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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만 먹고 생존하는 대장균 '만들어'졌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34] 이스라엘 연구팀, 당분 공급 끊고 유전자 발현 강화하도록 해

등록 2019.12.03 17:29수정 2019.12.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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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이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만 있다면, 뭘 따로 먹지 않아도 사람이 굶어 죽을 일은 없는 탓이다.

'대장균이 탄소 고정을 할 수 있다면?'

사람의 광합성 정도에 비교할 바는 전혀 아니지만 박테리아의 세상에서는 말 그대로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당분 같은 영양물질을 섭취하지 않고서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음은 물론 각종 생체물질, 유기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균 전자현미경 사진. 체내 등에서 당분 등을 섭취해야 살 수 있는 이 대장균을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탄소 고정이란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 등의 형태로 대기 중에 존재하는 탄소를 활용해 각종 생체물질과 유기물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콩이 단백질이 유난히 많은 것은 뿌리 혹 박테리아와 공생하면서 대기 중의 질소를 생체 내에 잡아 둬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하기 때문인데, 이 과정 즉 질소 고정과도 크게는 같은 개념이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인체나 식품 등에 흔히 분포하는 대장균을 대상으로 탄소 고정을 성사시켜 학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먼 과학연구소 론 밀로 교수팀은 대장균을 적절하게 '굶기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당분 같은 고형 '음식물'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음료수 속의 이산화탄소 방울. 인간에는 전혀 에너지원이 될 수 없는 이산화탄소지만,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번식할 수 있는 대장균이 '개발'됐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탄소 고정을 하는 대장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이산화탄소 중에서 탄소 성분을 자신의 에너지 대사에 흡수한다. 연구팀은 이런 박테리아를 탄생시키기까지 10년가량이 걸렸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탄소 고정 대장균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으로 활용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굶기기'였다. 대장균에게 갑작스럽게 당분 등 모든 음식을 공급하지 않으면 대장균은 죽고 만다.  그러나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아주 서서히 영양물질 공급을 줄여나가면 대장균은 어느 시점에서인가 자신의 몸에서 잠자고 있던, 즉 평소 같으면 사용하지 않는 '탄소 고정 유전자'를 발현시켜 나갔다.

이어 연구팀은 유전공학적 기법으로 이 유전자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따로 당분을 공급받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장균이 탄생하게 됐다.


이 같은 탄소 고정 대장균이 인간에게 유익하게 이용되기 위해서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이스라엘 연구팀이 이번에 찾아낸 탄소 고정 기법을 다양한 박테리아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생물자원의 생산이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 억제 등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지구온난화 등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계에서 '네이처'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과학저널 '셀' 11월 27일 자에 논문으로 실렸다.
#대장균 #탄소 #지구온난화 #박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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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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