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객님..."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문자메시지

때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등록 2019.12.06 09:06수정 2019.12.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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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라진다는 커피전문점 ⓒ 이경희

 
12월을 맞이했다.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니 세월 참 빠르다. 이렇게 한해의 끝자락에 있으면 내가 1년을 잘 살았는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밀려온다. '그래 내가 그래도 이건 했구나'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후회와 반성이 남는다. 어떤 순간에는 생의 고비로 느껴지는 고통의 시간을 꼼짝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한다. 모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그런 힘겨운 시간을 삶의 여정에서 한 번쯤은 맞이하게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 또한 한때 그런 고통의 시간을 오랜 시간 버텨내야 했었다. 그렇기에 올해 받은 수많은 문자 중에 유독 내 맘을 떠나지 않는 문자가 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 커피입니다.
XX월 XX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보유하고 계신 포인트 확인하시고 사용하러 들러주세요.
그동안 아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문득 날아온 문자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온다. 동네 상가 1층에 아주 작은 커피점이 생긴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폐점이라니... 한번 가게를 열었다 망하면 손해가 한두 푼이 아닐 텐데 등등.

처음 소박하고 심플한 간판이 걸릴 때부터 나는 그 점포가 걱정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 집에서 내려 먹는 경우가 흔하고, 맛과 서비스가 나름 검증된 유명 커피숍을 선호하는 세상인데 주변에 있는 유명 커피 체인점들 사이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슨 오지랖이냐며 스스로 생각을 접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커피를 집에서 내려 먹기 때문에 굳이 그 가게에 갈 일은 없었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잔은 사 먹고 싶어 그 가게에 들러 커피와 마카롱을 사서 모임에 들고 가기도 했다. 마카롱이 맛있다며 다들 반응이 좋았다. 나는 마카롱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들 맛있다고 하니 이걸 특화했나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금액 대비 쌓이는 포인트가 꽤 후했다. 몇 번 가지 않았는데도 커피 한 잔 값이 포인트로 적립됐다. 이것도 동네 장사에 맞춰 특화했나보다 고민을 많이 했구나 생각하고 넘겼는데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니. 그래도 마지막까지 포인트 사용하라는 문자를 보낸 것을 보니 더 마음이 짠하다.

수강료를 당겨 받고도 잠수 타는 곳이 많다는데 적립 포인트 쓰라고 문자까지 보내다니. 열심히 정직하게 살려는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다음에도 문 닫기 전날에는 다음날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는 문자, 문 닫는 날은 생각보다 재료가 일찍 떨어져 일찍 문 닫게 되었다는 문자가 더 왔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마지막까지 쏟아내는 것 같았다. 이번 일을 경험으로 다음에는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생기는 정직한 문자였다.

자본이라는 무기로 중무장한 다국적 기업의 프렌차이즈 앞에서 영세한 자영업자가 수익을 내면서 버티기가 힘겨운 시절이다. 서민인 소비자는 얇은 지갑의 압박감에 더 싼 곳을 찾게 되니 소상공인들은 가격 경쟁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도모하고 무엇이든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들을 멈출 수 없다. 그게 자신의 의식주를 책임지기 위한 생활인으로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다.

오래전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몇몇 지인들과 수익금의 일부를 좋은 곳에 쓰자며 동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일이 잘 풀렸으나 끝은 처참하리만큼 폭삭 망하는 것으로 끝났다.

매달 다가오는 가게 월세와 이자 내는 날에 받는 압박감은 원형탈모라는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확대되었고, 밀린 월세만큼 깎인 가게보증금을 돌려받는 자리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때의 경제적 정신적 후유증은 몇 년이 지나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아픔으로 자리 잡았었다. 그래도 세월이 흐르다 보니 타인의 상황을 걱정할 정도의 처지가 되어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때로는 의욕과 성실함만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삶의 복병을 만나게도 되지만 그럼에도 정직함과 꾸준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진솔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내가 기대한 것만큼의 보상은 아니더라도 내가 좌절한 것 이상의 보상은 주어진다는 믿음이다.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The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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