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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1년, 편집기자의 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시민기자의 프로듀서'로 뛴 2019년을 보내며

등록 2019.12.27 10:35수정 2019.12.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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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오마이뉴스 에디터의 사는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지난봄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한 여행 기사를 검토하고 있었다. 봄이면 밀려드는 전국의 꽃놀이 기사에서 조금 비켜난, 마곡사의 봄 이야기. 크게 인상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시민기자가 취재 경위에 쓴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 기사(공주 태화산 마곡사 겨울 이야기)에 이어 봄 이야기입니다. 본문에 겨울 이야기를 링크로 연결해 두었습니다. 이어서 여름 이야기도 준비할 예정입니다.'

'응? 이게 뭐야, 한 곳을 계절마다 방문해서 쓰시는 거였어?' 이 글을 보기 전까지 시민기자의 큰 그림을 전혀 몰랐다. 궁금한 마음에 이전 기사를 찾아 보았다. 그 첫 번째 기사의 취재 경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백범일지에 나오는 마곡사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 잡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백범당에서 머물렀다든지, 백범당에 걸린 휘호가 사산대사의 시라든지, 마곡사에서 3년 머물렀다는 것들이 모두 잘못된 내용이었습니다. 원고에서 마곡사와 관련하여 백범일지에 나오는 부분은 정본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마곡사의 사계 기사 보러 가기 (http://omn.kr/1m4yg)

와, 시민기자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이런 취지로 계절마다 마곡사에 가고 그걸 기록으로 남기시다니 멋지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전혀 상관없는 그만의 1년 프로젝트. 시민기자의 말대로 이후로 마곡사 여름 이야기도 기사로 봤고, 가을 이야기도 봤다. 마지막 기사에서 시민기자는 '마곡사 사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고 썼다.
 

'마곡사의 사계'를 계획적으로 다루신 시민기자. ⓒ 최은경

 
1년 동안 신경 써서 기사를 써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렸다. 어쩌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알고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다음에는 덕유산의 사계를 기록하신다고 취재 경위에 남겨 놓으셨으니 말이다.

보통 1년의 계획은 연초나, 연말에 세우는데 이분은 달랐다. 어느 해는 겨울에 시작했고 또 어느 해는 여름에 시작했다. 이 시민기자 말고도 1년의 계획을 어느 날엔가 시작하는 분들이 있겠지. 그렇다면 편집기자는 어떨까. 이쯤에서 편집기자의 1년을 돌아본다. 편집기자들은 보통 12월에 그다음 해 사업계획이란 걸 세운다.

"사업계획을 짜라니... 저는 그런 말이 처음이었어요. 제가 사업을 계획한다는 게 너무 생소했어요."

이주영 편집기자의 말이다. 취재기자에서 편집기자로 업무가 변경되고 나서든가. 다음 해 사업 계획을 짜라는 선배의 말이 생소했다는 이야기였다. 취재기자는 기사 아이템이나 기획을 준비하지 사업을 기획하지는 않는다고.

그와 달리 나는 편집기자로 일한 16년 동안 매년 사업 계획을 준비했던 것 같다. 편집기자가 하는 사업계획이라는 게 거창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전혀! 그보다는 어떻게 시민기자와 1년을 일할 것인가, 하는 계획에 가깝다.

'시민기자의 프로듀서가 되자'는 목표

3년 전 라플(라이프플러스의 줄임말, 사는이야기/여행/책동네 분야 전담)이라는 팀을 맡으면서 후배들과 한 해 목표를 정했다. 에디터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시민기자의 프로듀서가 되자'는 것이었다.

라플에는 전담 취재기자가 없다. 오로지 시민기자와 편집기자가 한 팀이 되어 1년을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운명공동체랄까. '시민기자들 활동이 활발할수록 팀도 잘 돌아가는 거고, 팀이 잘 돌아가면 시민기자들 활동도 눈에 띄게 달라질' 거라고 여겼다.

지난해부터는 팀원이 3명에서 2명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계속해서 시민기자들의 프로듀서가 되어 시민기자들이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어떤 기사를 쓰면 좋을지, 기획하고, 필자를 발굴하고, 연재를 생성했다. 고맙게도 하나의 연재가 끝나면 시민기자들은 꼭 출간 계약을 했다고 알려왔다. 편집기자로서 이보다 보람 있는 순간이 또 있을까. 그 중간에서 이주영 편집기자가 한 해 동안 애를 많이 썼다.
 

대구경북 지역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주영 편집기자. ⓒ 최은경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흔들리는 시민기자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이런 글을 써보시면 어떠냐'라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비혼일기' 연재를 마친 신소영 시민기자가 다음 연재를 구상할 때 '30대인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제안한 건 이주영 기자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30대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이다(이 연재 역시 출간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다). 강대호 시민기자가 쓴 '내 인생의 하프타임' 연재도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도왔고(이 연재 역시 출간 제안이 왔다는 소식이다), 아파트 생활을 접고 빌라에 간 이야기도 기사로 쓸 수 있게 독려한 것도 이주영 기자였다.

특히나 올해는 두 달에 한 번씩 지역 시민기자들을 만났다. 한 해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부터 1박 2일로 마산·창원/대구·경북/광주·군산 지역 시민기자들을 만났다. 16년간 일하면서 이렇게 한 후배와 출장을 자주 다녀본 기억은 없다.  

그리고 뉴스레터까지. 역시 지난 7월부터 내가 편집기자의 사는이야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일주일에 한 번 쓰면, 이주영 기자는 격주로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쓴 글과 시민기자가 참고하면 좋을 내용으로 이주영 기자가 픽(pick)한 기사, 그리고 기획 비하인드나, 시민기자 관련 소식을 담아서.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더 잘 쓸 수 있게 하기 위한 마음이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SNS에 이런 소회를 남겼다.

"시민기자를 대상으로 뉴스레터를 연재 중이다. 기사 유입을 높인다거나 매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류의 야심 찬 각오로 시작한 일은 아니다. 시민기자의 기사를 검토하다 보면 뭉클해지거나 겸허해지는 순간이 있다. 내가 그분들의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배울 때 느끼는 감정이랄까. 좋다, 참 좋다 하는 마음을 활자로 단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전격적이면서도 공익적으로다가(?)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시작한 것이 에디터스 레터다.

그런 연유로 나는 누군가에게 멋지다, 감사하다는 편지를 격주 화요일마다 쓰고 있다. 지난 7월 여름에 시작했는데 벌써 크리스마스이브다. 5개월 정도 하니 잔고가 바닥난 것처럼 할 말이 궁해지는 기분이다. 언젠가는 끝을 내겠지만 일단은 즐겁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볼 생각이다. 칭찬이 업무라는 건 꽤 근사한 일이니까."

에디터스 레터 신청하러 가기 (http://omn.kr/1jyb3)

팀의 목표에는, 시민기자의 프로듀서가 되자는 내용도 있었지만, 에디터로서 잘 성장하자는 것도 있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일의 기쁨과 슬픔'을 견디며 나는 성장의 길목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몇 걸음뿐이었다고 해도 괜찮다. 분명한 건, 시민기자의 기사를 보고, 시민기자를 만나는 시간을 통해 배운 게 더 많으니까. 그걸로 2020년 또 뭐라도 하겠지(^^).

끝으로 지난 1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고군분투한 후배 이주영에게 '좋다, 참 좋다 하는 마음을 활자로 단정하게 표현하고 싶다'. 2019년이 그에게도 조금은 근사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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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은경의 그림책 편지'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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