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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재판부 "검사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하나?"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장 변경 불허... 정경심 변호인 "무죄 날 것" - 검찰 "재신청"

등록 2019.12.10 15:55수정 2019.12.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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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검사님, 검사님. 저희 판단이 틀릴 수 있어요. 검사님은 검사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해 본 적 없습니까?"

검사가 재판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가 검사에게 물었다. 검사가 "아닙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송인권 부장판사는 "재판부 지시에 따라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는 재차 항의했고, 송인권 부장판사는 호통을 쳤다.

"재판부 지시에 따라주세요, 재판부 지시에 따라주세요! 이 부분에 대해서 공소장 변경 허가 못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계속 그렇게 말씀하시면 퇴정 요청할 겁니다."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사문서 위조 혐의' 정경심 교수(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사건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특히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거부한 이후 검찰의 이의제기를 반박하고 면박을 줬다.
  
이날 재판부의 결정을 두고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재차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경심 교수 변호인 쪽은 "무죄 선고가 날 것"이라면서 "(검찰이) 정무적·정치적 판단 하에서 서둘러서 기소했던 것이 이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검찰권 행사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거부했나
  
본격적인 재판(공판)을 앞두고 열린 이날 공판준비기일의 핵심 쟁점은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였다.
  
검찰은 지난 9월 6일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는 정 교수가 구체적으로 표창장을 어떻게 위조했는지 나와 있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서둘러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27일 재판부에 기존 공소장을 정 교수의 구체적인 위조 방법을 담은 공소장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 일시와 장소, 공범이 달라지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의 판단은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기존 공소장과 검찰이 변경을 요청한 공소장을 비교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피고인(정경심 교수)은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해 2012년 9월 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에서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행사할 목적으로 동양대학교 총장 표창장 양식과 유사하게 (중략) 표창장 문안을 만들어 동양대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였다.
- 기존 공소장
피고인은 딸 조민과 공모해 2013년 6월 중순경 서울 서초구의 주거지에서 아들 조○에 대한 상장을 스캔한 후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위 스캔 이미지를 전체 캡처한 다음에 이를 워드문서에 삽입하고, 그 중 직인 부분만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 제목의 파일을 만들었다. 피고인은 상장서식 한글 파일에 문안을 기재한 다음 직인 캡처 이미지를 상장서식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 넣고 컬러 프린터로 미리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동양대 총장상 파일을 출력하는 방법으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여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만들었다. 이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수시모집에 지원하면서 이를 제출했다.
- 검찰의 변경 요청 공소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죄명(사문서 위조), 적용법조, 문안 내용이 동일한 사실로 인정되지만, 이 사건 공범, 범행 일시와 장소, 범행 방법, 행사 목적은 동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공소장과 검찰이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장이 다르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 입장에 따르면, 검찰은 지금껏 수집한 증거로 기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검찰은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검사는 "기존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은 하나의 문건을 위조했다는 하나의 사실"이라면서 "재판부 결정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송인권 부장판사는 정 교수 쪽 변호인으로 하여금 '검찰이 지금까지 제출한 증거 중에는 정 교수의 구체적인 위조 방법을 입증할 상장서식 파일, 캡처 이미지, 동양대 상장 용지 등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읽도록 했다.

송 부장판사는 검사를 향해 "어떻게 (증거도 제출하지 않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느냐"고 힐난했다. 검사가 증거목록을 추가로 작성했다고 하자 송 부장판사는 "제출할 필요가 있느냐", "입증해 보시라"라면서 나무랐다. 이어 "공판준비기일에 증거목록에 기재돼있지 않은 중요한 증거의 경우, 공판기일에 기습적으로 제출할 경우 증거목록으로 채택하지 않고 기각하겠다"고 경고도 했다.

"구속·기소된 지 한 달... 보석 청구 여부 검토할 수밖에"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의 나머지 입시비리·사모펀드·증거조작 관련 14개 혐의에 대한 재판 진행을 두고 재차 검찰을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1일 정 교수를 14개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이 사건의 경우 아직 공판준비기일이 열리지 않았다. 

송인권 부장판사는 재판 준비를 위한 각종 서류 복사가 늦어진다는 변호인 쪽 이야기를 듣고 검찰을 향해 "납득이 안 된다, 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늦어지면 (구속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 청구 여부를 검토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송인권 부장판사는 또한 검찰에 "서울대 법과대학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공문서 작성자를 다음 주까지 특정해 달라, 특정된 후에 입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공주대 인턴확인서를 두고 "우리 헌법은 학문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공주대가 윤리위원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인턴확인서에 대한 대학의 자체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경심 교수 변호인과 검찰 입장은

정경심 교수 쪽 변호인은 재판부가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칠준 변호사는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공소장 변경 허가 전의 원래 공소사실의 유죄를 입증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모순된 주장이다. 2013년에 (위조)했다면서 (기존 공소장 내용인) 2012년 행위가 유죄라는 것이다. (검찰이) 모순된 주장을 이어갈 경우 법원에서는 증거가 없어서 무죄판결 할 수 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률로서가 아니라 법률 외적인 정무적·정치적 판단 하에서 서둘러서 기소했던 것이 끝내 이렇게 법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불허는) 비정상적인 검찰권 행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기소된 다음에는 검찰의 시간 아니라 법원의 시간"이라며 "지금까지 언론에서 계속 썼던 것은 검찰의 주장이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재차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검찰 측 입장을 다시 한 번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계속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하는 경우에는 변경 신청하려는 내용을 추가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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