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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님, 이건 해명이 필요한데요?

[게릴라칼럼] 전격적인 '한밤중 기소'에 대해

등록 2019.12.12 15:06수정 2019.12.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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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무엇보다도 처와 자녀 등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단 말이에요. 앞으로 구속될지도 몰라요.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죠? 그런데도 결정을 못 해요?" -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조국 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9월 6일 오후, 판사 출신 자유한국당 여상규 위원장은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느닷없는 말로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저녁 늦게 청문회가 재개되자, 여 위원장과 한국당 의원들의 본격적이고 노골적인 사퇴 종용이 이어졌다. 청문회를 마치자는 여당 의원들의 권유에도 아랑곳없었다.

당시 여 위원장은 "지금 후보자 처에 대해서 기소를 금방 할 것 같은 그런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그 기소 여부가 결정될 시점인 12시 이전까지는 회의를 진행해 봐야 한다"며 일방적인 진행을 이어갔다. 장제원 의원 역시 "(조국 후보자) 처가 기소되고 본인이 수사를 받고, 이런 법무장관이 과연 되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됐으면 기소될 거 아닙니까?"라며 "저녁 시간 동안 부인의 기소 임박이라는 기사 보셨냐. 청문회가 필요한가 싶다"며 조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표현대로 '가족 인질극'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오후 10시를 전후해 생방송 카메라에 한국당 의원들이 귓속말을 나누며 술렁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청문위원들이 압박을 이어가기보다, 무언가를 상의하고 조율하는 듯했다. 그리고 청문회 산회 직후, 검찰이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피의자 소환 조사 없이' 불구속기소 했다는 법원발 속보가 떴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 일부는 검찰의 기소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서 한국당의 사퇴 종용 자체를 검찰과의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비판했던 근거다. 당시 한국당 청문위원 중 검찰 출신이 넷(곽상도, 김도읍, 김진태, 주광덕 의원)이나 됐다.

지난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대대적인 첫 압수수색 이후 불과 2주 만에 이뤄진 정 교수에 대한 '무리한 기소'가 향후 '윤석열 검찰'의 발목을 잡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였다.

인사청문회 당일 이뤄진 수상한 기소

"검사님, 재판부는 토론하고 합의해서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결정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검사들은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까?"

10일 송인권 부장판사의 검사를 향한 일침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빔프로젝트까지 준비해 검찰의 공소 내용을 요목조목 지적했다고 한다.(관련기사 정경심 재판부 "검사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하나?" http://omn.kr/1luj8)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신청을 불허하면서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남국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이 허가될 것으로 전제해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려고 하니까 판사님께서 약간 화를 냈다"며 "'왜 이제야 추가 증거목록을 제출하느냐' 하면서 판사님께서 검찰에 '추가로 제출하는 증거목록이 공소사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두 차례나 반복해서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의 항의가 이어지자 송 부장판사가 호통쳤다고도 전해진다. 아울러 재판부는 각종 서류 복사와 관련해 재판 준비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났다"고 검찰을 나무란 뒤, (변호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먼저 나서서 "보석 검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압박을 두고, 법조인들 사이에서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1차 기소 당시 검찰은) 수사가 (제대로) 안 됐지만 처벌해야 되니까 기소부터 해놓고 수사하자는 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도 '이런 수사가 어디 있느냐'라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일관성 면에서, 일견 예견된 참극이었다. 지난달 26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송 부장판사는 1·2차 공소의 '병합 보류'를 결정하면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빠르게 진행하라고 종용한 바 있다. 또 공범 수사를 들어 모호하게 시간을 끄는 듯한 검사에게 "이번 주까지 하시라"고 제동을 걸었고, "정범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재판은 할 필요도 없다"며 일종의 면박을 주기도 했다.

결국 무리한 기소에 이은 빈약한 법적 근거에 따른 공소장 변경 신청이 재판부로부터 철퇴를 맞은 셈이랄까. 재판부가 강하게 나오자, 적지 않은 언론들이 법원의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만 해도 다소 건조하게 '병합 보류'란 헤드라인을 뽑은 것과는 온도 차가 상당했다. <연합뉴스>조차 "'정경심 공소장 변경' 제동…검찰, 수사·기소관행 성찰계기 삼아야"란 제목의 시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경심 재판부'의 질타, 쏟아진 비판

"물론 공판 준비기일 공방으로 유무죄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아셔야 합니다. 14가지 혐의든 140가지 혐의든, 1심 판결에서 9월 6일 한밤중 기소건이 무죄가 나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송경호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한동훈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중 적어도 한 명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9월 6일 한밤중 기소에 대해서 해명이라도 하셔야지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를 '인디언 기우제'에 비유했던 <시사IN> 고제규 편집국장이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동양대 표창장 기소'에 대한 '정경심 재판부'의 질타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수뇌부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강경한 목소리는 또 있었다. 10일 박훈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의견이다.

"공소장 변경이 불허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수사를 황당하게 했다는 것이다. 기소된 뒤 수사기록을 복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만큼 수사를 어처구니없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명운을 걸고 총력 수사한 것이 이 정도면 수사권 내려 놓아야 한다. 이것을 해결해야 할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마는."

또 2차 공판준비기일 당시에도 재판부의 제동을 두고 "한마디로 말해, 수사와 기소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던 양지열 변호사. 그 역시 '정경심 재판부'가 1, 2차 공소장의 "공범·일시·장소·방법·목적 등에서 모두 다르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검찰이 가진 공소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이 아닐까요?"라고 꼬집었다. "오죽하면 판사가 먼저 '이러면 보석을 검토하겠다'면서 질책했을 정도"라며.

윤석열 총장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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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 출범 초기, 정권의 개혁 의지가 강하고 힘이 강할 땐 외부에서 보기에 개혁하는 척한다. 하지만 실제론 시간을 끈다. 개혁안을 굉장히 천천히 내거나 어수룩하게 실수하는 척하면서. 또 내부에서는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등의 방법으로 개혁 세력을 지치게 만든다. 그다음 개혁에 반하는 여론을 조성한다. 개혁에 반대하는 학자들이나 언론을 이용해서.

법무부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인 김용민 변호사가 말하는 검찰의 '개혁 저지' 매뉴얼이다.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변호사는 그간 자신이 체득했다는 검찰의 '개혁 저항' 시스템을 설명했다. "매우 영리"하고 다년 간 시스템을 작동시켜 온 검찰이 작금의 조국 일가 수사와 청와대 수사를 통해 그 저항의 끝에 와있다는 것이다.

"원래 검사는 부패 범죄 수사가 필요하면 지금 권한 내에서는 항상 해야 돼요. 항상 잘해야죠. 그런데 검찰 개혁이 중요한 순간의 포인트일 때 부패 범죄 수사를 아주 예쁘게 잘합니다. 그러면 검찰이 박수를 받는 것이죠.

이게 검찰 개혁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검찰 잘하니까 조금 더 지켜보자. 그때만 잘하는 것이죠. 그리고 거의 마지막 단계로 보이는 것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 세력들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죠. 이것이 거의 마지막 단계이고 최근에 보여지고 있는 그런 저지 방법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넉 달 전만 해도 어리둥절했다. 청문회 당일 이뤄진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그러나 이제는 여러 법조 관계자들은 물론 재판부마저 검찰의 공소를 질타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개혁에 저항해온, 대법원 기자단 등 일부 언론과 보수야당 그리고 야당 내 검찰 출신 의원들을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이 몰랐던 것이 하나 있다. 2019년은 국민들이 '논두렁 시계' 보도에 현혹됐던, '쿨'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발적으로 서초동에, 여의도에 모인 국민들의 '검찰개혁' 목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노파심에서 하는 건데, 설마 9월 6일 기소 건에 대해서 공소 취소를 하는 건 아니겠죠. 공소 취소는 사실상 9월 6일 사문서위조 혐의 한밤중 기소가 '청문회용 기소', '낙마용 기소'라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그러니 버티셔야 합니다. 버텨야죠. 암만요."

고제규 편집국장의 반어법이다.

이미 검찰의 청와대 수사가, 조국 일가에 대한 '인디언 기우제'가 총선을 앞둔 정치개입이란 해석까지 나온 지 오래다. 검찰을 향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회의감도 늘어가는 중이다.

그러니 부디, 내년 4월 총선까지 정경심 교수 재판은 끝내 주시라. 질질 끌지 말고 상식적인 법 절차를 지켜가며. '한밤중 기소'로 출발한 '윤석열 검찰'의 개혁에 대한 저항, 그 끝엔 국민들의 상식과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자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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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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