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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역사 교사, 올해는 특별히 바쁠 예정입니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179] 올해 특별히 기억해야할 역사적 사건들

등록 2020.01.06 08:32수정 2020.01.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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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 새해에 쓰는 첫 번째 글이다. <오마이뉴스>를 만난 지도 17년째고 그동안 줄곧 써왔으니 덤덤해질 때도 됐지만, 노트북을 켤 때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과 잘 써야 한다는 부담에 첫 문장을 시작하기가 아직도 버겁기만 하다. 하물며, 새해 첫 글임에랴.

바탕화면의 글쓰기 폴더를 열어 지난해 썼던 글들을 대충 훑어봤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전업 기자들처럼 마감 시간에 쫓길 일 없이 그저 쓰고 싶을 때 쓴 것일 뿐인데도, 지난 한 해 동안 쓴 기사가 무려 72편이다. 얼추 닷새 꼴로 한 편씩 쓴 셈이다.

말하기 쑥스럽지만, 스스로 대견하다는 느낌도 든다. 적어도 내게 글을 쓴다는 건 실타래처럼 엉킨 온갖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스스로 다짐하는 시간이다. 더없이 솔직해져 글을 쓸 때면 마치 일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1년 동안 쓴 글만도 그러모아 한데 묶으니 A4로 200쪽 분량이다. 내용이야 변변치 않을지라도, 만나고 경험하고 고민하고 실천한 일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은 앨범 같아 연신 들여다보게 된다. 지난 한 해를 나름 알차고 의미 있게 산 것 같아 어째 좀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대개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지난 겨울 독일에서 한 달을 산 기록과, 여름방학을 이용해 일본에 가서 1인 시위를 한 경험을 정리한 열 편 남짓의 여행기를 제외하면, 죄다 교육과 관련된 것들이다. 글감이 되는 교사의 경험이란 학교 울타리를 넘기 힘든 법이니까.

역사 교사로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그리고 의열단 창립 100주년이었던 2019년은 무척 분주한 해였다. 계기수업도 열심히 했고, 부러 아이들과 함께 관련 유적지를 찾아 답사하기도 했다. 시민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글감이 늘어났다는 뜻도 된다.

4.19 혁명부터 5.18 민주화운동까지... 올해 기억해야 할 역사적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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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모셔진 영정들 ⓒ 권우성


2020년 올해도 작년 못지않게 바쁜 해가 될 듯하다. 달력을 가만 살펴보니 허투루 보낼 만한 달이 거의 없다. 역사 교사의 눈엔 공휴일보다 국경일과 기념일이 훨씬 도드라져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100주년을 비롯해 10년 터울로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들이 적지 않다.

당장 3.1운동 직후 일어난 대표적인 국외 독립운동으로 평가 받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다. 두 차례의 전투에서 패한 일제가 간도 지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의 마을을 불태우고 보복 학살한 간도참변 역시 올해 특별히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가 문화통치를 표방하면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된 해도 꼭 100년 전인 1920년이다.

올해는 6.25 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불과 5년 만에 남과 북이 총부리를 겨눈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고, 분단은 고착화됐다. 이후 우리는 분단의 모순에 기인한 온갖 사회 문제들을 원죄처럼 여기며 살게 됐으니, 6.25 전쟁이 현재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몰아낸 4.19 혁명도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비록 1년 만에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은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지만, 4.19 혁명의 정신은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랐다.

그런가 하면,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한 지도 올해로 꼭 50년이다. 그의 죽음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당한 노동자의 삶이 사회문제로 부각됐고, 이후 노동운동은 물론,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불꽃같은 삶은 영화로도 제작돼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는 해다. 5.18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정권 탈취를 획책한 신군부의 헌법유린과 폭력에 맞선 민중의 위대함을 보여준 역사로 남았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운동의 기점으로서, 2015년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전 세계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00년이 지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부터 40주년인 5.18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우리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들이다. 일제의 침략에 맞섰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상황에서도 통일을 갈망했으며, 독재와 착취에 온몸으로 저항했고, 부당한 국가권력의 폭력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수많은 희생으로 일구어낸 자랑스러운 역사였다.

요즘 이들을 소재 삼아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만날 궁리를 하고 있다. 당장 월간 계기수업 계획부터 짜야 할 성싶다. 작년엔 3.1절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 그리고 의열단 창립일인 11월 9일만 챙기면 됐는데, 올해는 사실상 매월 한 번씩 계기수업을 해야 할 판이다. 공교롭게도 앞서 말한 사건들은 일어난 날짜를 기준으로 달력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3월 개학하고 나면, 4월엔 4.19 혁명, 5월엔 5.18민주화운동, 6월엔 봉오동 전투와 6.25 전쟁을 다뤄야 한다. 여름방학을 보내고 난 뒤 2학기에는 10월엔 청산리 전투, 11월엔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을 주제로 계기수업을 진행할 작정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독립과 평화, 인권과 정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들과 떠날 답사, 벌써부터 기대된다

단지 교실 수업만으로 만족할 순 없다. 가능하다면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유적 답사도 진행할 작정이다. 작년 수행평가와 동아리활동 때마다 답사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다. 다른 교과라면 몰라도, 역사 교과에 관한 한 교실 수업 10시간보다 유적 답사 1시간이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4월엔, 이곳 광주의 4.19혁명 기념관을 둘러본 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부정선거의 현장인 마산에 다녀오는 게 제격이겠다. 당시 희생된 분들이 모셔진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 전북 남원에 있는 김주열 열사의 생가와 묘소를 찾게 된다면 하루해가 짧을 것이다.

광주에 사는 역사 교사로서 1년 중 5월은 '대목'이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주중이고 주말이고 경황이 없을 듯하다. 정부가 주관하는 굵직한 행사들이 예정돼 있는데다, 얼마 전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천신만고 끝에 공식 출범했으니 여느 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5.18,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눈이 지금까지 있다? ⓒ 오일팔TV

 
엊그제는 5.18 역사 왜곡과 폄훼에 맞서 진실 규명 작업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40주년 홍보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활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올해 계기수업과 사적지 답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영상물을 제작하며 진실 규명에 동참하게 되리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광주 시내의 공식적인 5.18 사적지만도 현재 29곳에 이른다. 앞으로 진실 규명 작업을 통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적지가 광주 전역에 넓게 분포되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하루 이틀에 다 돌아보기란 불가능하다. 제주도의 올레길 마냥 사적지를 연결한 '오월길'이 여러 갈래로 조성되어 있지만, 복잡한 시내를 관통하고 있어 걷기도 만만치는 않다.

그럼에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이 보관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과 옛 전남도청 주변, 국립 5.18 민주묘지 정도는 모든 아이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곳을 답사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왜 광주에 빚을 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적어도 다른 지역의 친구들에게 5.18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광주 사람이다.

6월엔,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의 생애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게 될 것이다. 그가 이끈 대한독립군과 청산리 전투에도 참전했다는 사실을, 또 그의 묘소가 왜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있는지 등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를 비롯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 여름에는 6.25 전쟁이 남긴 생채기도 찾아 나설 요량이다. 대표적인 호국유적인 다부동 전적지와 왜관 낙동강 철교를 비롯해,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현장인 노근리 평화공원과 작년 영화화되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동해안 장사리 해변도 좋을 듯하다. 전쟁의 흔적을 마주하다 보면, 넬슨 만델라가 설파했듯, 평화야말로 인류가 개발해야할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10월에는 김좌진을 만나러 가야 한다. 청산리 전투가 벌어진 곳은 비록 백두산 너머 중국 땅이지만, 그의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듣자니까, 지방정부에서도 10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생가 주변 유적 정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동시대를 살다 간 홍범도와 김좌진의 생애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고, 돌아오는 길 바로 이웃한 만해 한용운의 생가를 들러보는 건 덤이다.

11월엔 서울행이다.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을 댕긴 평화시장과, 바로 옆 청계천 버들다리 위에 세워진 흉상을 찾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짧았던 그의 생애를 더듬노라면 그가 왜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리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그의 묘소도 빠뜨릴 순 없다. 나란히 잠들어 있는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열사의 묘소 앞에선 누구라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대충 얼개를 짜놓고 보니, 한 해가 짧게 느껴진다. 학교에 써낸 예산요구서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자부담으로라도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고 싶다. 마음 같아선 동료교사들도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몇 편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그들과 함께한 경험을 꾸준히 글로 옮겨 독자들과 나눌 수 있길 소망한다. 올해도 '아이들은 나의 스승'이 될 것이다.

사족 하나. 올해는 유력한 두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3월 5일, <동아일보>는 4월 1일에 첫 신문을 냈으나 굳이 창간된 날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존의 방식과는 또 다른 신문 활용교육(NIE)을 통해 두 언론사의 공과를 살펴보는 건 아이들에게 나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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