 강력한데 저자는 (부제로) 또 외친다.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라고.

<불평등의 세대> 저자가 한국이 불평등하다고 한 이유는 한 세대가 중요한 자원을 독점하고 아랫세대에게 물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비판이 향하는 곳은 386세대다.

저자는 386세대의 공을 먼저 이야기한다.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이 주도했던 위로부터의 산업화 전략과 권위주의적 통제 시스템을 386세대가 밀어냈다고. 하지만 386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이후 한국은 불평등한 구조가 더욱 깊어진 사회가 됐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그 근거로 각종 통계 수치를 든다.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고위직 장악률과 상층 시장 점유율, 그리고 다른 세대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근속연수, 임금, 소득점유율, 소득상승률. 그리고 점점 벌어지는 세대 간 소득 격차까지. 하지만 <불평등의 세대> 저자는 결론에 다가갈 즈음 한 발 뺀다.
 
"이 책에서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386세대 내부의 높은 네트워크의 밀도와 강도로 인한 지대 추구 행위가 증대되었다는 '실증에 기반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는 없다." (<불평등의 세대> 323쪽)
 
그는 세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위계질서'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바뀌는 건 세대인가, 시대인가
 

세대 담론과 위계 구조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을 위계 구조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 pixabay

   
젊은 세대를 옹호하거나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세대 담론을 보면 사회 권력층은 분명 50대다. 하지만 50대 전체가 사회 권력층은 아니다. 물론 고위 공직자, 유력 정치인, 성공한 경제인도 있지만 내일보다는 오늘이 걱정인 직장인, 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의하면 50대 인구는 약 850만 명이다.

그런 세대 담론들을 들여다보니 어떤 목적성이 읽히는 듯했다. 사실 이런 논리는 최근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한 세대와 다른 세대를 상대편으로 놓고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이 잃는 것 같은 경쟁 구도 혹은 세대 갈등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 세대 담론들을 비판하는 책 <청년팔이 세대>에 의하면, 2000년대부터 정치계가 당시 20, 30대에게 '386세대가 젊은 세대의 기회를 점유하고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고 한다. 세대 갈등 혹은 경쟁 구도의 세대 담론이 반대 정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논리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청년팔이 세대>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세대'로 몰아가는 한국 사회를 비판한다. 특히 투표 결과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두고 정치 진영 사이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현상을 지적한다. 보수는 물론 진보까지 자기 진영의 필요를 위해 세대 담론을 끌어들였다고.

<청년팔이 세대> 저자는 각 세대의 가치관이 다른 모습이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세대가 사회를 바꾸고 있는 것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시대 변화가 세대의 변화를 끌어냈다면 분석의 초점을 세대가 아닌 '시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50대론'을 연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처음 했을 때는 나도 세대 문제에 꽂혔었다. 하지만 관련 문헌을 찾아보고 연구 방향을 잡으면서 과연 이 문제를 세대 문제로만 볼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달라지는 시대와 사회에 집중해 보았다. 고령화 사회로 달라질 한국 사회와 그곳에서 살아갈 50대를 함께 묶어서 생각해 본 것이다. 지금 5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비 50대인 40대는 물론 30대나 20대까지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인구 구조 변화 통계청 '장래 인구 특별 추계' 자료에 의하면 인구 구조가 역삼각형 모양으로 변화한다. ⓒ 통계청

 
한국 사회가 맞이할 현실 중 하나는 인구구조가 점점 역삼각형 구조로 굳어져 간다는 것이다. 2018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의하면 50대는 약 850만 명, 40대는 약 840만 명, 30대는 약 750만 명, 20대는 약 700만 명의 인구가 있다.

그다음 세대부터는 인구절벽으로 떨어진다. 2018년 기준으로 10대는 약 500만 명, 10대 이하 인구는 약 420만 명이다. 어떤 한 세대보다 그다음 세대의 인구가 현저히 적어지는 것이다.

굳이 100세 시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어쩌면 50대가 중간 세대의 역할을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기대하는 50대의 역할이 아닌 좀 더 중심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정책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니 정부는 분명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인구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연령 기준(일정 연령 단계에서 기준이 되는 심신의 발달 수준)'에 따른 의료 시스템과 복지 정책 혹은 사회 인프라 구축에 그치고 만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구구조까지 바뀐다면 '50대 은퇴에 맞춘 교육 제도와 사회구조'는 물론 '연령 기준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역할'까지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존의 가치관을 싹 바꿔야 하는 커다란 담론이 될 수도 있다.

나이를 숫자나 생물학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절대 바꿀 수 없는 고정 관념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 변화에 반응해 생기는 새로운 문화처럼 '연령 기준'이라는 사회 통념도 달라지는 세상에 맞춰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50대론' 연구가 쉽진 않겠지만 나는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느꼈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정책 행위자들이 다룬 세대 관련 정책들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내 인생의 하프타임 #세대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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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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