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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도 언급했던 파란장미, 친문감별사? 시민행동?

[정치 잡학다식 1cm] 공수처 찬성 서약서 요청한 파란장미시민행동 논란

등록 2019.11.29 13:48수정 2019.11.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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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9일 오전 10시 50분, 파란장미시민행동의 활동상이 실시간 방송되고 있는 유튜브 최인호TV. ⓒ 최인호TV갈무리

 
"다짜고짜 계속 전화를 걸어온다. 확인도 안 되는 대상에게 어떻게 답을 하나."

국회의원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조정에 국회의원의 '서약서' 작성 그리고 '찬반 입장 표시'를 요구하는 파란장미시민행동 때문이다.

'조국(전 장관) 수호와 검찰개혁'이 활동 목적인 파란장미시민행동은 지난 21일부터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소속 의원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실에 전화나 팩스, 이메일을 넣으면서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를 때 찬성 투표할 것을 서약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8일부터 이들은 각 의원실에 접촉해 각 의원의 찬성, 반대, 유보 등 입장을 묻고 있다. 그 결과물은 '최인호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의원 185명 중 찬성 서약자는 94명, 찬성 표시는 37명으로 집계됐다.

파란장미시민행동은 "더 이상 국회의원들을 믿고 기다릴 수 없어서 유권자인 시민이 직접 나선 것"이라며 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전화와 욕설에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라고 반응하고 있다.

파란장미시민행동은 공수처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12월 3일 예상)을 앞두고 결성된 조직으로, 선거법 개정보다 사법개혁법안의 통과를 원한다. '파란장미'라는 이름은 조국 전 장관 지지자가 그에게 파란장미를 건넨 데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영국 그래피티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에 파란장미를 합성해놓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조직을 편의상 '본진'과 '특공대'로 나눠놨는데, 특공대는 의원실에 전화를 돌리는 사람을 뜻한다. 특공대 1인당 서너 군데의 의원실을 맡아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보아 30여 명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11월 21일부터 '찬성 서약'을 낸 의원과 '찬성 의사'를 표시한 의원을 따로 구분해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당론 다 나왔는데... 차라리 공수처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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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장미시민행동이 한 국회의원실에 팩스로 보낸 '사법개혁안 찬성 서약서'. 이들은 팩스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서 서약서 양식을 보냈다. ⓒ 오마이뉴스

 
의원실 보좌진이 지적하는 문제는 ▲파란장미시민행동의 실체 불분명 ▲업무 마비 수준의 전화통화와 욕설 ▲서약서 작성 강요로 압축할 수 있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그들은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공수처 설치 반대라고 단정짓는다"라며 "파란장미시민행동이 어떤 단체인지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확인·검증한 뒤 답을 할 수 있는데 다짜고짜 의사를 표시하라고 하니 난감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파란장미시민행동은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정당 소속 의원만을 대상으로 활동한다"라며 "어떤 법안 통과를 위해 전체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과는 활동의 결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이 '친문감별사'를 자처하는 것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이미 민주당은 당론으로 사법개혁안 찬성을 공표했다"라며 "차라리 공수처를 설치하지 말자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파란장미시민행동의 욕설 논란에 대해 "우리 의원실에 전화를 건 사람은 욕설까지는 아니었고 목소리를 높여 다그치는 수준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직 의원도 그들의 활동상을 두고 입장을 표명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에게 접수된 문제제기라고 전제하며 "국회의원의 회신 내용을 들러리로 세워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광고수익도 얻고 후원금도 계속 받고 있는데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 유튜버의 장삿속에 헌법기관이 이용당하는 것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의 긍정적 보완요소인 직접민주주의로 볼 수 있는 사안인가"라고 꼬집었다.

파란장미시민행동 "그럼 손톱만 물어뜯으며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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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장미시민행동 홈페이지. ⓒ 파란장미시민행동

 
논란의 당사자인 파란장미시민행동은 어떤 입장일까. 최인호씨는 지난 2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 아래서 유권자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압박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 "그럼 사법개혁법안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뜨거운 사안에 손톱만 물어뜯으며 기다려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표창원 의원의 찬반 명단 공개를 더 발전시킨 게 우리의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친문단체의 국회의원실 겁박'이라는 몇몇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최인호씨는 "언론과 국회가 우리의 활동에 프레임을 씌우려는 부질없는 시도"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실을 상대로 한 욕설논란에 대해 파란장미시민행동의 한 활동가는 "국회의원실에서 먼저 날을 세워서 답을 하니 그런 것"이라면서 "당초에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으면 그랬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인호TV 유튜브를 보면, 몇몇 이용자들은 슈퍼챗 기능을 통해 후원금과 비슷한 성격의 돈을 기부하고 있었다. 파란활동시민행동에서 활동 중인 한 활동가는 "최인호씨가 자신의 계좌를 공개한 적은 없다"라면서 "조국 정국 당시 최인호씨가 장시간 방송을 해서, 시민들이 돕고자 했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인호씨는 "후원금 수익 같은 건 없다"라며 "사법개혁법안 찬성 서약 의원들에게 후원하라고 안내한다, 나는 10원 한 장 받은 적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자제령'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이 서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으며, 몇몇 의원들은 서약서를 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공조를 함께했던 다른 야당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 의원은 서약서를 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최인호TV 방송 중, 진행자는 공수처 설치 등에 찬성 의사를 표시하지만 서약서는 쓰지 않겠다는 한 야당 의원에 대해 "OOO(의원 이름) 당장 전화 때리세요, 나한테 전화하라 그러세요"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선거제 딜하겠다는 소리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파란장미시민행동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 #패스트트랙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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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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