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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사람보다 침팬지가 빨랐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38] 기술이나 물건 전파와 관련한 인간의 진화와 문명에도 시사점

등록 2019.12.30 16:25수정 2019.12.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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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 행위는 인간의 전유물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인간만 타자에게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깝고, 또 사람 다음으로 머리가 좋은 침팬지에게서도 다른 개체를 돕는 행동은 자주 목격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공유 경제'가 사회적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물건이나 기능 등을 나눠씀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게 공유 경제의 뼈대인데, 침팬지 사회에서도 원시적이나마 이런 현상이 있다.

그러나 물건을 나눠쓰고 무엇인가를 교육하는 정도에 있어서 침팬지 집단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약 20여 년의 오랜 관찰을 통해 최근 확인된 사실이다. 어쩌면 인간 사회에서도 국가마다 혹은 지역마다 이런 '문화'나 경향성에 차이가 있는지도 모른다. 
  

구알루고 지역의 어미 침팬지가 새끼 침팬지에게 나뭇가지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 크리스 워커(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미국의 세인트 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 등을 필두로 한 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 콩고와 탄자니아의 국립공원 지역 등에 서식하는 침팬지 집단을 비교한 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에 비교 연구의 대상이 된 침팬지 집단은 콩고의 구알루고와 탄자니아의 곰비 지역에 사는 것들이었다.

두 지역 침팬지는 모두 단백질원으로 흰개미류를 주식으로 했다. 그러나 서식지 특성상 구알루고에서 흰개미 '낚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두 지역 침팬지 모두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흰개미 굴에 집어넣어 흰개미를 끄집어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침팬지 어미는 새끼에게 흰개미 낚는 법을 알려주는데, 낚기가 어려운 구알루고 지역의 어미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새끼를 도왔다. 즉 어미가 하는 걸 본 새끼가 원하는 대로 흰개미 낚기용 나뭇가지를 넘겨주곤 한 것이었다.
 

아프리카의 침팬지 주요 서식지. 구알루고는 지도 중 3번의 북동쪽 지역(검은 점)에, 곰비는 4번의 남동쪽 지역(검은 점)에 위치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연구팀 일원인 워싱턴 대학의 크리켓 산츠 교수는 "구알루고 침팬지들은 곰비 침팬지보다 3배가량 더 자주 흰개미 낚기용 나뭇가지를 새끼들에게 순순히 넘겨주곤 했다"고 말했다. 반면 곰비 침팬지 어미는 나뭇가지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새끼의 청을 야박하게 거부하는 경우가 흔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동영상(https://youtu.be/3pq1JE_grFk)은 두 집단 간의 흰개미 낚기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양쪽 침팬지의 두뇌 능력이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이런 차이는 결국 침팬지들이 처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먹이를 얻기가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 놓일수록 도구를 공유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다는 얘기이다.


양쪽 침팬지 집단의 이런 차이는 인류의 진화와 문명에 관해 시사점이 적지 않다. 노하우나 기술의 공유가 활발할수록 어려운 환경 혹은 역경을 헤쳐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천이 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추론이기도 하다.
#침팬지 #공유경제 #진화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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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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