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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없는 건 만들지 않는다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⑤] '지구 살리는 삶의 방식 추구' 소란 은평 전환마을 대표

등록 2019.12.10 19:32수정 2020.01.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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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경제시스템을 축소해야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컬 식량 기반 프로젝트에 주목해보세요. 작은 규모, 다양성, 생산성이 연결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연결, 자연과의 연결이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세계적인 환경활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하여 풀뿌리 활동가와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대안은 지역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화로 인하여 국가마다 대량생산화되는 작물들이 생겨나고, 이 작물들의 수입과 수출로 인해 무수한 탄소발자국이 발생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며,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세계화로 인하여 훼손된 가치를 복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지역을 강조하며,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마을이 있다. 바로 전환마을 은평이다. 올해로 6년 차가 된 전환마을 은평에서는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다른 마을들이 전환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환마을이란 무엇인지, 전환마을 은평에서 어떻게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지 10월 23일에 전환마을 은평의 대표 소란씨를 만나 물어보았다. 

기후 위기의 대안은 '공동체'
 

전환마을 은평의 소란대표 ⓒ 여성환경연대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소란이고요, 전환마을 은평의 명목상 대표입니다. 저희는 지위나 위계가 따로 없어서 제가 대표이긴 하지만 잡일과 허드렛일 등을 합니다 (웃음). 저희 프로그램이나 돌아가는 방향이 주로 살림과 관련돼 대부분 몸을 쓰는 일이 많아요. 밥도 하고 밭에 가서 일도 하고 수작업도 하고요."

- 전환마을 은평의 대표이신데 전환마을이란 무엇인가요?
"기후 위기에 대응할 방법은 공동체와 자연에서 오는 회복력을 복구하는 거로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만들기 위한 작은 공동체가 전환마을이에요. 저희는 삶의 변화를 통해서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로컬푸드식당이나 풀을 뜯어서 생활재를 만들거나, 일상에서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 지역 내에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지역사업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개개인의 변화만으로 기후위기의 극복이 어렵다고 봐서, 직접적인 저항을 하는 멸종저항그룹과 함께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전환마을을 계속하는 이유는 '저항이 끝난 후 삶의 기반은 역시 공동체'이기 때문이에요. 퍼머컬쳐와 전환마을같은 공동체가 살아가는 방식만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기후위기의 대안이 공동체라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 가능할까요?
"멸종이나 위기상황에서는 가장 약한 것들이 먼저 피해를 봐요. 저는 생태 쪽 활동을 하니까 그런 것들이 잘 보여요. 3~4년 사이에 풀들이 사라지고 도시에 있던 풀들이 점차 산에 가야 볼 수 있게 변화하고 있어요. 멸종이 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봐요. 기후위기가 닥치면 돈이 많거나 기술이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고 공동체가 없거나, 소통할 곳이 없는 사람들은 노예노동을 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위기의 상황에서 각자도생으로 살아가게 되면 더 쉽게 고립되고요. 이런 위기일수록 공동체가 더 중요해요.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돌보면서 살아가고,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나눠야 하죠.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수 있지만, 사실 삶의 방식을 바꿔서 전기소비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탄탄한 공동체가 필요해요."

- 전환마을 은평에서 해온 다양한 실험을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농사와 먹을거리, 살림에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교육도 하고 바느질도 하고 텃밭도 키우고 요리도 해요. 마을 내에서 의식주를 지급하고 유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야 '지구적(오랫동안 버티어 견디는)'으로 살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때 삶의 노하우나 기술을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전환마을 은평에는 다양한 학교들이 있어요. 자립자족학교, 풀학교, 퍼머컬쳐학교는 전환마을 은평의 대표적인 기본 학교에요. 이 학교를 졸업한 분들이 강의도 나가고, 다른 활동과 접목하기도 하면서 그 일로 생계의 일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그리고 와일드푸드나 허벌리스트같은 것들이 서양에서는 보편화되어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사실 한국의 나물문화랑 유사한 건데 나물 문화나 묵 문화가  잘 전달이 되지 않아 하찮은 것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어요. 근데 저는 더 체계화하고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귀농귀촌센터에서 풀의 효능을 아는 할머니들께 현대방식에 맞게 풀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알려드리는 활동도 하고 있고요. 풀학교나 퍼머컬쳐학교에서도 서양과 동양의 풀을 다루고 있고요. 풀약국이라는 한국의 풀이나 서양의 허브들을 활용하여 일상적으로 몸을 챙기는 모임도 진행해요."
  
- 어떤 분들이 전환마을 은평의 학교에 찾아오는지 궁금해요. 보통 마을분들이 참여하나요?
"저희는 '취향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마을분들이라도 생태 쪽에 관심이 없으면 안 오거든요. 하지만 저희와 가치가 맞으신다면 거리나 지역에 상관없이 오세요. 전환마을을 해보려는 분들이나 배운 것을 지역에 돌아가서 활용해보려는 분들도 있어요. 젊은 세대들도 많이 와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노예노동을 하지 않고 자립하며 살아가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인데, 그 부분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 외에도 동물권에 관심 있는 분들, 비혼 여성 등 많은 분이 와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면서 전환마을 은평 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점차 확장되고 있어요."

동네에서 모이고 만들고 나누자 
 

전환마을은평 부엌 밥풀꽃 ⓒ 여성환경연대

 
- '밥풀꽃'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밥풀꽃은 처음에 전환마을을 만들 때 거점으로 만든 공간이에요. 퍼머컬쳐학교에서 마을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도시에서 로컬푸드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시작되었는데요. 로컬푸드식당으로 도시농업 하는 분들께 재료를 받고 동네 분들이 요리를 하는 거죠. 최근에는 예약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비건도시락을 만들거나 동네 행사에 케이터링도 나가고, 농부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을 판매하기도 해요. 저녁에는 소모임이나 교육, 워크숍을 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어요. 단 한 명이 운영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사용하는 모두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공간에서는 플라스틱도 쓰지 않아요. 이런 것을 하기 위해 손발이 많이 필요하지만 지역경제는 관계중심이라 가능해요(웃음). 내년에는 마을기업 인증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 최근에 마을에서 벌크 생활재 브랜드 '소리쟁이'를 만드셨잖아요. 
"샴푸나 세제 같은 생활재를 쓰면 플라스틱 사용은 늘어가고 우리의 몸은 화학성분에 찌들게 되잖아요. 그런데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생활재를 만들고 그걸 여러 명이 나눠서 가져가면, 생활재를 소비하면서 버리게 되는 플라스틱통도 줄일 수 있고 화학성분을 피할 수도 있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풀로 만든 생활재 소리쟁이에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샴푸나 치약, 세제 등의 생활재를 만들어요. 원래는 만들어서 벌크로 판매하려고 했는데 관련 법규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서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해서 생활재를 만들고 있어요. 그게 벌크생활마을공동체인거죠."
    
- 풀로 만든 생활재소리쟁이의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우선 일반 공산품 샴푸 같은 경우에 화학성분이 매우 많이 첨가되는데요, 사용할 때도 문제이지만 다 쓰고나서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도 문제죠. 저희는 '먹을 수 없는 것은 만들지 않는다'는 취지로 만들기 때문에 성분적으로도 안전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때도 안전해요. 써보신 분들도 좋다고 지속해서 말씀해주고 있어요. (웃음). 그리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효과도 있어요. 저희는 주기적으로 10명 이상씩이 모여서 치약이나 세제, 샴푸 등을 만드는데요. 만일 공산품으로 이 생활재를 산다면 그때마다 플라스틱 소비량도 늘어나겠죠. 하지만 벌크생활공동체처럼 주기적으로 필요한 생활재를 함께 만들고 자기가 가지고 온 통에 생활재를 담아간다면, 공산품을 사면서 소비되는 플라스틱도 줄일 수 있어요. 장기적으로 봐도, 가족단위로 봐도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양이 매우 많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전환마을 은평 말고 다른 단체나 지역에서도 이 워크숍을 많이 해요. 교회, 절, 성당, 다른 마을 공동체 등 다 전파하고 다녀요. 레시피도 다 드리고 만드는 법도 매우 쉽기 때문에 한 번만 해보면 다음에 계속 만들어 볼 수 있거든요. 이런 벌크생활공동체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통도 더 많아질 거라고 기대해요."
 

소리쟁이 샴푸를 만드는 중 ⓒ 소란

 
- 생활재 소리쟁이나 벌크마을공동체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요?

"일단 이렇게 만들어서 쓰는 게 더 몸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화학제품들은 특히 여성의 몸을 많이 공격하거든요. 풀의 약성을 알고 그걸 활용하면 자연과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리고 생필품은 공동체 안에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사람을 노동하게 하고,  상품을 소비하게 만들잖아요. 뭐 하나라도 끊어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훨씬 쉬워지고, 점차 자본주의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자산이다

- 전환마을 은평의 성과는 어떠했고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전환마을 은평은 올해까지 6년이 되었고, 저희는 해보고 싶은 것들을 원 없이 다 해봤어요. 전국에 비슷한 공간들도 많이 생겼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졌어요. 사람이 남았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풀들로 차를 만들어 마시거나 섭취할 방법들을 더 알리고 싶어요. 비싼 한약이나 수액을 맞지 않고도 일상적으로 간단히 나를 케어하는 방식을 알 수 있도록요. 지금 풀약국에 오는 친구들은 오랫동안 몸이 안 좋고, 병원에 가봐도 몸이 잘 안 나아서 오랫동안 고민한 이들이 많아요. 영양분이 없는 먹거리를 평생 먹어왔고, 돌봄에서 멀어진 세대라 잔병이 많고 여성질환이 많은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사람과 자연이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웃음)."

[기획 /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① 냅킨 대신 손수건... '테이크 아웃'을 없앤 카페가 등장했다 http://omn.kr/1jm1o
② 교사가 된 문방구 주인이 학생들과 함께 벌인 '엄청난' 일 http://omn.kr/1jtuw
③ 플라스틱 없는 여행, 그 '즐거운' 불편 http://omn.kr/1ke9f
④ 많은 이들이 주목한 연희동 골목의 특별한 카페 http://omn.kr/1l2z9
#여성환경연대 #전환마을 은평
댓글2

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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