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가 이렇게 일본땅에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후쿠오카 조선학교 방문기

등록 2019.12.24 10:58수정 2019.12.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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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전청년회에서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후쿠오카 조선학원을 방문하고 쓰는 여행기입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선말과 조선의 문화를 지키며 공부하고 있는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2005년 '우리학교'라는 영화를 통하여 처음 접하였다.

그 이후 금강산, 개성, 평양을 오가며 많은 교류도 진행되고 통일의 밝은 미래가 계속 그려지는 상황이라 재일동포들의 삶에 대하여 다시금 잊고 살아왔다.

하지만 금강산관광이 막히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경색된 나날 속에서 최근 위안부, 강제징용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다시 재일동포들의 삶과 조선학교의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차별이 존재한다. 여성, 장애인, 아동, 인종 이라는 차이가 있으면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해 여러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학교를 일본정부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무상교육에서 배제하는 차별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조선이라는 말이 어색하다, 왜냐하면 난 살면서 평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충성을 다하라는 말을 듣고 살아왔고 군대도 다녀왔다. 그들이 왜 일본정부로부터 차별을 받는지, 왜 조선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궁금했다.

힘들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사람들
 

후쿠오카조선학교 중급부 한 교실의 수업시간. 학생들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진지했다. 이따금 웃음소리도 터졌다. ⓒ 심규상

 
조선학교를 방문하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후쿠오카에서 기차로 5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오리오역이라는 곳에서 내려 10분정도 가니 후쿠오카조선학교가 있었다. 많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도착한 학교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런데 일본정부의 지원이 없어 동포들이 사비로 운영하는 학교라 많이 노후화 되었을 것 같았는데 너무나도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교문을 들어서자 마자 유치부 학생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그냥 아빠의 미소가 나왔다.

조선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교장선생님과 교원들이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반겨주었다. 여느 외국여행에서도 한국말 쓰는 사람을 보면 돌아보게 되는데 아주 자연스러운 인사가 다가왔다.

오전 시간에는 학교에서 준비해주신 교실에서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을 돕고 있는 기요다 미키 변호사로부터 조선학교의 유래와 고교무상화 배제, 재판상황 등에 대해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요다미키 변호사는 일본인 특유의 제스처들을 사용하며 우리의 질문에 명쾌한 대답과 조금 난해해 하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두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가장 기억 남는 것은 '왜 일본이면서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을 돕는가?'라는 질문에 '고등학생 때 조선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조선학교와 재일동포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은 내 친구를 차별하는 것과 같다'라는 대답이였다. 우리는 과연 차별을 받고 있는 내 친구나 주변사람을 위하여 얼만큼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일본인이 조선학교의 문제를 자기 일처럼 나서는 것에 대하여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 이어진 박광혁 교감선생님으로부터 후쿠오카 조선학교의 역사와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 조선학교 고교무상화의 배경과 어려움들, 함께 교류하고 있는 단체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또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는 학생들도 만나고 학교측의 배려로 중고급학생들의 수업 참관과 소조(동아리)활동을 직접 보는 기회가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배우는 책안에는 남 또는 북만 있는게 아니라 남북의 경계가 없는 한반도를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에 대해서도 간략히 적혀있는 것을 보고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언제든 남북에 여행을 가면 어색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고교무상화 재판을 하는 재판장들에게 직접 와서 학생들이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안되어 영상으로 제작된 조선학교의 일상들을 보았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아베정권에 대한 분노, 지소미아 폐기 등을 위한 싸움이 계속 되고 있다. 100년 전에는 이땅에 일본의 침략에 항거하여 3.1운동이 벌어졌다. 해방은 됐지만 일본은 아직도 우리를 100년전 자신들의 속국인양 우리를 무시하고 제잇속만 채우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재일동포들의 삶과 조선학교에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다. 그런 조선학교의 차별을 대한민국땅에서 알리고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하기 위하여 간 자리였는데 아직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학교에서 만난 분들이 공통되게 얘기해주신 조선학교가 이렇게 일본땅에 있고 우리의 말과 역사,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하여 힘들지만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있다라는 것을 한사람한사람에게 알려주면 된다는 것을 상기하고 천천히 해나가면 될 것같다.

재판 과정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친절히 알려주신 기요타 미키 변호사님, 지금은 조선학교에서 먼 곳에서 살고 계시지만 우리를 안내해주시고 통역을 해주신 주영덕 선생님, 반나절 동안 열심히 조선학교를 설명해주시고 안내해주신 교감선생님, 귀찮을 수 있지만 조선학교를 알리기 위하여 수업중에도 우리를 받아주신 선생님들,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밝은 모습 웃어주고 좋은 공연을 보여준 학생들.

조선학교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사실 꿈만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 다시 보러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선학교가 있고, 조선학교에 학생들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보고 조선학교를 지키도록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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