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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주민이 한 일

거제 외포항 풍경과 매미성

등록 2019.12.23 14:57수정 2019.12.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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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이리)를 넣고 끓인 생대구탕. 담백하고 깨끗한 맛이 일품이다. ⓒ 김숙귀


올해도 어김없이 담백한 생대구탕을 맛보러 남쪽 작은 항구, 거제 외포항으로 갔다. 거가대교를 지나 외포항에 도착하여 입구에 차를 세우고 먼저 구경에 나선다. 외포항은 대구를 사러온 사람들과 손님을 맞이하는 어민들로 분주하고 활기가 넘친다. 조금 들어가니 줄줄이 걸려있는 마른 대구 사이로 귀한 약대구가 보인다. 

암대구의 아가미와 내장을 빼내고 소금을 조심스레 밀어넣어 채운 뒤 산란하는 곳에 깨끗한 짚을 끼워넣어 해풍에 말린 것이다. 겨울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뱃속에서 꾸덕하게 마른 쫀득하고 차진 식감의 알은 약대구 최고의 맛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구를 사는데 나도 끼어서 구경한다. 실하고 몸집이 큰 대구는 5만 원, 그리고 곤(이리)을 품은 놈은 5천 원을 더 얹어 팔리고 있다. 올해는 날씨가 포근하고 수온이 높아 아직은 대구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에서 나와 텅 빈 어판장 근처를 어슬렁거리는데 때마침 조업을 나갔던 배 한 척이 들어왔다. 꽤 많이 잡아온 듯, 대구를 궤짝에 담아 내리기 바쁘다. ⓒ 김숙귀

 
연이어 들어서는 차와 사람들로 복잡한 항구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몇 번 들른 적 있는 식당에 들어가 생대구탕과 대구전을 주문했다. 이리를 넣고 끓인 생대구탕은 담백하고 개운하기 이를 데 없다.

명태와 함께 대표적인 한류성 어족인 대구는 한랭한 깊은 바다에 군집하다가 산란기인 12월부터 2월까지 산란을 위해 연안 내안으로 회유하는데 진해만과 동해 영일만 그리고 거제 외포항에 주로 분포한다.

산란기에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이 시기 대구맛이 가장 좋다. 또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대구는 비타민 A, B와 간기능강화에 좋은 타우린이 풍부하다. 대구탕을 맛있게 먹고 나니 겨울 추위를 이겨낼 힘을 얻은 것 같아 몸도 마음도 든든하다.
 

외포항 바로 곁에 있는 매미성.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쌓아올린 것으로 흡사 유럽의 중세시대 성을 연상케 한다. ⓒ 김숙귀

 
  

그저 돌만 쌓은 게 아니라 모양도 아름답게 꾸미고 군데군데 나무를 심어 푸르름을 입혔다. 혼자의 힘으로 성을 쌓았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더구나 작업은 아직도 진행중이었다. ⓒ 김숙귀


외포항에 온 김에 바로 곁에 있는 매미성도 둘러보기로 했다. 매미성이 있는 북항마을은 외포항과 4㎞ 거리이다. 마을 입구에 매미성에 대해 설명하는 표지가 서 있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쌓아올렸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 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한 것이 이제는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되었다. 그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작은 마을은 지난해 왔을 때보다 많이 변했다. 조용했던 마을은 이제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천천히 성을 한 바퀴 둘러본다. 그저 단순히 돌만 쌓은 게 아니라 곳곳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조경도 해놓았다.


성 위에서 바라보는 거가대교와 거제 앞바다의 전망도 볼 만하다. 성을 쌓는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니 그 수고로움은 차마 헤아리기 어렵다. 마을 안으로는 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길 건너편에 있는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성 위에 서면 거제 앞바다와 어부의 밥상으로 유명한 이수도, 그리고 거가대교가 바라다 보인다. ⓒ 김숙귀

#외포항 #대구 #매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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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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