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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는 친구에게 "질투 난다"고 메일 보냈더니

[30대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질투하는 것은 괴롭지만 도움이 된다

등록 2019.12.07 11:16수정 2019.12.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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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대에 접어드니 지나온 시간이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방황하던 삼십 대의 나에게 들려주고픈, 지나갔지만 늦진 않은 후회입니다.[편집자말]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될까말까인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안 될 때가 많은데 나한테는 그토록 어려운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1년 전이었다. 틈틈이 강의를 하는 작가 지인 A가 책을 한 권 기획하고 출간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만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A는 자신이 있어 보였다. 출간 전부터 자신의 책에 맞는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았다.

그러면서 A는 그 책이 잘 되었을 경우, 그 다음 스텝까지 이미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하면서도 속으로는 '글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A의 책은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판매지수는 수직상승했다. 그리고 A가 계획하고 원하던 대로 착착 진행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놀랐다.

그 이후 한 모임에서 A를 만났다. A가 그토록 서길 원했던 유명한 강의 채널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다음에는 지상파 방송 출연이 목표라고 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왠지 속이 시끄러웠다.

왜 내 마음은 불편한 건가? 의문이 생겼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은, 결국 A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였다. 곰곰 생각해 봤다. 난 A의 야망 가득한 목표가 불편했다. 그렇다면 A의 목표가 왜 나를 불편하게 했을까?

욕망하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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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A와 다를 바 없는 욕망이 있었다. 책을 내면 뭔가 다른 길이 열려서 지금보다는 일할 수 있는 필드가 넓어지고 돈도 벌었으면 하는 바람. ⓒ unsplash

 
그 질문 앞에서 난 A가 아닌 내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야 봐야만 했다.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시기, 질투. 더 나아가 나는 아무리 기대하고 애를 써도 안 되는 일이 A는 뜻한 대로 쉽게 이루어진 것에 대한 박탈감. 나는 내 삶을 쥐어짜서 글을 쓰는데, 쉽게 쓴 (것처럼 보이는) 글이 더 사람들에게 박수 받는 것에 대한 열등감.

사람은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넘사벽' 성공은 시기하지 않는다. 너무 먼 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에 있는 행복이나 성공에는 예민해진다. 나도 그랬다.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A가 내가 잡고 싶어 하던 것을 잡자 내 마음 속에서는 콩쥐 언니 같은 심술이 요란하게 요동쳤다.

나도 A와 다를 바 없는 욕망이 있었다. 책을 내면 뭔가 다른 길이 열려서 지금보다는 일할 수 있는 필드가 넓어지고 돈도 벌었으면 하는 바람.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싶었달까. 나도 비슷한 욕망을 갖고 있으면서 아닌 척, 나는 다른 척, 좀 더 다른 수준인 척 그렇게 나를 포장하고 있었다. 같은 포장을 했지만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생각해 보면, A가 쉽게 얻었다는 것, 뜻한 대로 다 술술 이루어진다는 것도 순전히 내 시각에서의 해석이었다. A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써야 할 글을 썼고, 연재하고 출간할 기회를 얻었다. A가 쉽게 얻었다고 보는 것은 A의 그런 노력을 폄하하고 싶었던 나의 심술 어린 시각일 뿐이었다. 한 마디로 배가 아팠던 것이다.

A는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좋은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A의 행동 반경은 넓어지고 있고 그만큼 기회도 다양하게 주어졌으며, 또 그만큼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공이다.

물론 사람마다 갖고 있는 재주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가고자 하는 방향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며, 자신이 목표한 곳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다르다. 그래서 이제는 A의 성공을 편하게 인정하지만 그렇다 해서 내가 A같이 살 수는 없다. 그 방법은 나에게 맞지 않을 뿐더러 나다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욕망을 좀 드러내면 어떤가. A의 욕망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삶도 돕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나처럼 욕망은 숨긴 채, 그저 좋은 글은 알아봐 줄 거라는 순진한 믿음에만 기대고 있던 것보다는 몇뼘 낫다.

질투는 나의 힘

배앓이를 하고 나서 A에게 메일을 보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솔직히 부러워서 질투했노라고. A는 성공한 사람다운 너그러움으로 금세 문자를 보냈다.

"뭐든지 하나를 얻으면 치러할 할 대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걸 믿어요. 소영 쌤처럼요."

나도 좀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동안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면서 '나는 그냥 이 정도야'라고 스스로 주저앉힌 건 더 나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침 얼마 전, 내가 쓴 책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와 관련해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비혼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인지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영상을 만든 곳에서 후속 영상을 찍자고 해서 갔더니 PD가 말했다.

"작가님 목소리 좋다고, DJ해도 좋겠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그러게요. 저도 들어보니까 꽤 괜찮더라고요."

겸손은 저리 가라.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DJ하면 재밌겠다.'

"내년에 출간 예정인 다른 책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저 욕망 있는 여자라 무조건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점잖음과 교양머리는 안드로메다로. 순간, 머릿속에서 전구 하나가 켜졌다. '작가 DJ 해볼 만하겠다. 이건 내가 잘할 수 있겠는데!' 지금의 내 필드 안에서 내 목소리와 언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에 기운이 난다. 그리고 팟캐스트와 유튜브 공부를 '이제야' '비로소' 시작했다.

시기와 질투는 분명 나를 쑤시고 괴롭힌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고 직면했을 때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좀 헤매도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질투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나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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