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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22일, 조국의 '혹독한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압수수색부터 부인 구속, 26일 영장실질심사까지... '조국 수사' 결정적 장면 4가지

등록 2019.12.26 18:54수정 2019.12.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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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받는 조국 전 장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청와대 감찰 무마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거친 검찰개혁의 완수자에서 부부 동시 구속 위기로 떨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개월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야기다.

26일 오후 그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는 이미 10월 24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감찰 의혹'에 따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24일, 정 교수 면회를 다녀오기도 했다.

장관 사퇴 후 2개월여 만에 카메라 앞에 선 조 전 장관은 "(오늘이) 첫 강제수사 후 122일째"라며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그가 말하는 "혹독한 시간"을 어떻게 평가할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4개월을 네 가지 주요 장면으로 정리했다.

[장면 ① 8월 27일과 9월 6일] 검찰, '조국 대전' 한 가운데로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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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오후 단국대학교 천안병원 연구동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아무개(28) 씨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연구논문에 참여해 제1저자로 등재된 것과 관련해 장영표 교수의 연구실적 자료 등을 압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 27일 오전 9시 15분경 서울시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기다리는 취재진에게 후보자가 평소처럼 출근하긴 어렵다고 알렸다. 곧이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가 후보자 가족 관련 압수수색을 집행 중이라는 공지가 나왔다. 오후 2시 24분 뒤늦은 출근길에 나선 조 후보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관련 기사 : 뒤늦은 출근길 조국 "의혹만으로 법무검찰 개혁 차질 안돼").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 검찰이 후보자 관련 수사를 개시하는 일은 사상 초유였다. 이례적인 상황은 계속 됐다. 청문회 직전까지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거침없던 수사팀은 청문회 당일인 9월 6일 오후 10시 50분 정 교수를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표창장이 2012년 9월 7일자로 발급된 점을 고려하면, 공소시효(7년)가 끝날 상황이라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 국회의 시간 지배한 검찰, 대통령의 시간 겨누다).

[장면 ② 9월 23일] 또 사상 초유... 현직 장관 자택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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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검찰 수사 팀장과의 전화통화가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가족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기가 시작됐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 교수뿐 아니라 조 장관 본인이 직접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에 관여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검찰은 9월 23일 현직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다시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사흘 뒤 국회 본회의장,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장관에게 압수수색에 나간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제 처(정 교수)가 놀라서 (전화)연락이 왔고, (해당 검사에게) '처의 상태가 안 좋으니 차분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심히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관련 기사 : 조국 대 검찰 정면충돌... 검찰 "전화, 심히 부적절").

[장면 ③ 10월 23일] 정경심 교수 구속... 검찰, 조국 정조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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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착하는 정경심 교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10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검찰은 점점 더 정 교수를 압박해나갔다. 자녀 입시 의혹에 이어 사모펀드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펀드와 얽힌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구속됐다. 다음은 정 교수 차례였다. 조 장관이 가족 수사 등을 이유로 사퇴한 지 딱 일주일 되던 10월 21일, 검찰은 자녀 입시 의혹와 사모펀드 문제, 증거은닉 등으로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단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 방어권 보장 등을 내세워 불구속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정 교수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현재까지 수사 경과를 볼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10월 24일 오전 0시 18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검찰은 추가 조사를 마무리한 뒤 11월 11일 정 교수를 14가지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남은 것은 조국 전 장관이었다(관련 기사 : '정경심 구속'... 조국 턱밑까지 겨냥한 검찰).

[장면 ④ 바로 오늘] 이젠 조국이 위기... "혹독한 시간"은 여전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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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걸린 조 전 장관 관련 현수막. 2019.11.11 ⓒ 연합뉴스

 
곧이어 조 전 장관의 조사가 두 차례 이뤄졌지만 검찰은 좀처럼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 시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2017년 민정수석 시절, 조국 전 장관이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덮기 위해 감찰을 중단했다는 의혹을 살펴봐온 수사팀은 12월 23일 조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조 전 장관은 12월 26일 오전 10시 반부터 약 4시간 20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 '구속 위기' 조국 "혹독한 시간 견뎌... 법원 믿는다").

법원이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하더라도 진짜 싸움, 재판이 남아있다. '가족 수사'를 진행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연내에 조 전 장관을 기소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서울동부지검도 신병 확보와 별개로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진행하는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에서도 그의 이름이 등장할 수도 있다. 조 전 장관의 "혹독한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국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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