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북 청년들은 왜 울분을 터뜨렸을까?

청년실태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이 충북 이탈 고려

등록 2019.11.29 18:37수정 2019.11.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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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 청년들의 전반적인 삶을 파악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청주에서 열렸다. 충북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청년위원회는 지난 28일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에 있는 청년뜨락5959에서 지속가능발전 충북포럼을 열고 '2019 충북도 청년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도내 11개 시·군 대학생과 직장인 청년 등 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계희수 ⓒ 충북인뉴스


청년뜨락5959 김규식 센터장이 실태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이어 청주대학교 김영배 교수가 좌장을 맡고 청주 YWCA 김예은 간사, 청년 대표 고은채씨, 정신재활시설 디딤터 홍성윤 사회복지사, 문화공간 느티/키핀 김민재 대표,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양성민 간사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청년들, '취업에서 지자체 도움 미미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이 홍보 부족으로 당사자인 청년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창업과 관련한 지자체의 일자리 정보 및 대책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3%가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1.5%는 인터넷사이트에서 취업 정보 수집을 한다고 응답했다.

지자체의 일자리 지원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64%가 '보통'이라고 대답했고, '불만족'이 26%로 나타났다. 만족하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지역 일자리 정책에 불만족한 이유로는 정보 부족(34%), 실질적 일자리 지원정책 부족(25.7%), 한정적인 취업 분야(17.9%), 단기적 행사에 한정(11.2%) 등을 지적했다.
 

청년뜨락5959 김규식 센터장이 '2019 충북도 청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계희수 ⓒ 충북인뉴스


조사 결과, 알려진 것과 달리 청년들이 희망하는 연봉은 크게 높지 않았다. 2천 만 원에서 3천 만 원 구간이 29.7%, 3천 만 원에서 3천 5백 만 원 구간이 28.9%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규식 센터장은 "청년들이 대기업과 높은 연봉만을 바라본다는 시선은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적당히 벌고 잘 살자는 게 지금 청년들의 생각이다. 이런 점들을 주목해 현실에 반영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 중 90.3%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업종은 서비스업이 59.5%로 가장 많았다. 아르바이트 목적과 이유는 용돈 마련(46.3%), 주거·생활비 마련(18.9%), 등록금·학비 마련(1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청년위원회는 주거비나 등록금 등 필수 생존 요소로 일을 하는 청년들이 30%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채무 경험 여부는 응답자의 36.3%가 '있다'고 답했고, 이유는 일반대출 및 신용카드 연체(23.6%), 학자금 대출(20.2%) 순이었다. 

대졸 취·창업에 한정된 정책 한계...정신 건강 등 다양한 정책 필요

청년의 26.5%가 최근 1년간 우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전문 상담을 받은 사례는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에 대해 11.3%가 '한 두차례'라고 응답했고, '자주 생각했지만 시도하지 않음'도 5.4%에 달했다. '매우 자주 생각하며 시도한적 있다'는 응답도 1% 있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91.5%가 최근 3년간 정신과 상담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청년세대의 자살원인에 대해 청년들은 경제적 문제(25.2%)가 가장 클 것이라 꼽았다. 이어 사회적 관계(21%), 희망 없는 사회(19.1%), 취업난(15.3%) 순으로 응답했다.

홍성윤 정신재활시설 디딤터 사회복지사는 청년들의 정신건강 상태와 여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홍 복지사는 "취업난이 심각해면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병원이나 시설 출입 내역이 취업과정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청년들이) 치료받으러 가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보건복지 정책에서 청년들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재활시설 디딤터 홍성윤 사회복지사가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충청북도의 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계희수 ⓒ 충북인뉴스


정주 여건에 대한 도·농간 격차 문제도 제기됐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양성민 간사는 충북도 정책이 청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옥천에서 느끼는 정주여건은 청주 지역과는 또 다를 것"이라면서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옥천군에 남아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으면서, 정작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외면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들은 마땅한 직장이 없거나 대다수가 저임금이기 때문에 삶의 질이 매우 떨어져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위한 지원 제도나 교육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밝혔다.

청년위원회는 청년들의 지역 이탈 심화 현상이 실태조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청년의 58.3%가 5년 이내 타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취업과 이직(34.1%), 문화 사회 인프라 부족 (22.3%) 순이었다. (복수응답 가능)

'충북 청년 정책 요구에도 대답 없는 메아리만'... 회의감 팽배했던 포럼장

이번 포럼은 충북지역 청년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당사자와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지만, 기초의원이나 국회의원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자치단체 청년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이 때문에 포럼 막바지 토론 시간에는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중으로 참여한 김미진 충북청주경실련 간사는 "청년정책 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지역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몇 년간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선거 때마다 각종 행사에 얼굴 비추며 청년 문제 해결하겠다던 정치인 중, 정작 청년들의 실제 상황을 들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말한다고 바뀌는 게 있는지 이제는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양성민 간사는 이에 대해 "청년들의 말을 맨날 듣는다고 이런 자리 마련하는데, 진짜 듣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도나 시·군 단위 정부는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며, 답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고 있는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양성민 간사 ⓒ계희수 ⓒ 충북인뉴스


청주대학교 김영배 교수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선거 때 되면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정책에 반영해야 될 때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담당부서는 청년정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못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실적이 되니까 행사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 토론 내용을 확실하게 자치단체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청년정책 #충청북도 #청년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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