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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40세, 저기는 50세... '중장년'은 대체 몇 살부터죠

[내 인생의 하프타임] 중장년은 인생 후반전 위해 이륙하는 시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등록 2019.12.11 13:43수정 2019.12.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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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삶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5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지난 1년 가까이 나는 '내 인생의 하프타임'을 연재하며 50대를 많이 만났다. 그들은 내게 개인적인 삶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퇴직과 은퇴를 고민하는 사람들 덕분에 고용과 재취업 정책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 덕분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 시스템에 관해서도 관심 두게 됐다.

정책만 검색해보면 우리나라 전 연령층은 나라로부터 촘촘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 대상자가 잘 모르는 정책이 펼쳐진다거나 사회 여론에 따라 급조된 정책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그래도 오직 정부 부처만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고 산하 기관을 통해 집행할 수 있으므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분야 외에 연령 기준을 중심으로 정책이 나온 건 196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이 최초다. 이후 정부는 2010년 이전까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 복지 중심의 정책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는 한국에서 중간 혹은 중심 연령대를 맡은 50대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이나 사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2012년의 '제2차 고령자 고용 촉진 기본 계획'에서 '장년'에 대한 언급이 시작됐고, 2014년 고용노동부의 '장년 고용 종합 대책'에서 장년을 처음으로 정책 대상에 삼았다.

'신중년' 위한 일자리 정책은 있지만
 

신중년 인생3모작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인생3모작 10대 과제 ⓒ 고용노동부

 
이를 확대해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50세에서 69세에 속하는 사람들을 신중년으로 정의했다. 인생 3모작은 50세 전후까지의 '주된 일자리', 퇴직 이후의 '재취업 일자리',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사회 공헌 일자리'의 세 단계 일자리를 말한다.

정부는 이 계획에서 고령화로 바뀌는 사회 구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가는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정부 산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기반으로 중장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령 기준 지원 정책을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정책 중 가장 큰 비중을 둔 건 일자리 관련 지원 사업이다.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 지원 사업은 크게 다섯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직접 일자리 사업'은 대상자에게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는 것으로 계획에서는 '사회봉사형', '공공업무형', '경기대응형'으로 나눴다. 단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장기적이고 고정적인 일자리라기보다는 임시직이라는 느낌을 준다.

두 번째는 '직업 훈련 사업'이다. 기존의 여러 훈련 과정을 통합해서 효율성과 통일성을 강화했다지만 '취업성공패키지'라는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그 신청 자격과 절차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중장년에 특화된 기술 훈련과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세 번째는 '고용지원서비스'이다. '취업성공패키지'의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한 직무 재교육 프로그램과도 연결돼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전국에 30여 곳에 '중장년 일자리 희망 센터'를 운영하면서 40세 이상의 중장년들에게 취업 상담, 생애 설계 지원, 전직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그리고 민간 직업소개소와 제휴해 '고령자 인재 은행'도 운영한다. 

네 번째는 '고용장려금 사업'이다. 여기에는 45세 이상 미취업자를 인턴으로 고용하는 '장년 고용지원금', 임금피크제 사업장에 지원하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퇴직 대상자의 퇴직을 연장하면 지원하는 '고용연장지원금' 지원 사업이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지원 기간이 수개월로 짧게 정해져 있거나 제도 자체가 한시적으로 운영하여 지금은 없어진 사업도 있다.

다섯 번째는 '창업지원 사업'이다. 원래 창업지원 사업은 '청년 취업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2017년 중소기업청 중소기업 통계'에 의하면 사업자 등록 추세가 30세 미만은 줄어들고 50세 이상은 늘어난다고 한다. 1인 창조기업 대표자 평균 연령도 51세다. 자료들은 중장년들이 퇴직 후 재취업이 되지 않으니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이런 경향에 맞춰 중소기업부에서는 '시니어 기술창업 지원 사업'과 '시니어 창업보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50대는 후반전을 날기 위해 이륙하는 시기
 

고용센터 성남 고용센터의 상담 창구 ⓒ 고용노동부

 
지방 자치 단체도 중앙 정부의 계획에 따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예산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예산은 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가서 산하 기관이 사업을 집행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기반을 둔 작은 정부답게 생활 밀착형 정책과 지원 사업이 눈에 띈다. 특히 2015년에 '서울특별시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대전, 충남, 부산, 경기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로 비슷한 조례 제정이 확대됐다.

서울특별시는 이 조례에 따른 '서울50플러스재단'을 설립했고 현재 세 곳의 캠퍼스와 여섯 곳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지원 정책 수혜 대상을 '50+'로 정확히 정의했다. 중앙 정부의 정책에서 중장년이라고 모호하게 구분한 기준을 숫자로 정확하게 짚어서 그 타깃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중앙 정부와 마찬가지로 서울50플러스재단에서도 '취업 지원'과 '창업지원' 사업을 제공하고 있고 여가 활동을 위한 교육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 정책에서는 주로 50세 이상을 중장년으로 본다. 때로는 아래와 같이 장년이나 신중년으로도 부르는데 그 연령 기준이 다를 때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중장년은 만 35~69세를 의미하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40세 이상을 중장년으로 본다. 같은 부처의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지원사업'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중장년으로 본다.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정책 집행자가 아닌 정책 대상자의 처지로서는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연령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보다 이들이 삶에서 어떤 단계에 있느냐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련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정부는 중장년을 인생에서 착륙하는 시기로 보는 것 같다. 일자리 정책은 소일거리 제공에 그치고 다른 정책도 여가생활과 사회봉사에 치중하는 부분이 많다. 중장년과 노년을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로 바라보던 예전 관점에 그치는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50대 인구는 약 850만 명으로 한국 인구의 약 16%다. 주요 중장년 정책 대상인 50세에서 64세까지는 약 1170만 명으로 한국 인구의 약 22%이다. 이들을 사회에서 어떤 자원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초고령화 사회로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50대는 착륙하는 것이 아닌 인생 후반전을 날기 위해서 이륙하는 시기이다. 적어도 70대까지는 건강한 사회생활과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기존 정책을 개편하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달라지는 사회 구조 안에서 살아갈 중장년들을 새롭게 정의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중장년 정책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내 인생의 하프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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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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