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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5대 4... '국기모독죄' 수명 연장

'세월호 집회 태극기 훼손' 논란 계기로 헌재 판단... 단순위헌 3, 일부위헌 2로 '합헌' 유지돼

등록 2020.01.07 14:33수정 2020.01.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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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2019.12.27 ⓒ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다수가 과잉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기모독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위헌정족수 6명에 미달해 해당 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105조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에서 국기에 관한 부분은 합헌이라고 선언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단순 위헌 또는 일부 위헌이라고 의견 냈지만, 위헌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15년 4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이후 첫 주말집회에서 김아무개씨는 태극기에 불을 붙였다. 보수언론은 이 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질타했다(관련 기사 : "'성완종 리스트'에 정신 파는 동안 태극기 불타"). 급기야 경찰은 김씨를 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청구하기까지 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김씨는 결국 국기모독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명한 '국기모독' 논란은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태극기를 밟은 일을 두고 보수단체가 고발한 정도였다. 그마저도 법원으로 넘어가진 않았다. 보기 드문 혐의를 다투는, 희귀한 재판이 열리게 되자 수사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씨는 2016년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정식으로 청구, 국기모독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단순위헌] "표현의 자유 침해, 정치적 악용 우려"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세 재판관은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국기 사용도 당연히 포함되며 경우에 따라선 그 방법으로 국기 훼손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또 국기모독죄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은 표현의 내용까지 규제한다고 지적했다.

'모욕'이라는 개념 자체가 광범위하기도 하다. 세 재판관은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 수반된 '비판'도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을 주도하는 특정 집권세력에 대한 모욕을 의도한 것이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평가될 여지도 다분하다"고 했다. 이어 "형법 제정 이후 약 60여 년간 국기모독죄로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었더라도, 표현행위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국기 훼손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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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씨는 2015년 4월 18일 오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서 세월호특조위 시행령 폐지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태극기를 불태웠다. 이후 그는 국기모독죄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무죄 후 항소심 단계에서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9년 12월 27일 헌재는 단순위헌 3, 일부위헌 2, 합헌 4로 판단했다. ⓒ 남소연

 
[일부 위헌] 자유도 제한돼야... '공용 목적 국기'만 훼손 금지

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의 생각은 다소 결이 달랐다. 두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해 국기의 손상·제거·오욕을 금지·처벌하지 않으면, 국기가 상장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들의 국기 존중 감정이 손상된다는 합헌 의견(유남석·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에 동의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처벌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며 '공용에 공하는 국기' 모독행위만 처벌하자고 했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이 경우 태극기 자체가 대한민국의 상징성이나 위상을 갖는다고 봤다. 또 국기모독죄 논란은 주로 개인이 자신 소유 태극기를 훼손한 경우에 불거졌기 때문에 처벌범위를 '공용에 공하는 국기'로 제한하면 과잉처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청구인 김아무개씨의 대리인이자 형사사건 변호인이기도 한 양홍석 변호사는 아쉬워했다. 그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기모독죄는 권위주의 정부의 잔재로 남아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위헌으로 해도 되고, 일부 위헌 의견처럼 공용 목적 국기 외에는 조금 풀어줘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의 불명확한 처벌 규정들이 없어져도 이제는 시민들이 국가 내지는 질서를 공격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미 촛불집회로 드러나지 않았냐"고 했다.

한편 김씨는 1심에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했고,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면서 2심은 중단됐다. 양 변호사는 "국기모독죄 자체가 흔히 재판으로 오는 사례가 아닌 데다 기왕 헌재로 (사건이) 갔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며 "곧 기일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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