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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잘 들어라? 원고에 없던 추미애의 '애드리브'

조직논리 벗어난 검찰 내 개혁 주문... 취임사 중간중간 박수 유도, "박수쳤으니 약속한 것" 농담도

등록 2020.01.03 12:08수정 2020.01.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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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검찰 잘 들어라? 원고에 없던 추미애의 '애드리브' ⓒ 유성호



"밖에서 알을 깨려고 하는 사람 누구겠습니까."

3일 취임식 단상에 오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준비된 취임사 원고엔 없던 말을 갑작스레 꺼냈다.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란 원고 내용을 읽은 직후였다. 줄탁동시(啐啄同時)는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알을 쪼는 것을 말한다.

추 장관의 '애드리브'는 "(밖에서 알을 깨려는 사람은) 바로 국민이다"라는 말로 이어졌다. 그는 "그리고 안에서 알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검찰 조직이 아니라 개개 검사들이고, 법무부 조직이 아니라 개개의 법무부 가족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직논리에서 벗어난 검찰 내 개혁을 비유적으로 주문한 것이다(준비된 원고 전문 : 추미애 취임사 "검찰 민주적 통제, 속도 내겠다").

'검찰 인사' 관련 질문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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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과 직원들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직후 추 장관은 박수를 유도하며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듯한 요청을 이어갔다.

원고에 적힌 대로 "저부터 성공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국민이 바라는 성공하는 검찰개혁 이뤄나가겠다"라고 말한 추 장관은, 곧장 "그래서 여러분 잘 부탁드리겠다"라며 예정에 없던 말을 내놨다. 이 말에 취임식에 참석한 법무부 직원 및 검찰 관계자들의 박수가 나오자, 추 장관은 "이제 박수치셨으니까 약속하신 것"이라며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추 장관의 박수 유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추 장관은 "법무부와 소속 기관의 구성원 모두는 스스로 인권옹호관이 된다는 각오로 각자의 업무에 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원고를 읽어내려 간 직후에도, "여러분 호응의 박수 한 번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다. 박수가 나온 뒤에도 "이 박수 소리는 다 녹음, 녹취가 됐기 때문에 여러분 꼭 지키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취임사 마무리 역시 원고에 없는 말로 채웠다. 그는 "조직 내 특권의식을 배제해 개개인이 국민을 위한다는 긍지와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법무행정 조직내부 쇄신을 통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는 원고 말미 내용을 읽은 뒤, "이것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기도 하다. 이제 저도 한 식구가 됐다. 잘 받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새 가족으로서 인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곧장 추 장관은 단상 옆에 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법무부 직원 및 검찰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이 검찰 인사 계획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조금 이따가 취임사에서 말씀 올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취임식 이후에도 별도로 취재진과 만나지 않고 곧장 장관실로 향했다.

조국 취임식과 달랐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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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 주요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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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추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 취임식 관례대로 이날 추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 주요 관계자 30여 명이 취임식에 참석해 앞자리를 메웠다. 통상 서열에 따라 30여 명이 취임식에 참석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및 현 정부 관련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이들도 여럿 자리했다.

이날 추 장관의 취임식은 여러모로 조 전 장관의 취임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지난해 9월 9일 조 전 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한 명(김영대 서울고검 고검장) 뿐이었다. 장소 역시 이날처럼 대강당이 아닌, 규모가 훨씬 협소한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취임식 규모를 최소화하라'는 당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이유도 있었고, 인사청문회 후에도 임명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터라 취임식 준비에 긴 시간을 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취임식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이날 추 장관은 농담을 건네거나 박수를 유도하는 등의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조 장관은 검찰개혁으로 가득 채운 취임사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읽어 내려갔다. (관련기사 : 조국의 취임사, '검찰개혁 그리고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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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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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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