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홍콩과 팔레스타인, 연대의 힘이 역사를 만든다

한국 대학생들이 보여준 홍콩 시민과의 연대

등록 2019.11.28 16:25수정 2019.11.28 16:25
0
원고료로 응원
 
a

홍콩 시위 지지 목소리 담긴 대학 대자보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야외게시판에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피스 나우(Peace now)'. 10여 년 전 현지에서 이들을 취재했다. 피스 나우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맞선다. 부당함을 알리고 반대 여론을 조성해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하는 일을 한다. 반 인륜적인 불법 점령촌과 분리 장벽 철거가 주된 목표다. 시오니즘이 팽배한 이스라엘에서 이런 활동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에서 한국을 옹호하고, 한국에서 일본을 편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변 위협은 물론이고 테러나 린치를 당하기 일쑤다. 그래도 반 이스라엘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정부와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보편적인 인류애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예수가 태어난 땅, 이스라엘은 역설적이다. 1948년 5월 건국 이후 이 땅에서는 하루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폭력과 무고한 희생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2000년 동안 거주해온 팔레스타인과 새로운 주인 이스라엘이 반목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동거는 이스라엘이 우세한 군사력을 확보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힘을 앞세운 점령촌과 분리장벽은 대표적이다. 팔레스타인 땅을 갉아먹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절멸시키는 정책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봉쇄한 콘크리트 담장은 폭력적이다.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선 길이는 340km이다. 그런데 분리장벽은 두 배 이상인 790km다. 그 이유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 건설한 불법 점령촌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보호한다며 점령촌을 따라 분리장벽을 세웠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담장 안에 갇혔다. 1989년 예루살렘을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몬드 투트 대주교는 "분리장벽은 한때 남아공에서 저지른 짓과 똑같다"고 비난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를 말한다.

만델라 이전 남아공에서 백인과 흑인 차별은 당연했다. 흑인들은 활동 반경이 제한됐고 신체를 구속당했다. 절망과 분노는 폭력을 낳았다. 만델라는 취임하자마자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켰다. 분리장벽과 점령촌은 이스라엘 판 아파르트헤이트나 다름없다. 당시 오펜하이머 피스 나우 사무총장은 "분리장벽은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은 패배감과 무력감에 처해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반 인륜적인 점령촌 건설을 멈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스 나우에게 가장 큰 힘은 국제사회와의 연대였다.

연대는 외롭고 힘든 싸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다. 또 고립된 이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자 위안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돌아가면 할 일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귀국 후 이스라엘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칼럼을 몇 편 썼다. 내 방식대로의 연대다. 오랜 기억을 비집고 피스 나우가 떠오른 건 홍콩 사태 때문이다. 한국 대학생들은 홍콩 시민들과 연대했다.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에 반대하는 한편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 한양대학을 비롯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외대, 세종대, 부산대, 충남대, 목원대까지 전국 대학가로 불붙었다.

대학생들은 '한 장이 떨어지면 열 명이 함께할 것이다', '지금 홍콩은 80년 오월 광주입니다', '홍콩의 아픔에 연민하고 연대합시다'라며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들과 마찰을 빚었다. 중국 유학생들은 대자보를 훼손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한국 학생들은 보편적 인류애를 말했는데 중국 학생들은 맹목적인 국가주의로 답한 셈이다. 어긋난 애국심이다. 우리 대학생들이 보여준 연대 의식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을 상대로 한 버거운 싸움에서 홍콩 시민들은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우리 근현대사도 연대의 힘이 관통하고 있다.

왕조시대 민란부터 동학농민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까지 연대는 역사를 추동했다. 부당한 권력과 불의, 불평등에 맞서 함께했다. 성취한 과실은 정의롭고 평등하게 나누며 민주주의는 발전해 왔다. 연대(solidarity)는 밀집, 오래 견디는, 굳건함을 의미한다. 뜻을 같이하는 연대는 어느 시대나 사회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연대는 고립된 약자와 함께할 때 빛난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는 한층 그렇다. 약자들이 고단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연대다.

지난 26일 선거에서 홍콩 시민은 승리했다. 452명을 뽑는 구의원 선거에서 범 민주파는 388석(86%)으로 압승했다. 반면 친중파는 60석(13.3%)에 그쳤다. 직전 친중파 327석, 범 민주파 118석임을 감안하면 천지개벽이다. 71.2%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은 연대가 만든 놀라운 결과다. 전체 유권자 413만 명 가운데 무려 294만 명 이상이 투표장에 나왔다. 우리에게도 5.18은 아픈 기억이다.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조금씩 진실은 밝혀지고 있다. 연대에 힘입어서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5.18 실상을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렸다.

당시 광주는 신군부에 의해 철저하게 고립됐다. 시민들은 폭도로 매도됐고, 북한군 침투설이 횡행했다. 힌츠페터의 보도는 연대를 이끌어냈다. 국제사회는 무자비한 폭력 진압에 분노하고 공감했다. 결국 5.18은 6월 항쟁으로, 끝내는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다. 이웃이 처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시민의식은 역사를 만든다. 팔레스타인이 자신들 땅에서 자유롭게 활보하고, 홍콩 시민이 정당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시리아 난민들이 독립된 나라를 세우고, 우리 사회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토양이 만들어질 때까지 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연대는 동정이 아닌 공감이다. "연대는 우리 사회를 결속시키는 강력한 힘이다."(독일 사회민주당 함부르크 강령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임병식씨는 전북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왜 진중권을 두둔하세요?" 제자의 당황스러운 공격
  2. 2 부하에게 살해당한 연대장
  3. 3 연예인과 정치인이 무조건 찾는다는 사찰, 부산에 이런 곳이
  4. 4 "고소하니 합의하자고..." 어느 날 사라진 유튜버, 망가진 그의 삶
  5. 5 한국은 되고 유럽은 안 되는 이유, '가디언'의 적나라한 지적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