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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리 어머니들이 빚은 그림책, 연극이 되다

<솥 굽는 마을> 입체낭독회, 덕수리 마을문고에서 열려

등록 2020.01.05 13:40수정 2020.01.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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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 안덕면 덕수리 마을문고에서 남다른 크리스마스 잔치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 마을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들이 머리를 맞대고 글을 쓰고 서툰 바느질 솜씨를 한껏 드러내 지은 그림책 <솥 굽는 마을>이 연극배우가 인형과 어울려 빚은 입체낭독극으로 막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입체낭독극 '솥 굽는 마을' '솥 굽는 마을'을 연기하는 극단작은곰 배우 오연재 ⓒ 스튜디오같이

 
<솥 굽는 마을>은 덕수리 어머니들은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던 제주도 설화에 대대로 솥을 빚어 구우며 살아온 솥을 굽는 마을 살림을 곁들여 새로 빚은 그림책입니다. 여기 나오는 그림은 그저 그림이 아니라 어머니들과 식구들이 둘러앉아 한땀 한땀 수를 놓아 빚은 것이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책을 꿰뚫은 열쇠말은 '어울려 살림'입니다. 살림살이 밑절미에는 "너를 살릴 때 비로소 내가 살 수 있다"란 마음이 고스란합니다. 이 책에는 솥이 두 개 나옵니다. 하늘 아이 품에서 나온 조그만 솥이 먼저 나서서 굶주림에 겨워 널브러진 섬(땅) 아이를 살려냅니다. 그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 땅 아이가 하늘 아이와 힘 모아 빚은 커다란 솥은 마을 사람들을 살려낸다는 이야기입니다. 평화는 서로 살리는 데서 옵니다(관련기사 : 한 땀 한 땀.. 제주 사는 엄마들이 일냈네).


이토록 결 고운 이야기가 '극단작은곰'과 만나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극단작은곰'은 <솥 굽는 마을>을 연극으로 만들어도 되겠느냐고 덕수리 어머니들이 어울려 빚은 출판사 '스튜디오같이'에 물었습니다. '스튜디오같이'는 아무 조건 없이 써도 좋다고 했고, '극단작은곰'은 그 고마움을 담아 이번 공연을 무료로 열었습니다.

평화로 가는 길을 펼치는 <솥 굽는 마을> 막이 오르기에 앞서 평화 그림책 낭독회가 열렸습니다. 어쩐 일일까요? <솥 굽는 마을>을 어울려 빚고 이 잔치를 아우른 이들이 바로 제주 덕수초등학교에 27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들어서도록 힘쓴 덕수리 어머니들이거든요. 이처럼 좋은 잔칫날 평화도서관 소리 내어 책 읽어 평화 나누기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잔치를 결 고이 풀어가는 민들레(이성희)가 나와서 "꼬마평화도서관이 뭔지 아세요?" 하고 물으면서 아이들을 비롯한 관중과 꼬마평화도서관에 담긴 뜻을 낱낱이 나눕니다. 꼬마평화도서관은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평화도서관이다, 그러나 품은 뜻은 가까이는 너와 나에게서 비롯해 마을로 나라로 한반도로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데까지 나아가니 더없이 크다는 정신을 나눴습니다.

미야니시 타츠야가 지은 그림책 <찬성>을 <솥 굽는 마을>을 짓고 펴낸 출판사 대표 카라(오승민) 님이 소리 내어 읽습니다.
  

<찬성> 소리내어 읽기 평화 그림책 찬성을 소리내어 읽는 꼬평 어머니 카라(오승민), 왼쪽에 있는 이가 인형을 만들어 기부한 '낮은집 작업실' 대표 민들레(이성희)입니다. ⓒ 스튜디오같이

 
이어 '극단작은곰' 연극배우 오연재 님이 덕수리 '낮은집 작업실'에서 빚은 인형을 비롯한 소품으로 꾸민 무대에 올라 홀로 빚은 입체낭독극이 펼쳐집니다. 인형을 비롯한 작은 무대를 뺀 나머지 소품은 모두 연극 구경을 하러 온 아이들이 어울려 만들었습니다. 엉뚱합니다. "아하!" 그저 만들어진 무대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내가 같이 꾸민 무대를 바라보는 것 어느 쪽이 받는 감동이 클까요?
 

소품을 만드는 아이들 막이 오르기 전, 아이들이 둘러앉아 솥 굽는 마을 연극에 들어가는 소품을 만들고 있다. ⓒ 스튜디오같이

 
홀로 꾸미는 무대인데도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입체 연기에 반응이 뜨겁습니다. 하늘 아이와 섬 아이가 숨이 끊어져 가는 용을 살려내고 나서 솥은 빚어 지은 밥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미리 준비한 강냉이 봉지를 객석에 이리저리 던져 배우와 관중이 하나 되는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덕수리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이 다 합쳐봐야 예순 명인데 이날 온 아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다 왔다고 봐야겠지요. 입체낭독극 <솥 굽는 마을>이 제주도를 벗어나 뭍에 올라 많은 사람이 평화가 '너를 살릴 때 내가 살 수 있다'라는 살림살이 바탕에서 피어오른다는 것을 가슴에 담기를 빕니다.

솥 굽는 마을

로라네언니들 지음,
스튜디오같이, 2018


#솥 굽는 마을 #입체낭독극 #극단작은곰 #꼬마평화도서관 #스튜디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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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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