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장관에게 표창받은 후 벌어진 일

교도관으로 일하며 찾아온 글쟁이의 삶

등록 2019.12.06 09:31수정 2019.12.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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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 unsplash

 
만일 당신이 취미로 글을 쓰겠다면 권장하겠지만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면 말리고 싶다, 당신이 원고를 청탁받는다면 써야 할 기간이 촉박할 것이고, 그 기간이 짧다면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내가 글 쓰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등사기로 만든 교회 학생부 연간지에 글을 실린 글을 보고 나서다. 그리고 문학의 밤에 시와 수필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낭독될 때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때에는 글에 대한 관심만 가졌다.

나의 본격적인 글쓰기는 고등학교 때 시작되었다. 시화전에 출품할 시를 쓰게 되었는데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와 오마주한 '잉태'라는 시였다. 이 시에 미술을 하는 친구가 멋진 그림을 그려주었고 인근 학교 여학생들이 와서 구경하기도 하였다. 후문에 의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의 시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을 지낸 후 교회 청년부에 다니게 되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때 글을 썼다. 새벽에 글이 잘 나왔다. 꾸준하게 글을 써서 청년부 주보에 게재하였다. 이때는 주로 시와 수필을 썼다. 하지만 고졸인 탓인지 선배들의 힐난(?)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다 20대가 끝나갈 무렵 나는 교도관이라는 공무원이 되었고 일요일에 근무하는 덕분에 교회를 나가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글과 멀어졌다.

공직에 들어온 이후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직장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교도소에서도 글과 조우하는 인연이 숙명처럼 다가왔다. 운동권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읽었다. 수감 중인 기업인이나 CEO를 만나면서 경영학이나 경제학 관련 책들을 접하였다. 독서는 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책을 읽을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고,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

허나 사회적으로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그다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며 근무조건이 열악해 인터넷으로 직장현안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잃어버렸던 글을 쓰게 되었다. 꾸준한 문제제기로 인하여 나아지는 측면도 있었으나 아직도 미완성인 상태로 남아 있는 개선될 사항들이 많다.


이때 법무부 공무원들의 소통공간에서 지식행정부분에서 처음에는 질문과 대답이라는 형식으로 활동하였다. 그 후 소논문 형태의 글을 발표하여, 지식행정활동우수자로 한 번은 2등을 하여 현 자유한국당 대표인 황교안 장관에게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 후 꾸준한 활동을 통하여 1등을 하여 2018년 박상기 장관에게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인권연대에 가입을 하여 팔자(?)에 없는 칼럼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글을 쓰고 나니 글이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멘토 분의 지도를 받으면서 많은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글이 간결하지 않고 장황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번도 내 글에 대해 스스로 그렇게 평가해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쇼크를 받았다. 하지만 내 글의 현주소를 알았다는 점에서 올해의 수확이기도 하다.

올해 글을 쓰면서 청탁받고 쓰는 글은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생각이 떠오를 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이지만 삶이 사람을 한가롭게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 쓴 글이지만 오히려 분주함 속에 보이는 글쓴이의 고뇌가 있다. 전엔 세상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았다면 바쁜 사람들, 특히 분주하게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 이면의 고뇌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권연대 회원 칼럼니스트 활동을 통해 글이라는 도(道)를 알게 되었다 생각하니 감사한 해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우리시대>에도 실립니다. 글을 쓴 김치열님은 인권연대 회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글 #글쓰기 #취미 #글쟁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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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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