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서평] 스웨덴 교수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

등록 2019.12.27 16:08수정 2019.12.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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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일들이 많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빈곤으로 인해 적절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건이나 의료정책이 제대로 설립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도 있고,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기후 변화 역시 큰 문제다.

그렇다면 지구는 점점 나빠지고만 있고 세계는 디스토피아로 향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선진국이 아닌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국민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종종 언론에서 볼 수 있는 비극적인 국제 소식은 이런 생각을 강화시켜준다.


이런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 있다. 세계가 점점 나아지고 있고, 역사적으로는 물론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인류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세계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팩트풀니스 ⓒ 한스로슬링


'팩트풀니스'는 스웨덴인 의사이자 보건 교수인 한스 로슬링이 쓴 책이다. 그는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를 공동으로 설립한 사람이자 경제발전, 농업, 가난과 건강 사이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학자다. 그는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가상의 인식에 따라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느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제목 '팩트풀니스'는 책에서 '사실충실성'이라는 단어로 쓰인다.

저자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평범한 사람이나 아주 똑똑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전문가 모두 사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세계에 대한 간단한 객관식 테스트(사망자 수, 여성의 교육, 전기 공급에 대한 질문)에 매우 낮은 정답률을 보인 것이다. 일례로, 저자는 오늘날 많은 수의 아동이 예방접종을 받지만 평균 13%만 정답을 맞혔다고 밝힌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이것이 그저 무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오답을 냈다고 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이고 더 가망없고 더 극적인 곳으로 인식한 것이다.
 
사람들이 내 질문에 무척 극적이고 부정적인 답을 하는 이유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 탓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27P
 
저자는 극적인 본능과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과 싸우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다양한 도표와 자료를 예로 들어, 세상이 극적인 세계관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인구의 75%는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극단적으로 빈곤한 나라와 부유한 선진국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나라는 그 사이에서 위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살고 넉넉한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로 국가들을 분류하고 있다.

저자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대신 소득수준별로 나누어 분류한다.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하루 1, 4, 16, 32달러를 버는 국가의 1,2,3,4단계로 분류된다. 저자에 따르면 200년 전만 해도 세계 인구의 85%가 1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오늘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중간층인 2단계와 3단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1950년대에는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에 해당하는 생활수준이었다.

물론 저자는 이런 이야기가 지금의 세상에 만족하라는 주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세상이 좋아졌으니 불평불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다보면 암울한 전망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작은 문제에 대한 큰 과장은 양치기 소년처럼 결국 진실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낸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일일수록 차근차근 사실에 기반하여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주제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어디서 왔는지도 분석한다. 언론 입장에선 모든 일들이 점점 지속적으로 좋아진다는 뉴스를 보낼 수가 없다. 이런 심심한 뉴스 대신 자극적인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인기가 있다. 또한 언론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착각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일단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직선적으로 계속해서 일정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위험에 굉장히 민감하며, 시급한 일에 주목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는 온전하게 경제성장을 이루어서 국민들이 학교에 다니게 된 나라보다는 테러와 정세불안이 끊임없는 나라를 더 잘 기억하게 된다.

때문에 저자는 일반화 본능, 남을 비난할 사람을 찾는 본능, 다급함에 대한 본능 등을 피하고 사실에 충실한 접근을 할 것을 권한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열어둘 것을 권한다.

단순히 지금에 만족하라는 주장은 개선가능한 점을 감추고 문제의 존재를 속이려는 기만적인 태도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 변화를 통계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사람들이 가진 문제가 점점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덜 스트레스 받아도 되며, 우리가 낸 세금이 각 국에 잘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된다고 권하기 때문에 그런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어려운 국가의 미래에도 희망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불행한 이들에게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절망적인 극빈층은 늘 그렇게 보여왔으니까.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도 심각한 기근과 무력 충돌에 시달리던 때는 구제 불능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옷장에 있는 의류 대부분을 이들에 있는 의류 대부분을 이들 나라가 생산하지 않을까 싶다. -245P
 
온건하면서도 강력한 주장이다. 이 책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서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길 바란다.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은이), 이창신 (옮긴이),
김영사, 2019


#세계 #인구 #진보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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