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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이 보내준 60만 원 "세상은 살만하다"

[조호진 시인의 소년희망편지] 좋은 경찰의 따뜻한 연말정산

등록 2019.12.10 10:34수정 2019.12.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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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경기도 부천역 뒷골목에 세워진 소년희망센터에서 운동하는 아이들. ⓒ 조호진

 
지난 11월 30일, 소년희망센터 건립에 참여했던 인천 남동경찰서 조우진 경위가 소년희망센터에 찾아왔습니다. 그는 비행 청소년들을 벌주고 낙인찍는 경찰이 아니라 감싸주면서 일으켜주는 따뜻한 경찰입니다.

조 경위는 비행의 늪에 빠진 위기청소년을 위한 일에 앞장섰습니다. 그것은 수당을 받거나 상을 받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가난과 비행의 늪에 빠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소년희망센터(대표 최승주)는 조 경위를 비롯해 청파감리교회(담임목사 김기석), 임진성 변호사, 독립운동가 후손 차영조 선생, 박종선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장, 인천부천검정고시동문회 등 각계각층의 참여로 지난해 11월 부천역 뒷골목에 만들어졌습니다. '소년희망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한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교육·문화스포츠 공간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기관입니다.
 

소년희망센터가 진행한 동물 매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위기청소년이 애완견을 안고 있다. ⓒ 조호진

 
소년희망센터는 아이들을 속이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믿지 않는 것은 세상이 아이들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미워하는 것은 세상이 준 것도 없이 자신들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빈곤과 가정폭력과 가정해체의 피해자인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소년들에게만 전가하는 한 위기청소년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소년희망센터는 아이들의 아픔을 감쌉니다. 세상이 아이들을 양아치, 인간쓰레기, 나쁜 놈들이라고 욕할지라도 소년희망센터는 '소년이 희망이란' 기치를 내걸고 아이들과 동행합니다. 

소년희망센터는 올해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위탁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282명, 인천가정법원(법원장 최복규)이 위탁한 보호소년 142명 등 모두 424명에게 회복적생활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교육청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법원은 예산이 없어 전혀 지원받지 못했지만 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정성껏 먹이고, 가르치고, 아이와 부모를 일일이 상담했습니다. 지원금을 별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적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늘 재정이 부족해서 힘들었지만 눈치 보지 않고 소신 대로 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경찰이 많아지면…'... 기쁨을 나눠주는 최고의 사회자
 

지난 3월 '소년 희망, 봄 파티'에서 사회를 보는 조우진 경위. ⓒ 민경택

 
조 경위는 최고의 사회자입니다. 그를 최고의 사회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의 뛰어난 진행 솜씨를 여러 번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대표 최승주)이 주최한 해피 크리스마스 파티, 미혼모 아기 돌잔치, 소년 희망 봄 파티 등의 행사에서 사회자로 재능 기부하면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삐딱한 위기청소년들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웃길 뿐 아니라 따스한 손길로 소년들의 마음을 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경찰이 많아지면 아이들의 희망도 늘어날 텐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사단체 '레크사랑나눔회' 회장인 그는 2009년 레크리에이션과 웃음치료 자격증 취득 이후, 보육원과 노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와 요양원 등에서 웃음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특히, 인천농아인협회가 주관한 '사랑의 수화 한마당' 행사를 4년 동안 진행하고, 인천외국인인력지원센터의 체육회와 송년회 등에서 재능기부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인천시 사회복지협의회장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이익을 계산하며 하는 봉사가 아니라 기쁨을 나눠주는 그의 순수한 봉사가 우리들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직접 끓여 먹는 양푼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 덩어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끊으면서 돼지고기 덩어리를 먹기 좋게 잘랐습니다. 의좋은 형제처럼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라고 서로 권하면서 얼큰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습니다. 조 경위와 제 이름이 엇비슷해서 인지 "혹시 형제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형제도 친척도 아닙니다. 위기청소년을 돕는 동역자이긴 합니다. 

좋은 경찰의 따뜻한 연말정산..."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조 경위와 나눠 먹은 양푼 김치찌개. ⓒ 조호진

 
나는 그대가 좋습니다.
김치찌개보다 좋습니다.
따뜻한 그대는 김치찌개보다
진하고 얼큰해서 마음이 붉어집니다.

이 겨울에 필요한 것은 두툼한 옷과
연료와 집이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나만 따뜻한 것은 인간으로 부끄러운 일
내 가족만 행복한 건 행복이 아니라는 그대
그대가 필요한 것은 겨울이 길기 때문입니다. 

겨울보다 길고 혹독한 인생을
따뜻한 그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낙타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것이어서
맨 몸으로 엄동에 던져지는 것이어서
나는 따뜻한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졸시, 따뜻한 그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겨울 햇볕을 쬐는데 조 경위가 제 가슴을 울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오늘 찾아온 것은 기부금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해 8월, 경찰이 된 지 20여년 만에 지구대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지구대는 야간근무가 힘든데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악성 민원인과 주취자(취객) 그리고 사건 관련자 등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것입니다.

까닭 없이 모욕을 당할 때면 '이런 말을 들으려고 경찰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한편으론 경찰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에서 '주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경찰이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칭찬 받는 경찰을 되기 위한 실천을 모색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칭찬 기부'입니다. 주민들에게 칭찬을 들을 때마다 1회에 1000원씩 모았습니다. 칭찬 기부를 하기 전에는 칭찬이 적었는데 마음먹고 시작했더니 칭찬이 늘어났습니다.

주취자를 집까지 모셔다드리고, 길 잃은 어르신의 집을 찾아드리고, 경로당을 방문해 춤과 노래로 즐겁게 해드리고, 보이스피싱과 무단횡단 예방활동 등의 민생치안 활동을 했더니 주민들이 국민신문고에 칭찬의 글을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뜻은 고맙지만 말렸습니다.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칭찬에 맛을 들이면 본연의 임무가 자칫 칭찬을 받기 위한 일로 변질 될까봐 주의했습니다.

칭찬 기부의 의도성을 피하고 싶어서 횟수를 일일이 세지 않고 매월 5만 원씩 모았습니다.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을 모았더니 60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적은 후원금을 어떻게 전하지?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찾아왔습니다. 소년희망센터 후원 계좌를 알려주시면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어게인, 송년 파티'에 불러주십시오. 파티가 비번에 열리면 좋고 만일 근무 날이면 휴가를 사용해서라도 송년 파티 사회를 보겠습니다."


2019년,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세상엔 나쁜 경찰도 있고 좋은 경찰도 있습니다. 나쁜 경찰의 악행에 분노했다가도 좋은 경찰의 선행으로 인해 민중의 지팡이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나쁜 이웃들이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지만 봄볕처럼 따뜻한 이웃들 때문에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고백합니다. 얼큰한 김치찌개 때문인지 아니면 봄볕 같은 조 경위의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저무는 한해가 춥지 아니하고 훈훈합니다.
 

지난 2월 미혼모 아기 돌잔치에서 사회를 보는 조우진 경위(왼쪽 뒷모습) ⓒ 민경택

덧붙이는 글 조호진 기자는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에서 '소년 희망 배달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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