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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도움 없이 흑산도 6학년 아이들이 벌인 일

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졸업 전 섬 위해 봉사하고 싶어서 해안가 청소

등록 2020.01.03 16:45수정 2020.01.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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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양환경오염이 심화하면서 국민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양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여 섭취하는 바닷새, 조류가 만들어낸 인공 쓰레기 섬 등 환경과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이 소개되면서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국민 사이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거나 환경을 정화하는 데 노력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반도의 섬이나 해안선에 해마다 많은 쓰레기가 몰리고 있다.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신안군 흑산도 흑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뜻을 모아 섬을 청소하는 작은 단체를 만들어 환경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졸업을 앞둔 6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섬청마'(섬을 청소하는 마스터즈) 팀이다. 이들은 중학생이 되기 전에 고향인 흑산도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당차고 멋진 포부를 밝히며 지난 1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섬 안의 마을과 해안을 순회하며 청소 활동을 해오고 있다.
 

흑산도의 배낭기미해변에서 만난 흑산초교 학생들 우연찮게 흑산도 예리에서 섬청마 활동 안내문을 발견하여 곧바로 활동구역인 배낭기미해변으로 향했다. ⓒ 강민구

  

배낭기미해변에서 해안을 따라 청소하는 흑산초교 학생 새의 깃털에서부터 유리조각처럼 작은 쓰레기나 큼지막한 해양 어구까지 크기나 무게를 따지지 않고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청소를 해갔다. 마냥 사진만 찍기가 미안해서 힘을 보탰다. ⓒ 강민구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학생들이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례는 흔치 않다. 지역민 사이에서 귀감(龜鑑)이 되는 이유다. 아이들의 활동을 2박 3일간 동행취재 하고 학교로 가 직접 아이들을 만나봤다. 6학년 학생 가운데 반장으로서 '섬청마' 활동을 주도하는 정성운(132) 군과 인터뷰를 했다.
 

섬청마 활동의 리더로서 인터뷰에 응해준 정성운(13세) 학생 야무지고 씩씩하게 청소를 하고 솔선수범하며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섰던 정성운 학생은 섬청마(섬을 청소하는 마스터즈)가 이웃 섬에도 널리 전파되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강민구

 
- 섬청마 학생들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으며 몇 명이 활동하고 있나요?
"네. 학생들은 흑산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들로 모두 9명이 청소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이런 활동은 처음에 누가 기획했나요? 그리고 기획하게 된 배경이 있는지요.
"사회과목 수업 중에 비정부기구와 관련된 팀별 학습과제를 고민하다가 섬이라는 해양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흑산도의 마을과 해안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참여하는 학생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계획한 일정에 맞추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흑산도에서 나고 자라왔는데 평소에 너무 더러운 환경을 익숙하게 보아왔어요. 좀 더 깨끗한 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청소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청소도구나 집기, 비닐봉지는 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사거나 학교에서 약간씩 제공받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니 쉽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가 함께 하니까 힘이 납니다."

-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활동 지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일정에 따라 흑산도에 마을과 해안선을 청소했어요. 섬청마 활동은 자발적인 참여를 원해요. 강제하지 말자는 약속을 했지만, 솔직히 많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무거운 나무를 함께 옮기는 흑산초교 학생들 혼자 해낼 수 없는, 무겁고 부피가 큰 쓰레기는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모두가 힘을 보탰다. 이날 해당 활동에 참여한 한 학생은 어디까지나 어른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학생 스스로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 강민구

  

읍동마을에서 해안 청소를 하는 섬청마 학생들 읍동마을에서 해안 청소를 하는 섬청마 학생들 ⓒ 강민구

  

섬 청소를 마친 흑산초교 학생들과 담임 선생님의 활동을 기념하다 섬 청소를 마친 흑산초교 학생들과 담임 선생님의 활동을 기념하여 사진을 찍어주었다 ⓒ 강민구

 
- 청소하다 보면 다른 사람도 만날 텐데요.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요?
"심심치 않게 길에서 어른이나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요. 많은 주민이 격려해주고 있어서 힘이 납니다. 어른도 쉽게 못 하는 것을 학생이 해내니까 부끄럽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큰 성과를 이끄는 활동이 아니지만 이처럼 응원을 아끼지 않는 건 대다수 사람이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꼭 마음 먹고 어떤 집단이나 단체를 만들지 않더라도 평소에 실천하는 습관을 지녔으면 좋겠어요."

- 중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계속해서 청소 활동을 하면서 후배들을 견인할 생각이 있나요?
"나중에 중ㆍ고등학생이 되면 공부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써야 해서 이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반 친구들과 함께 뜻을 모으는 섬청마 활동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도 참여하도록 독려해서 지속해서 섬을 정화하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후배를 만나면 제안하고 있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는지요. 그리고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점이나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어렵지만 신안군의 이웃 섬으로 구역을 확대해서 청소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섬청마 활동이 흑산도에서 시작됐더라도 다른 섬에 사는 학생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섬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는데 같이 활동하면 좋겠어요."
 

거리에서 발견한 섬청마 활동 안내문 마을 곳곳에 섬청마 활동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 강민구

덧붙이는 글 신안군의 여행, 음식, 사람, 이야기 등 섬과 관련된 콘텐츠를 소개하는 '레츠고 신안'에도 중복게재함을 밝힙니다. http://www.letsgoshinan.kr/
#흑산도 #흑산초등학교 #섬청마 #해안청소 #해양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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