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8일마다 1명의 여성 피해자가 발생했다

[현장]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분노의게이지' 토론회

등록 2019.12.11 13:04수정 2019.12.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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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관련 사전 포스터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행사 참여 안내 포스터 ⓒ 심옥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여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분노의 게이지' 10주년
기념포럼이 지난 10일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재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활동가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배우자나 애인 등 남성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피해자(주변인 포함)는 최소 2천 명, 한 해 평균 200명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7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727명으로 나타났으며,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386명에 달한다고 한다. 

최소 3.5일마다 1명이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인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살인미수 및 이에 준하는 위험을 포함할 경우 최소 1.8일마다 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에 불과하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남성 파트너로 인한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재재 활동가 발언 사진 인권문화국의 제재 활동가가 '분노의게이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심옥연

  
심영구 SBS 기자는 2014년 1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까지 1심 판결문(확정선고) 100건의 분석결과를 소개하였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성별 차이와 동기를 판결문을 통해 확인했고 폭력피해여성의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건은 34건 중 0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여전히 여성들의 저항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 연구위원은 여성살해와 국가통계 구축현황과 과제에 대하여 발제하였다.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 통계의 정확성이 요청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경찰의 범죄통계,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법무부의 여성통계,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을 중심으로 통계가 분산적으로 수집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특히나 '가정폭력'은 범죄통계원표상 '가정폭력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등에서 이 항목을 필수로 입력하도록 되어 있지 않아서, 통계치를 내는 데 있어 유효한 값이 너무 적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가정폭력 여부' 항목은 현실적으로 가정폭력의 발생건수를 지계할 수 있는 유일한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수사관들이 거의 입력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나, 피의자원표상 '피해자와의 관계'가 중요함에도 가정폭력의 주 대상인 '배우자' 항목이 빠져있어 친밀한 배우자에 의한 가정폭력이 계속하여 우리 사회에 은폐되어온 여러 정황이 확인되는 토론회였다. 
 

심영구 기자가 소개하는 방송 내용 판결문의 분석을 통해 본 성별 차이와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 심옥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분노의게이지'를 조사를 시작하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였다.

"2009년은 소위 성폭력, 가정폭력 방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해였고, 상담소와 쉼터, 여성긴급전화 등 관련 제도들이 제도화되고 정책상의 전달체계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던 때이다. 가해자의 변명이 아닌 여성들이 살해당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 수고로운 조사작업을 시작했다."


피해당사자들의 신고에도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 메아리치고 있는 "신고해도 안 될 것 같아서"라는 피해 여성들의 공권력의 불신감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하였다.

"'배우자폭력' 신고자의 1.7%만이 신고하는 저조한 신고율을 보여준다. 2017년 가정폭력 기소율은 9.6%, 2016년 성폭력 기소율은 33%에 그쳤다. 형사처리 하지 않고 가정보호건으로 처리하는 비율이 무려 34.8%에 이른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현행 제도의 끝도 없는 문제들을 줄곧 나열하였다. 이혼 소송이 시작되면서 더욱 불거지는 가정폭력가해의 심각성, 그런데도 면접교섭권이나, 부모교육-부부상담 명령 등을 통해 끊임없이 가해자를 만나게 하는 것은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가하는 2차 폭력임을 강조하였다.

앞으로 젠더문제를 비가시화하는 '부부폭력', '쌍방폭력'이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특히나 폭력의 본질을 호도하는 신생단어 '이별범죄', '안전이별'이란 단어 사용에 유감을 표명하였다. 낭만적 사랑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오해되는 이런 단어는 여성폭력/여성살해는 친밀한 인적관계를 이용한 가장 극심하고 잔인한 폭력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마무리 발언으로 '분노의 게이지'를 맡아 조사분석을 한 재재 활동가는 3년간 작업하면서 여성의 목숨값이 너무 허망했다고 말하며, 성차별과 젠더규범을 자기 이야기로 풀어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내고, 우리에게 행해지는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력과 권력의 문제들을 여성주의 언어와 시각으로 함께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발언하였다. 
 

마무리 발언중인 제재 활동가 토론회장에 발표와 사회를 맡은 좌측으로부터 심영구sbs, 제재활동가, 고미경대표, 송란희 사무처장, 윤덕경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 한국여성의전화

    
심영구 SBS 기자 또한 언론종사자로서 언론의 역할이라는 중요성을 되짚었다. 그는 <부부 살인 리포트 -아내 살해하는 남편>이라는 방송을 준비하면서 겪은 소회들을 전하며, 여전히 방송 요직의 수뇌부 또한 남성중심성이 가득함을 언급하였다.  

플로에서는 미투운동 가운데서도 발화되지 못한 가정폭력, 여성살해에 대한 대규모 집회 계획에 대한 질문과 이름도 사인도 남기지 못하고 친밀한 배우자-남자친구에 의해 죽어간 자살로 포장된 여성들의 죽음에 대하여 페미사이드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총선에 입각하여, 가정폭력당사자들 또한 중요한 표심임을 환기하며, 사각지대 없는 피해자지원정책을 위하여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로 '홧김에', '헤어지자고해서', '격분해서' 여성들을 죽음에 내몬 이와 같은 사례들을 기억하고, 일일이 엑셀에 숫자를 되새겨야 했던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폐미시국광장 6차집회 2019년 8월23일 여성의죽음을 추모하는 광화문 대규모 집회 현장 ⓒ 심연우

 
가정폭력피해여성 자립지원모델 개발에 이어 한 시간 휴식 시간을 두고 이어진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토론회장에서 느끼는 것은 변화다. 변화해야 할 시점이 왔고, 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가정폭력과 여성살해 에 대한 예산의 변화와 국가책임을 묻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뜨겁다. 국가는 이제 여성들의 분노에 정당한 변화와 예산투여를 하여야 한다. 

곧 있으면, 12월 25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법의 시행과 함께
2차 가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범죄피해가 보호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 온
#가정폭력 #세계여성폭력추방기간 #분노의게이지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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