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산다]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인도에도 겨울이 왔다

등록 2019.12.23 10:38수정 2019.12.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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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흔히 먹는 점심 인도에서 생활하며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 백두산


인도에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물론 문화가 다르다는 점도 있고 일처리가 느리고 절차가 복잡한 것도 있고 날씨가 많이 더운 부분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음식에 대한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매 끼니마다 음식을 해 먹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고, 요리 솜씨가 부족하다면 맛이 없을 가능성이 다분하니 그렇다.

그렇다고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건강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식당에서는 질이 좋지 않은 오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사용하는 오일의 양이 많아서 나에게는 지나치게 기름지고 소화가 어렵다. 그리고 인도 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여러 가지 향신료들 중에는 소화를 돕기 위한 뜨거운 성질의 것들이 많아서 나처럼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속 쓰림 증상을 유발하기 일쑤다.

흔히 젊은 나이에 인도에 유학오면 대부분 외식을 자주한다. 적어도 내가 겪어보고 직접 본 바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지속하면 건강상의, 특히 소화와 관련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여파로 공부를 이어가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지난 6년 가까운 대학 생활 동안 음식과 소화에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들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다. 초반에는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 몰라 자주 사 먹었고, 거의 매일 소화불량과 속 쓰림을 달고 살았다. 희망적인 부분은 공부를 하면서 내 몸을 이해하고 왜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지 알게 됐고, 생활과 건강이 점점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요리 실력도 점차 나아졌다. 

5년 6개월 동안의 대학 생활과 이전의 좋지 않은 식습관 생활 습관들에 의해서 몸에서는 계속해서 불균형이 일어나고 독소들이 쌓여왔다. 그 결과 졸업을 앞둔 시점에는 피부에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발진 증상이 일어났다. 어찌나 심했던지 밤마다 가려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피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동안의 좋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돌아보고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을 파악하고 개선했다. 그리고 몸 안에 잠재해 있는 독소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제거해나갔다. 그렇게 몇 달 간의 절제된 식생활과 치료를 이어나가면서 증상은 점점 나아졌다. 물론 몇 달 간의 치료로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겨울이 가까워 오면 다시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2년 동안 특정 계절에 맞춰 몸 안에 있는 독소를 제거해왔다. 이제는 겨울이 되어도 피부에 발진이나 가려움증을 느끼지 않는다.

의학을 공부하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은 큰 책임감을 요하는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내가 공부하는 내용을 내 삶에 적용하는 일은 더불어 더욱 어렵다고 느낀다. 공부하고 그걸 머리로 알고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고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에 개선할 점들을 남들에게 조언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나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가 그랬다. 흔히 그렇듯 스물이 되면서 음주를 배웠고, 군대에 가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뭐가 뭔지 모르고 마시게 되면 많이 마셨고, 담배도 많이 피웠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폭식을 했고, 야식 먹기를 즐겼다. 새벽에 자기 일쑤고 늦게 일어났다. 가끔 속 쓰림이 있고, 피부가 간지러울 때도 있었지만 잠시 그러다 곧 가라앉고는 했다.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10년 이상 지속해온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고, 계속해서 관찰하고 생각하고 노력해야만 했다. 조금 바뀌었나 싶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고, 그렇게 계속 반복됐다. 그래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몇 년 뒤에 약간은 변화된 나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럼으로써 문제가 되었던 부분도 점차 좋아지기 시작한다.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할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유르베다를 공부하고 이러한 것들이 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고, 향후 어떤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는지 이해하면서 점차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났다.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되었고, 음식을 급하게 먹고 폭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술은 가끔 맥주 한 두 캔으로 줄었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그날그날 요리한 음식을 먹는다. 내가 먹는 음식이 소화가 잘 되는지 주의 깊게 살피고, 배변 상태를 관찰한다. 그러므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균형된 몸의 상태를 유지한다. 

생활에서 가장 바꾸기 어려웠던 부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다. 항상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포인트는 일찍 자는 데 있다. 일찍 자려면 저녁 식사를 조금 일찍 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려면 전체 생활의 패턴을 그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속이 편안한 상태로 일찍 잔다면, 일찍 일어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번에 다시 인도에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한 두 가지 큰 원칙이 있었다. 첫째는 밤 9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 둘째는 방에서 영화-드라마 등을 일절 보지 않는 것이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아예 시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이곳도 겨울이라 밤과 새벽에는 꽤나 춥다. 그래도 이 시기가 낮에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좋다.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다. 그래서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과 주말이면 각자 한 가지 음식을 요리해서 테라스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는다. 평소에는 시간에 쫓겨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을 요리한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 진다. 이럴 때 함께 모여서 음식을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매우 좋다. 각자 준비하는 음식이 가지각색이니 다양한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더불어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외국인들을 위한 기숙사 학교에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기숙사 입구 사진입니다. ⓒ 백두산

 
지금 내가 지내는 곳은 외국인들을 위한 기숙사다. 이곳에는 브라질, 에콰도르, 네팔, 스리랑카, 이란, 케냐, 불가리아, 일본, 태국, 대만, 프랑스, 부탄, 러시아 등지에서 온 친구들이 있다. 언어도 문화도 생김새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아유르베다를 공부하고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만은 공통된다. 그렇기에 서로 많이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 저녁 7시 30분, 여덟에서 열 명의 학생들이 모여 아유르베다 고전을 읽고 해석하고 의견을 나눈다. 공교롭게도 이 모임을 내가 시작했고, 이들 중 내가 제일 선배다. 물론 우리들끼리 선후배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나 스스로는 책임감을 느낀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고전의 한 문장에서 여러 부분의 개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생각할 만한 부분들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러면 하루에 한 문장을 다 끝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즐겁고 활기차고 재미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한 발 한 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3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나가는 것이 이번에 세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거리에서 사탕수수를 팔기 위해 트럭에서 사탕수수를 내리고 있다. 한 쪽 거리에서 사탕수수 껍질을 벗겨내고 토막내서 팔거나 즙을 내서 팝니다. 겨울에서 3-4월 여름까지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 백두산

 
지금 거리에는 사탕수수를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금은 사실 좀 이른 시기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3월부터 더운 여름이 되면, 길거리에는 사탕수수를 깎아서 즙을 내서 팔기 시작한다. 또는 껍질을 벗겨낸 후에 작게 토막 내서 판다. 그러면 그것을 사서 입 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는다.(단물이 다 빠지고 나면, 내용물은 뱉어내야 한다.) 그러면 사탕수수에서 단물이 나오는데 맛이 아주 좋다.

우리가 먹는 설탕이 이 사탕수수에서 만들어진다. 사탕수수 즙을 짜내서 그 물을 끓인다. 계속 끓이면 수분이 날아가고 거무죽죽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는데 거기서 더 끓이면 반고체 상태가 된다. 이것을 재거리(Jaggary)라고 한다. 인도에는 이 재거리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이 재거리가 정제-표백 등의 과정을 거쳐 우리가 흔히 먹는 백설탕이 된다. 흑설탕은 재거리와 백설탕의 중간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자, 언젠가 인도에 온다면 그리고 길가에서 사탕수수를 파는 사람들을 본다면 과감하게 한 봉지 사서 잘근잘근 씹어보라. 달짝지근하니 맛있다. 사탕수수는 차가운 성질이 있고, 원기를 회복시켜주고, 열을 내려주는 등의 성질과 작용이 있다고 아유르베다 고전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 뜨겁고 원기가 부족한 여름에는 사탕수수 즙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너무 많이 먹지는 말자. 소화하기 쉬운 음식은 아니기에 적당히 먹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사람들이 많이 줄을 서 있는 상점에서 마시기를 권장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적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바로 짜내지 않고 짜내고 오래 지난 즙을 줄 가능성도 있고, 청결 부분에서도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바로 짜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나을 가능성이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내일은 사탕수수 한 봉지 사서 먹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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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를 전공하고 현재는 Gujarat Ayurved University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생활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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