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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정치, 내가 사랑하는 20대 청년들이 한다"

[우먼 인 로컬 - 제주]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대책위원장②

등록 2020.01.03 07:10수정 2020.01.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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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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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대책위원장이 제주도청 인근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김아영

[우먼 인 로컬-제주]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대책위원장①

선택권 없는 제주 청년의 삶

- 녹색당은 엄격한 이상주의일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 "그래서 녹색당은 대안이 뭔가요?" 강연 내내 대안 이야기를 한 건데 그렇게 묻는 거다. 이젠 그 질문이 진짜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 '너네 사람 좋은 거 알지,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권할 건데' 그런 의미다. 그래서 우리가 정치 안으로 들어가려는 거다. 지금 선거제도개혁(패스트트랙) 거기까지 올린 사람들이 녹색당이다. 부족한 자원으로 어떻게든 원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집권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 녹색당이면 환경 관련 정책이 많을 것 같다.  
"제주에서는 환경과 관련해 관광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가 한 해에 1500만명 관광객을 받는데 대부분이 내국인이다. 특히 요즘엔 일본 관광 수요가 제주로 흡수되면서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 사드 때는 관광객이 쭉 빠져서 힘들더니, 요새는 일본 때문에 사람이 많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많아지고 적어지기보다는 외부의 요인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거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외 여건 때문에 제주가 흥하고 망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제주의 미래를 근본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 관광산업을 다시 생각하자는 의미인가.
"옛날부터 관광은 독려하고 촉진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미 유럽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에 세금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비행기 타고 왔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수십유로를 때린다. 이제 관광은 베네핏이 아닌 페널티 정책에 들어가 있다. 유럽이 어떤 규제를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 공통이 된다. 제주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해야 한다."

- 관광객이 많으면 제주에 피해가 큰가.
"제주는 연 1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수용하고 있다. 하와이가 한 해에 받는 관광객이 1000만 명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제주에 오명이 생겼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최고이고 1인당 에너지 사용량도 1위다. 제주 전체 소각장을 6년 동안 쉬지 않고 태워도 다 태우지 못할 쓰레기가 쌓여있다. 관광객들이 호텔에서 에어컨 켜고 불 켜고 하는 것도 도민들이 쓴 걸로 계산된다. 오폐수 같은 건 걸러지지도 못한다. 뭐든 포화 상태다. 제주도민에게 관광으로 계속 먹고 살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 관광으로 먹고사는 제주 사람도 많은데.
"내 주변의 똑똑한 청년들이 면세점이나 카지노 딜러로 일한다. 규모가 크고 페이가 좋다. 제주의 산업이 그렇게 재편되어 있으니까, 우린 선택권이 없다. 그런 직업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제주 청년들은 자기 미래가 뻔하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필요한 일인가를 질문하지 않고 취직을 한다. 제주의 현재 산업 구조 속에서 제주 사람들은 선택권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다."
   
완전히 다른 정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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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고은영 현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대책위원장의 선거 유세 모습. ⓒ 고은영

 
- 제주 제2공항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서울 시민이 필요없다고 하는데 은평구에 구민 동의를 받지 않고 활주로를 깔겠다라고 하는 사업과 똑같다. 제주도지사와 국토부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서귀포 성산읍에 공항을 짓겠습니다라고 발표를 했는데,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이 주민 반응을 살피려고 마을에 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단다. 도민들이 원했다고 하는데 물어보지도 않았던 거다.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공항이 필요하냐가 아니다. 아까 문제제기했듯이 제주의 지속가능성과 도민들의 미래 결정권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 요즘 주력하는 활동은?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올해 강원이랑 남부 지역에서 가을 태풍을 세 번 맞았다. 아마 이번에 서울에서 무 비싸게 사셨을 거다. 월동 무의 절반 이상을 제주에서 재배하는데 이번에 무 농사가 안 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수류탄이라면 기후위기는 핵폭탄이라고들 한다. 녹색당은 이런 일들에 정부와 각 지방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압박하는 일을 하고 있다."

- 다음 정치는 어떤 모습이 될까?
"듣도 보도 못한 정치가 나올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20대 여성 청년들은 정말이지.(감탄) 서귀포에 사는 20살 녹색당 청년이 있는데, 뉴질랜드 녹색당 국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추천서를 써드렸다. 9월에 갔고 11월 말에 돌아온다.

그 분이 관련해서 언론 기고를 하면서 사진을 보냈는데, 자신을 까맣게 탄 모습으로 표현하면서 과감하게 사진을 찍었더라. 겨드랑이도 제모가 안 된 채로 노출되어 있고. 그거 보고 처음엔 말렸다. 너 앞으로 무슨 일할지 모르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은 안 지워진다고. 그런 거 보면 나도 꼰대다. '부머(Boomer)'다. 그가 자신의 세계를 쭉 이끌고 나가는 게 너무 멋있다. 나는 산업화의 끝물 세대다. 이 다음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세대가 올 거라는 기대가 있다. 우리가 어떤 선을 뚫어줘야 이들이 올 수 있다."
  
인터뷰 사진 촬영 장소로 그는 제주도청을 꼽았다. 작년 지방선거 때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들어갈 것을 다짐한다는 뜻에서였다. 도청 입구 계단에는 화분이 가득했다. 도청 앞에 시위가 계속되자 화분으로 막아둔 것이라 했다. 이 화분이 치워질 날이 올까. 화분 앞에서 고은영 위원장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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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변화를 지난 11월 27일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대책위원장이 제주도청 앞에 섰다. ⓒ 김아영

 
#고은영 #제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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