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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이 군비 4천만원 쓴 식당, 알고보니 본인 소유?

[털어드립니다, 업무추진비 2부] 김재종 옥천군수의 수상한 영업

등록 2019.12.04 18:50수정 2019.12.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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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직에 있는 자가 공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용, 업무추진비. 정부가 업무추진비 공개를 권고하면서 의회와 자치단체 중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월별로 공개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사용 시간, 사용처 등이 자료에 빠져 있고 사용내역마저도 추상적이라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충북인뉴스> 기획탐사팀은 2019년 하반기 동안 충청북도와 11개 시·군 자치단체, 의회까지 총 24개 기관의 업무추진비를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했다. 이어서 지난 9월, 구글 매핑(mapping) 서비스를 이용해 어느 식당에서 업무추진비가 많이 쓰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털어드립니다, 업무추진비' 1부 충청북도 세금맛집지도를 제작했다.

세금맛집지도를 열람한 횟수는 총 21,977건(2019년 11월 27일 기준)에 달했다. 투명하지 못한 업무추진비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펴본 자료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된 경우, 전체 군비로 범위를 확장해 추가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지난 10월에야 모든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업무추진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오·남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보도한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에 <명가>라는 복합 단지를 조성해 △명가 샤브마을 △유한회사 명가 △명가하우스웨딩 △보나페티 △명가 등 요식업 및 숙박업을 운영해 왔다. <충북인뉴스> 기획탐사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년 4개월 만에 <명가>에서 쓰인 군비가 39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옥천군은 <명가>에서 왜 이렇게 많은 군비를 지출했을까. 군비 사용 내역과 방법 그리고 옥천군수와 <명가>의 관계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
 

ⓒ 충북인뉴스


(지난 기사: 딸 식당서 4천만원 '몰빵 결제'... 군수님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

충북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 184번지에 위치한 <유한회사 명가>(아래 명가). <명가>는 김재종 군수의 장녀(80년생)가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옥천군에서 열리는 각종 간담회와 행사가 이곳에서 치러졌으며, 대형 행사는 <명가>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충북인뉴스 기획탐사팀이 옥천군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본 결과, 공직자들이 많이 방문한 상위 음식점 중 <명가> 지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 3순위 식당 두 곳의 매출을 합쳐도 <명가>보다 적었다. 옥천군은 김 군수의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군수 취임 이후 지금까지 명가에서 약 4천만 원의 군비를 집행했다. 군수가 직접 쓴 액수만도 1250여 만원에 달한다. 

"<명가>로 군비가 들어간 게 무상은 아니잖아. 물건을 판 대가야. 어찌 그렇게 이해를 하실까. 아이구, 참…. (중략) 내가 군수하면서 군민 세금에 탈날 일은 하나도 없죠. 설령 거기가 망한다고 해도 군수하고는 관련이 없는 거니까. 그렇죠?" - 2019년 11월 25일 김재종 옥천군수 인터뷰

이에 대해 김 군수는 "<명가>는 내가 1993년부터 운영한 음식점이지만 군수가 되고 나서는 딸이 운영하게 됐다"며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은 <명가>와 상관이 없기에 공무원 겸직 금지 조항에도 위배되지 않고, 사적으로 이익을 취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군수의 장녀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취재진이 군수 가족 영업장에서 군비 4천만 원이 쓰인 사실에 대해 윤리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자 "어떤 윤리적 책임이 있다고 보시는 거냐"며 "지금 군수님이 (공직자들에게 지출을) 강요한 것이라 생각하시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의 말대로 <명가>는 김 군수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까.
 

옥천군 군비 약 4천만 원이 김재종 군수 일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흘러 들어갔다. 김 군수 본인이 직접 사용한 액수만 해도 1천 2백 50여만 원에 달한다. ⓒ 충북인뉴스


앞서 김 군수는 취임 이후 <명가>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11월, KBS청주에서 <명가>가 방역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가축시장을 예식장 주차장으로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김 군수는 옥천군 출입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했다. 김 군수와 관련이 없다는 <명가>는 옥천군청 홍보실을 통해, 그것도 공무원들을 통해 입장문을 배포했다. 옥천군청 홍보실이 공익적 목적이 아닌 군수 일가를 위해 움직인 셈이다.

"지난 일요일 특정 언론에서 보도된 본인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옥천 가축시장을 임대하여 주차장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하여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중략) 현재 군수의 신분으로 가축방역을 총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며 가족과 상의 후 오늘부터 가축시장을 예식장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지난달 11일(월) 충북인뉴스 기획탐사팀이 <명가>를 찾았다. 월요일 오전 시간대라 손님은 적었으나 <명가> 내부 곳곳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여기 군수님이 운영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럼 사장님은 여기 안 계시나요?"
"군수님이 사장님이셔서… 각자 실장님이 (업무를) 맡아서 하세요." 


직원들은 취재진들을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명가> 안에서 직원 세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모두 김 군수를 '사장님'이라 칭했다. <명가>와 비슷한 업체를 운영하는 B사장을 만났다.

"<명가>가 군수님 따님이 운영하는 곳이라던데…." 
"타지 사람이라고 하시니까 내 말씀드릴게. <명가>는 현 군수님이 하고 계세요. (옥천) 군수 되면서 명의만 바꿨지.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안인데 겉으로만 대표가 군수가 아닌 거죠. 명의만 그렇게 바꾼 거예요."


그의 대답도 같았다.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모두 <명가> 대표로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다. <명가> 대표가 누구냐고 묻는 건 그 사람이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제야 <명가> 직원들의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공무원 겸직 금지 조항, 어떻게 피했나    
 

'꼼수 결제' 정황도 발견됐다. 같은 목적으로 열리는 행사를 나눠서 결제하거나, 50만 원 이상을 사용한 경우 사용 대상을 밝히도록 돼있는 지침을 피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50만 원 근사치 결제도 잦았다. ⓒ 충북인뉴스


원래 <명가>의 대표는 김 군수였다. 김 군수의 이력은 <명가하우스웨딩홀>(유한회사 명가의 이전 명칭) 대표에서 시작됐다. 1993년부터 <명가하우스웨딩홀> 대표를 맡았던 김 군수는 2010년 제9대 충청북도의회 의원으로 당선되고 나서도 직함을 유지했다. 김 군수는 "군수 출마하게 되면 내가 영업적으로 간섭을 못하니까 딸이 (운영을) 차지하고 모든 걸 맡아서 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의원까지는 미리 신고만 한다면 겸직이 허용되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은 사정이 다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겸직 금지가 보다 엄격하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 64조에서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명가>는 김 군수의 당선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2017년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사실상 김재종을 옥천군수 후보로 결정했다"는 기사 보도
2017년 12월 19일 <유한회사 명가> 설립, 최초 대표이사 김재종 등재 
2017년 12월 22일 김재종 군수 소유 <명가> 건물 4동과 토지, <유한회사 명가>로 편입
2018년 4월 1일 김재종 옥천군수 예비후보자 등록 
2018년 4월 18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김재종을 옥천군수 후보자로 확정
2018년 5월 24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시작, 김재종 옥천군수 후보 등록 
2018년 6월 13일 김재종 옥천군수 당선 
2018년 6월 18일 김재종 <명가> 대표이사 사임, 장녀 <명가> 대표이사 취임


<명가> 단지에 있는 웨딩홀, 모텔, 음식점과 토지 등은 모두 김재종 군수 개인 소유였다. 김 군수는 옥천군수 후보 공천 전후로 유한회사를 설립한 뒤 해당 재산을 모두 현물출자해 <유한회사 명가>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옥천군수 당선 5일 만에 대표 명의를 딸에게 돌렸다. 독립생계를 이룬 장녀의 재산은 공직자 재산공개 목록에서 빠졌고, 김재종 군수의 유한회사 출자지분 97.72%와 자본금 21억 원만 공개됐다. 

지분 97% 소유하고 있지만... "본인 회사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초자치단체장 겸직 금지 조항 때문에 김 군수가 <명가> 회사 형태(유한회사는 설립이 용이하고 설립비용이 소액이다. 주식회사에 비해 조직이 간단하고, 공개의무와 감사가 없는 것이 특징)와 소유 구조, 대표 명의를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라 추정했다. 

연방희 세무사는 "(김 군수가) 유한회사로 소유 구조를 변경한 건 누군가에게 코치를 받아 아주 고도로 합법화한 것"이라며 "유한회사로 설립하게 되면 겸직 금지 조항도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회사 명가의 상업등기부 일부 내용이다. 명의는 당선 직후에 바뀌었다. 2018년 6월 18일에 김 군수가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바로 장녀가 대표이사로 명의가 변경됐다. 가족들이 이사직에 올라 지분을 나눈 구조다. 아내 권 씨를 비롯해 80년생, 82년생, 84년생, 90년생 자녀들이 이사직을 맡고 있다. ⓒ 충북인뉴스


현재 <명가>에서 김 군수가 최대 지분(97.72%)을 소유하고 있다. 배우자, 차녀, 삼녀, 장남이 각각 0.45%씩 지분을 나눠 가졌다. <명가> 대표인 장녀는 1%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대표 자리에 올랐다. 결의권 행사가 인원수가 아닌 소유 지분에 따르는 유한회사 특성상 김 군수는 회사에 대한 권한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장녀가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김 군수는 지분만 가진 형태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명가>가 김 군수의 채무를 갚아줘야 하는 구조가 있다. 2019년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드러난 김 군수의 채무액은 총 35억3380만 원. <명가>가 소유한 땅 일부가 근저당권(채무자와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일정 한도액에서 담보로 잡는 것) 설정돼 있다. 만에 하나 김 군수가 채무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명가>에서 대신 갚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김 군수가 취임하고 나서 큰 규모의 옥천군 행사가 <명가>에서 치러지자 말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운영했던 사업장에서 몇백 명이 동원되는 자치단체 행사를 열어도 되느냐는 얘기였다. 김 군수도 이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군수는 "취임 이후 행정안전부에 질의해서 겸임 제한과 관련해 명가와 관계가 문제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유달준 변호사(법무법인 유안 소속)는 "(유한회사에서) 군수가 가진 지분이 97%에 이르면 1인 회사라고 봐도 될 정도"라며 "내부 직원들이 사장을 군수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유 변호사는 "소유권이 유한회사 명가로 옮겨졌지만 군수 개인의 채무는 명가가 대신 갚고 있는 구조를 볼 때 군수가 실소유자라고 얘기할 만한 정황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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