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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에 누운 친일파 묘에 '친일단죄비' 세우겠다"

[현장] 광복회 "이번 총선 다시 없을 기회,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 보낼 것"

등록 2020.01.02 20:49수정 2020.01.0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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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는 친일반민족 인사 11명이 잠들어 있다. 사진은 장군2묘역 표지판. 새로 만들어졌지만 어디에도 친일 관련 기록은 없다. ⓒ 김종훈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던 친일파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명당자리인 이곳에 잠들어 있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2일 국립서울현충원 '장군 제2묘역' 이응준, 신태영 묘 앞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런 이들을 두고 (극우언론에서) 국민화합과 단결을 외치는데 이게 일제강점기 내선일체와 뭐가 다른가"라고 일갈했다.

이날 김원웅 회장과 광복회 회원들은 새해를 맞아 "친일찬양금지법 제정과 국립 현충원에 친일인사 단죄비를 세우는 상훈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대전에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11월에 발표한 친일반민족 인사 11인이 잠들어 있다. 이들 중 김백일, 김홍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 등 7인이 국립서울현충원에,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 등 4인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김 회장과 광복회 회원들이 "단죄비를 세우겠다"라고 뜻을 밝힌 서울현충원 장군2묘역에는 신태영과 이응준 두 사람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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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는 친일반민족 인사 11명이 잠들어 있다. 친일반민족 인사 신태영의 묘.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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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는 친일반민족 인사 11명이 잠들어 있다. 친일반민족 인사 이응준 묘. ⓒ 김종훈

 
신태영은 아들 신응균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된 인물로 1912년 일본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 군인으로 부역했다. 일본군 위관급 장교일 때는 대소간섭전쟁(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성립된 소비에트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일으킨 전쟁 - 기자주)에 참전했고, 1940년대에는 용산정차장 사령관으로 병참 보급 업무를 수행했다.

이때 신태영은 '임시특별지원병제도 종로익찬위원회'에 참여해 병력 동원의 선전, 선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에 잠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30여 년 동안 일본군 고위 장교로 복무한 신태영은 해방 후 육군 중장과 대한민국 4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응준 역시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군 고위 장교로 일제에 부역했다. 그는 특히 30년 이상 일본군에 몸담으며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각종 전투에 참가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 확대 이후에는 조선인 출신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일본군 고급 장교가 돼 침략전쟁을 수행했다. 1935년과 1939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조선 청년들을 전선으로 내보내는 일을 했다. 해방 후 이응준은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다.

"모든 후보자들에게 공개질의서 보낼 것"

장군2묘역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잠든 독립운동가들 묘역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았다. 장군2묘역 입구에 서면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을 위에서 아래로 굽어볼 수 있다.

임시정부 요인 묘역에는 조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주인공 이상룡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 국무령 출신 홍진 선생과 양기탁 선생, 임시정부의 아버지라 불리는 예관 신규식 선생, 광복군 총사령을 지낸 지청천 장군, 임시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역임한 조경한 선생 등이 잠들어 있다. 그 아래에는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만 명의 독립군들을 위로하는 '대한독립군무명용사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1993년에 이곳에 안치된 조경한 선생은 "내가 죽거든 친일파가 묻혀 있는 국립묘지가 아니라 동지들이 묻혀 있는 효창공원에 묻어 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선생의 유언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선생이 잠든 곳과 2장군 묘역과의 거리는 75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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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한 선생의 묘에서 친일반민족 인사가 안치된 묘역을 바라봤다. 사진 좌상단이다. ⓒ 김종훈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반민족 인사들을 강제로 이장할 방법은 없다. 2007년 지금의 광복회장인 김원웅 전 의원이 처음 관련법을 발의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 발의됐지만 시간만 허비한 채 국회 임기만료로 그대로 폐기되거나 상임위에서 언급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김원웅 회장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했던 기득권의 저항이 매우 심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깨어난 국민들이 지지해준다면 결국 올바른 길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다시 없을 기회"라고 덧붙였다.

"총선을 앞두고 모든 정당의 후보자들에게 광복회 이름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낼 것이다. 질의서에는 '국립묘지에 있는 친일반민족 인사의 이장에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담길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공개해 현충원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애국의 장소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백선엽, 참회하고 반성부터 해라"

한편 김원웅 회장과 광복회장이 현충원에서 독립군들을 찾아다니며 참배를 올린 이날 조선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 신년특집 '6.25전쟁영웅' 백선엽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백선엽은 이렇게 말했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실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했다. 언젠간 독립이 오겠지 생각은 했지만 그게 곧 올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때였다. 실력이 중요한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 <조선일보> "내 친척 할머니가 김일성 젖물려 키워… 두 아들이 공산당에 죽자 통탄"
 
기사를 접한 김원웅 회장은 이날 장군2묘역 친일파 무덤 앞에 서서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 스스로의 양심을 속여 가며 마지막까지 변명만 한다"면서 "참회하고 잘못했다고 말해도 부족한데 마지막까지 양심을 저버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백선엽 인터뷰를 신년특집으로 다룬 조선일보를 향해 "아무리 진실을 감추려 해도 촛불혁명으로 깨어난 시민들은 조선일보 같은 극우언론의 요설에 속지 않는다. 결국 올바른 길을 찾아간다. 광복회가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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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는 국가공인 친일파 11명이 잠들어 있다. 김원웅 회장이 장군2묘역에서 '친일청산'을 외치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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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는 국가공인 친일파 11명이 잠들어 있다. ⓒ 김종훈

 
김 회장이 "양심을 저버렸다"라고 강하게 비난한 백선엽은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났다. 만 21살에 만주국 육군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만주국 장교로 간도특설대 창군에 큰 역할을 했다.

간도특설대는 1938년 12월 만주지역에 산개한 조선인 독립군을 소탕하기 위해 창설된 만주군 특수부대로 부대장은 일본인 장교였으나 중대장과 소대장 이하 병사들이 대부분 조선인이었다. 현충원에 잠든 친일인사 중 김백일, 김홍준, 송석하, 신현준이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간도특설대는 1945년 강제해산할 때까지 "천황의 뜻을 받든 특설부대"라는 내용의 가사를 부대가로 썼다.
 
시대의 자랑, 만주의 번영을 위한 징병제의 선구자, 조선의 건아들아! 선구자의 사명을 안고 우리는 나섰다. 나도 나섰다. 건군은 짧아도 전투에서 용맹을 떨쳐 대화혼(大和魂, 일본의 민족정신, 가미카제 특공대가 외치며 자살함 - 기자 주)은 우리를 고무한다. 천황의 뜻을 받든 특설부대 천황은 특설부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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