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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신원미상 유골 발견 소장 "이상하다고 직감"

묘지개장 작업 현장 소장 "유골, 흙과 뒤섞인 채 발견…다른 곳에서 옮겨온 듯"

등록 2019.12.22 18:24수정 2019.12.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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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다수 발견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수십구가 나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선을 치고 있다. 이들 시신 중에는 무연고 사망자나 사형수 표식 없는 유골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5·18 행방불명자 관련성이 주목된다. ⓒ 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신원미상 유골 40여구를 발견한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증언이 나왔다.

22일 묘지 이장 업체 현장소장 A씨에 따르면 지난 19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개장 뒤 유골을 수습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이 자리는 법무부의 솔로몬로파크 조성 부지에 포함돼 도로가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공사 시작전 전 남아있는 묘지를 이장·수습하는 차원이었다.

여기에는 개인 묘 50기와 합장묘 2기가 조성돼 있었는데 봉분과 작은 비석까지 세워져 있어 외형상 일반적인 묘지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16일부터 시작된 작업은 봉분이 가장 컸던 합장묘 1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개인 묘 50기와 합장묘 1기를 수습할 때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A씨는 말했다.

정상적으로 수습을 마친 합장묘 1기는 땅 밑 1.5~2m 지점에 삽으로 판 듯한 직사각형 모양의 매장 공간이 있었다.

한 사람의 관을 묻기 위한 공간보다 더 크게 만들어져 있었고, 유골 20구가 흙으로 묻혀있었다.


이 합장묘는 1975년 조성된 곳으로 유골 20구가 묻혀있다는 교도소 측의 기록과 다를 바 없었다.

A씨는 "이해되지 않는 유골은 19일 봉분이 가장 큰 합장묘 1기를 마지막으로 수습할 때 나왔다"고 말했다.

작업자들이 봉분 흙을 걷어내고 표면에서 15~20㎝를 파 내려간 지점에서 생각지 못한 유골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씨는 "유골은 한곳에 모여있거나 정돈된 상태가 아니라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상태로 쏟아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어서 작업자들도 조심스럽게 유골을 수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골은 1m 아래에 묻혀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 바로 위까지 묻혀있었다.

A씨는 "유골은 정돈된 상태가 아니라 혼재되고 서로 섞여 있었다"며 "어디에서 어떤 뼈가 나올지 몰라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유골 아래에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약 가로 1m, 세로 1m 크기의 박스형으로 두꺼운 뚜껑이 덮여있었는데 이 뚜껑을 열자 유골 수십구가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묘 이장 20년 경력의 A씨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콘크리트 안에 있는 유골과 밖에 있던 유골을 서로 나눠서 수습했다.

그는 "유골이 콘크리트 안에 들어있었는데 그 위에서 왜 다시 매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20년 정도 이 일을 하다 보니 콘크리트 안밖에 있던 유골이 서로 섞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곳에서 수습한 유골이 몇구에 해당하는 것인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광주교도소(법무부) 기록에 적힌 41구의 유골보다는 훨씬 더 많은 유골이 수습됐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광주교도소 측에 '기록되지 않은 유골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그는 "흙더미 속에 있던 유골은 콘크리트 안에 있던 유골보다 많이 삭아있었다"며 "유류품 등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미뤄보면 다른 곳에서 유골 상태로 옮겨온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광주교도소 #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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