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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7일, 우리집 아이들은 보물을 찾습니다

[70점 아빠 육아] 가족 보물찾기로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등록 2019.12.25 14:47수정 2019.12.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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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점 아빠 육아]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바로 '가족보물찾기'입니다. 제가 이벤트성 행사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것입니다. 매월 17일 아침은 아들과 딸이 보물을 찾기 바쁩니다. 등교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매월 17일로 정한 이유는 이날이 교사의 월급날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거금이 들어오니까요!


나름의 규칙을 설명하게요. 먼저 보물은 문방구점이나 마트 등에서 만원 이하의 물건을 삽니다. 두번째, 안전을 위해 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는 숨기지 않습니다. 셋째, 잊지 않고 16일 밤이나 17일 아침에 잽싸게 숨깁니다. 넷째, 어린이날(5월), 크리스마스날(12월), 아이들 생일(9월)이 있는 달에는 실시하지 않습니다. 더 큰 선물이 있기 때문이죠. 다섯째, 실마리를 조금씩 줍니다.

아이들은 17일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보물찾기에 나섭니다. 등교 준비에 바쁜데 말입니다. 찾지 못하면 그냥 등교합니다. 아마 선물이 뭘까 궁금해 하며 신나게 유치원, 초등학교에 가리라 믿습니다.
 

가족보물찾기날 매월 17일 밴드에 기록해 둡니다. 10번 정도 했네요.^^ ⓒ 추준우

   
17일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보물을 찾기 시작합니다. 딸아이는 아직 어려서 일부러 보물을 쉽게 노출하기도 하고 뚜껑만 열면 있는 곳에 둡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선물은 좀 까다롭게 숨깁니다. 항상 의외의 곳에 두어야 합니다. 기상천외한 곳에 두기도 하죠. 식탁밑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두기도 했죠. 

아들은 혼잣말로 '아빠는 분명 여기 두었을 거야'하고 찾기 바쁩니다. 언젠가 한번은 조용하길래 방에 들어가보니까 울고 있더라고요. 찾지 못해서 억울했나 봅니다. 그 다음부터 실마리(힌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10분이 지날 때마다 실마리를 줍니다. 예를 들면 '안방에는 없다', '네 눈높이쯤에 있다', '비슷한 색깔 사이에 있다', '크기가 어떻다' 등을 하나씩 말합니다. 그러면 이내 찾고 신나게 갖고 논답니다.

또 하나 그날은 맛있는 통닭을 먹습니다. 보이지 않는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날이니까 그렇게 또 하나 정했습니다. 처음 딱 한번 선물에 메모를 붙였는데 그 다음부터는 솔직히 선물 준비하는 단계부터 선택의 고통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메모는 그냥 생략하고 사서 숨기기 바쁘답니다. 그래도 한 번도 빠짐없이 했어요. 첫 기록을 살펴보니 2018년 8월부터 했네요. 선물은 참고로 퍼즐, 보드게임, 장난감, 인형 등이었네요. 
   

가족보물찾기 보물들 제일 찾기 어려웠던 오븐 속에 큐브^^ ⓒ 추준우

   
아들에게는 말합니다. 우리 부부 생일날, 결혼기념일은 "네게 선물을 받고 싶다"고요.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더라도 편지라도 꼭 쓰라고 교육합니다. 어릴 때 사랑을 받은 만큼 성인이 된 후 여러 이유를 대지 않고 우리 부부에게 문자라도 남기겠지요. 그것이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가족애로 똘똘 뭉치는 작은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친구의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으면 많이 축하해 주라고 교육합니다. 친한 친구라면 사탕이라도 하나 사 주라고 합니다. 친구의 좋은 일에 기쁘게 축하하고 배려의 마음을 실천하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제 이야기입니다. 5월 17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지요? 바로 어버이날입니다. 초등학교 때 카네이션을 사서 갔더니 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더라고요. 많이 당황했습니다. "카네이션 살 돈 있으면 딴 데 쓰라고요." 그 이후로 카네이션을 산 적이 없답니다. 

물론 그때는 사남매를 키우느라 힘드시니까 그런 말을 했겠지요. 결혼한 후에 5년이 지나서야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몇 차례 갔다왔습니다. 좀더 여유가 있어 유년기에 부모님에게 선물도 받고 여행도 갔더라면 부모님에게 더 효도를 하지 않았나, 불효자의 변명을 해 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허전하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채워드려야겠습니다. 우리 아들에게는 매달 선물을 주듯 어머니에게는 매달 제 얼굴을 보여드립니다. 잊지 않고 떡이나 과일을 사서 갑니다. 아주 가끔 빈손으로 갈 때 우리 아들이 묻습니다. "할머니께 뭐 사가지 않냐고?" 말입니다.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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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주로 입시지도를 하다 중학교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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