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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도시' 신안에도 시장이 있습니다만...

더 많은 전통시장이 들어서길 바라며, 신안군 지도읍의 오일장을 찾다

등록 2019.12.20 09:22수정 2019.12.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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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읍 전통시장 전경 신안군 지도읍의 전통시장은 오일장으로 매월 3일, 8일에 장이 선다. ⓒ 강민구


압해도에서 지내며 평소 사진 촬영과 섬 여행을 즐기다가 좋은 물때를 만나면 어김없이 썰물 틈에 갯벌에 나가 낙지잡이를 해왔다. 압해도를 비롯한 신안군의 많은 섬은 다양한 특산물이 나지만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직거래나 소매가 어렵다.

섬을 찾는 여행자나 지역 주민은 맛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구입하고, 섬 지역 농・어민의 소득이 늘어나는 마땅한 대안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오일장의 역사를 가진 지도읍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도읍을 제외한 관내 13개 읍・면 소재지에는 아직 이렇다 할 시장이 없다.  

압해도에는 육지로 통하는 '압해대교'와 '김대중대교'가 놓여 있다. 올해 10월에는 암태도로 통하는 '천사대교'가 개통해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까지 차량으로 왕래가 가능해졌다. 압해읍 장감리에서 해남군 화원면으로 통하는 국도 77호선 연도사업이 이루어지면 가히 '사통팔달'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접근성이 좋아지고 유통이 원활해지는 만큼 상품과 사람이 모이는 시장 개설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주민이 늘고있다. 자유로운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지역 주민과 여행자가 교류하는, 만남의 공간으로써 각 읍・면에도 오일장이 생기기를 기대하며 그 해답을 찾아 지도읍 전통시장을 취재했다.

아침 일찍 개시하는 지도읍 오일장에 가려고 목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를 끊었다. 버스는 예정대로 무안군의 각 읍・면 소재지를 경유해 약 1시간 30분 만에 목적지인 지도읍 버스터미널에 이르렀다. 단출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읍내 터미널에서 장터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지도읍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 지도읍 오일장은 현재 신안군에서 유일한 오일장으로 농, 수산물이나 잡화를 취급하는 상인이 많다. 임자도나 증도, 무안군의 해제면 등지에서 장터를 찾는 사람이 많다. ⓒ 강민구

 

건어물가게에서 마른 멸치를 만나다 반찬으로도 쓰이지만 탕이나 국에 간을 내는 데 요긴한 마른 멸치. 시장을 찾는 어머님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꼭 들르던 건어물가게 ⓒ 강민구


매월 3일, 8일마다 장이 서는데 잡화나 의류 외에도 지역에서 나는 다양한 농・수산물이 집산했다. 시금치, 배추, 무, 양파 등 야채를 비롯해 건어물, 해산물, 해풍에 말린 건정, 젓갈 등 수산물이 주류를 이루는 한편 이 밖에 과일이나 주전부리를 파는 행상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숯불 화로에 능숙한 솜씨로 마른 김을 굽던 어른은 보들보들한 김 한 장을 건네며 시식을 권했다. 뜻밖의 선의에 감동해 선 자리에서 뜯었다.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여러 지역의 장터를 돌며 지낸다는 해태(김) 집 어른은 지도읍 인근의 임자면이나 증도면, 무안 해제면 등지에서 많은 지역민과 상인들이 온다며 이런저런 이야길 들려주셨다. 다른 지역보다 규모가 작지만,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섬에 있는 유일한 종합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자랑을 이었다.
 

지도읍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 장날이 되면 상점과 식당이 입점한 상가 상인 외에도 인근 거리에 좌판을 늘어놓고 상품을 파는 상인과 행상을 만날 수 있다. ⓒ 강민구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다른 지역에서 오일장을 찾아 다니는 상인이 꽤 있었다. 주전부리와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에서 옥수수빵과 삶은 옥수수, 핫도그를 사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렷다. ⓒ 강민구


'십 자'(十)형 상가에는 젓갈이나 수산물을 파는 상점이 즐비했다. 낯선 이의 사진 촬영 제의에도 반갑게 허락해주던 상인 어른들 덕분에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전통시장은 지도읍 읍내 상점가와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지역의 많은 주민이 손쉽게 왕래하며 필요한 물품과 음식 재료를 샀다.

곱게 치장하고 정갈한 복장으로 거리를 누비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친한 벗을 만나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 국밥집에서 반찬을 사이에 두고 숟갈을 들며 웃던 모습, 방앗간에서 떡이 만들어지는 동안 살갑게 이야기꽃을 피우던 모습을 만났다. 이처럼 정겹고 살가운 풍경이 또 있을까.
 

마른김을 화로에 올려두고 굽던 김집 사장님 마른김을 화로에 올려두고 굽던 어른 ⓒ 강민구

지도읍 오일장 내 상가 잡화를 비롯한 의류,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가가 대거 입점해있었다 ⓒ 강민구

겨울 찬 공기에 꼬득꼬득 건조되어가는 생선 겨울 찬 공기에 꼬득꼬득 건조되어가는 생선 ⓒ 강민구


상설시장이 아니라서 특별하게 느꼈다. 5일 간격으로 장이 서니 오랜만에 만나는 서로의 반가움은 아쉬움으로 남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쉬우니 또한 반갑지 않겠는가? 기다림으로 채우는 시간은 장터를 다시 찾는 주민에게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활발한 유통은 곧 농・어민의 소득 증대에 영향을 미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가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요즘이다. 잘 사는 농・어촌의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에는 시장 공간 마련과 활성화가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압해대교: 목포와 압해도 사이에 놓인 연륙교로 지난 2008년 개통했다.
*김대중대교: 압해도와 무안군 운남면 사이에 놓인 연륙교로 지난 2013년 개통하였다. 무안공항과 더불어 서해안고속도로, 무안-광주 고속도로와 연결돼 있다.
덧붙이는 글 신안군의 명소를 소개하거나 여행을 돕는 플랫폼인 '레츠고신안'에 기사를 송고하고 있습니다. 본 원문에 작성한 글과 다르지만 사진은 중복될 수 있습니다.

http://www.letsgoshin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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