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뜨밤' 보내실 분? 몸살 앓는 대학커뮤니티

대학생 이용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익명에 가려 혐오·저질 표현 난무

등록 2019.12.14 11:45수정 2019.12.14 11:45
1
원고료로 응원
 

전국 대학생들에게 시간표 작성 및 학업 관리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전국 대학생들에게 시간표 작성 및 학업 관리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시간표 외에도 학교 생활 정보와 강의평가, 교내 자체 게시판까지 가능해 운영업체에 따르면 전국 400개 캠퍼스의 재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대학 커뮤니티와 달리 에타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혐오 표현이나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혐오의 장 돼버린 공론의 장

커뮤니티 게시판의 순기능은 이용자들이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현재 사회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에타에서는 공론의 장이 혐오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에타가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 몇몇 이용자들은 익명이라는 시스템에 숨어 특정 지역이나 인물, 정치조직을  조롱하고 비난하거나 특정 성별에 관한 혐오 글을 게재하고 있었다. 10개 이상의 공감을 받은 'HOT 게시글'을 살펴보면 혐오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강원대 에브리타임 'HOT 게시글'의 댓글에 등장하는 젠더 갈등 ⓒ 에브리타임

 
위 사진은 여성 혐오 표현이 등장하는 게시글의 일부 댓글을 가져온 것으로, 해당  댓글에는 남성과 여성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다른 성별을 향한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에서 볼 수 있는 정치적 갈등 ⓒ 에브리타임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이용자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것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 사진을 보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에타 이용자들이 상대방에 대해 조롱하고 있다. 이처럼 갈등을 해결을 위한 노력의 장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보다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에게 도를 넘는 욕설과 막말을 하여 오히려 갈등을 심화하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현태(24·가명) 학생은 "많은 사람이 에타 속 익명성에 숨어 혐오 표현과 갈등을 부추긴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은밀한 만남까지
  
"19학번 만나보고픈 누나 쪽지 좀요."
"지금 만나서 괜찮다 싶으면 같이 가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갈길 갈 여자."

 

에브리타임 게시글 캡쳐 일부 강원대 에브리타임 '뜨밤 게시판' 중 일부 ⓒ 전동현

 

위 내용은 강원대 에타에 있는 '뜨밤'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해당 게시판에는 이런 만남을 원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 넘게 올라온다. 대학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게시판들이  많다.

게시판을 이용한 만남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사하기 위해 실제로 에타를 이용해 만나본 경험이 있는 이용자를 찾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게시글을 작성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서 에타를 이용해 실제로 만남을 가진 이용자 A씨와 에브리타임 쪽지 시스템을 이용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다른 앱이나 커뮤니티가 아닌 에타를 이용해 만나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학교 재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에타 특성상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을 덜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는 실제 만남까지의 과정도 상세히 설명했다. "실제로 만나는 것은 복잡한 편이다. 쪽지 이후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신상을 파악한 후 만난다. 이때 서로 신상을 어디까지 공개하는지는 경우마다 다르다"라고 말했다.
  
뜨밤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학생들은 뜨밤 게시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진형(22·가명) 학생은 "이렇게 저질적인 글이 우리 학교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뜨밤 게시판을 통해 실제 만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범죄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적절한 수위의 성적 발언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 만남 또한 강제성이 없고 서로 합의된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1월 서울 모 사립대 에타 게시판에 밤마다 '나체 인증사진'이라며 음란물이 잇따라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당월 28일 재학생 및 졸업생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시험 기간 스트레스가 심해서", "재미 삼아" 나체 사진을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같은 사건으로 에타를 꺼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천안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수은(가명) 학생은 "에타에 접속할 때마다 성 갈등을 조장하거나, 외설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보게 되어 불쾌하다"고 말했다.

더 나은 '에브리타임'을 위해서
  
이처럼 에브리타임에는 혐오와 갈등 조장, 외설적인 만남과 같은 문제점이 있지만 장점 또한 존재한다. 먼저 에타에서는 기본적인 시간표 외에도 강의평가, 동아리 홍보, 취업 정보와 같은 여러 가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에타 이용자들이 도움을 받은 사례도 있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최혜진 학생은 "장터 게시판을 통해 교재를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수업을 혼자 듣는 경우에는 에타를 통해 놓친 정보를 얻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에타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에브리타임은 대학 생활에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유용한 공간이다. 그러나 일부가 에브리타임의 익명성을 악용해 각종 혐오 표현을 올리거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에브리타임 운영업체 관계자는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댓글을 작성할 때 자신이 별생각 없이 작성한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친 인신공격이 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고등학교부터 온라인 개학... 데이터 비용은 무료"
  2. 2 "용퇴" 요구까지 나온 윤석열, 자업자득이다
  3. 3 "굶어죽으나 병들어죽으나..." 탑골공원 100m 줄 어쩌나
  4. 4 아들아, 시대는 달라진다... 이 분위기를 두려워하렴
  5. 5 "정부가 대구 봉쇄", "교회감염 사실 없다"... 황교안의 무리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