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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집쥐의 해? 생쥐의 해?

[김창엽의 아하! 과학 39] 집쥐와 생쥐 차이, 호랑이 고양이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등록 2020.01.02 10:58수정 2020.01.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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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쥐. 생쥐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꼬리의 길이가 몸의 길이 보다 조금 작은 편이며 꼬리에는 털이 없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2020년 올해는 '쥐의 해'이다. 쥐는 생물학자들이 추정하기로 세상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포유류이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쥐가 유래한 지역인만큼 옛날부터 아주 흔한 동물이었고, 이른바 12간지를 이루는 12가지의 동물 중에서 첫 자리를 차치하는 것도 이런 흔함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쥐가 사람의 눈에 잘 띄는 이유는 그 절대적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서식지가 집 주변이나 논밭 혹은 시궁창 인근 등으로 사람의 행동반경과 겹치는 탓이 크다. 과거 대대적인 쥐잡기 등으로 그 숫자가 크게 줄었음에도, 요즘 사람들에게조차 쥐는 여전히 익숙한 동물이다.

한 예로, 과학이나 의학실험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포유류가 쥐인 까닭에 뉴스 등을 통해 하루 건너 쥐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또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미키 마우스' 또한 쥐를 소재로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애완동물로도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헌데 쥐는 그 이름을 가장 자주 접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은 물론 학자들도 잘 모르는 구석이 많다. 단적인 예로 일반인들 가운데는 집쥐와 생쥐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또 학문적으로 쥐가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것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속속들이 연구가 다 이뤄지지 않은 게 큰 이유이다.

과학은 물론 인문 혹은 사회학의 영역에서도 쥐는 풀어야 할 궁금증이 많은 동물이다. 한 예로 12간지에서 쥐가 집쥐 혹은 들쥐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생쥐를 뜻하는지에 대해 이렇다 할 국내 연구는 없다.

다만 사회통념상으로는 둘 다를 가르킨다고 봐야할 것 같다. 특히 현대인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30~40년 전만 해도 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집쥐를 일반적으로 떠올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쥐 가운데 생쥐의 특징을 가진 것들이 많다. 예컨대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귀를 크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 집쥐가 아닌 생쥐의 특징이다.


집쥐와 생쥐는 생물학적으로는 확실히 구분되는 동물이다. 물론 둘 다 쥐과에 속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예를 들어 둘 사이에 잡종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쥐와 생쥐는 적어도 1200만년 전 진화경로에서 갈라져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애완 생쥐. 생쥐와 집쥐의 차이는 고양이와 호랑이만큼이나 크다. 한 예로 호랑이와 고양이는 염색체 숫자가 동일하지만, 집쥐와 생쥐는 염색체 숫자부터가 다르다. ⓒ wiki commons




둘 사이에 자연적인 교배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염색체 숫자가 집쥐는 21쌍, 생쥐는 20쌍으로 다르다. 서식지가 집 주변으로 서로 겹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쥐와 생쥐의 자연상태에서 '하이브리드'는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

상세하게 들어가면, 생쥐와 집쥐의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집쥐가 생쥐보다 몸무게가 대여섯배 더 나갈 정도로 큰 점, 또 생쥐의 귀가 몸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확연히 큰 점을 제외하고도 둘 사이에 다른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집쥐의 꼬리에는 털이 없다. 반면 생쥐의 꼬리는 보들보들한 솜털로 덮여 있다.

똥의 겉모습이 다를 뿐만 아니라, 집쥐 것이 생쥐 것보다 10배 정도나 크다. 똥만 확인해도 누가 쌌는지, 누가 다녀갔는지를 쉽게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이밖에 체형이나, 한번에 낳는 새끼의 숫자 등에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인간유전체연구소에 따르면, 집쥐와 생쥐는 짧게는 1200만년전, 길게는 2400만년전에 진화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한편 유전체 연구만 보면, 집쥐나 생쥐가 사람 주변에 서식해 온 것은 어느 정도 정해진 운명 같다는 느낌도 준다.

집쥐아 생쥐의 조상은 사람의 조상과 8000만년전에 서로 갈라졌고, 그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서로 유전자 차원에서는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환경이 똑같다고 가정할 경우, 유전자는 한 생물 개체의 명문을 크게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집쥐와 들쥐의 염색체 숫자는 사람보다 각각 두세 개 적은 정도이고, 무엇보다 염색체의 총 염기 숫자가 서로 큰 차이가 없고, 염색체 내 주요 대형 유전자집단도 거의 일치할 만큼 서로 닮아있다. 쥐가 실험동물로 가장 흔히 이용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처럼 사람과 유전적으로 상당히 흡사한 점도 큰 몫을 하는 것이다.

혹자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뱀 같은 파충류를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징그러워 하는 것도 유전적 유사성, 즉 공통된 조상을 둔 탓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람과 쥐의 공통조상은 대형 파충류인 공룡의 주된 먹잇감이었는데, 이런 이유로 사람과 쥐의 공통 조상의 유전자에는 파충류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뱀이 최고로 선호하는 먹이가 쥐 종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한 설명이다.

집쥐와 생쥐는 인간들에게 워낙 익숙한 탓에 종종 사람의 특성을 빗대는데도 회자된다. 예를 '쥐같은 *'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차원에서는 집쥐는 생쥐는 상당히 다른 만큼 사실 습성도 은근히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집쥐는 극도로 소심하며, 모험을 피하는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생쥐는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꽤 많은 편이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생쥐보다 집쥐 포획이 어려운 건 이런 연유에서이다.

요컨대, 집쥐와 생쥐는 생물학적으로 같은 과의 동물이라도 호랑이와 고양이처럼 상당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 생물학적 경계를 넘어서 인식이랄까, 개념이 혼용되는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쥐 #집쥐 #생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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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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