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떨어지는 나뭇잎, 한 컷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47] 박주영 디카시 '늦가을'

등록 2020.01.07 17:14수정 2020.01.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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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이상옥

하강하는 나뭇잎 하나
툭, 던지는 한마디
세상은 모두 순간이라고
- 박주영의 디카시 '늦가을'
 
'시를 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 '한국디카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20 '뉴스N제주' 신춘문예에 디카시 부문이 최초로 개설되어 2416편의 디카시가 응모되었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황순원문학제, 오장환문학제 등에서 디카시공모전이 열리고 있지만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에 디카시 부문이 신설됐다는 점에서 2020 '뉴스N제주 신춘문예가 주목을 받았다.

당선자인 박주영씨는 "십 년 넘게 찍어온 사진 작업 폴더를 열어보면 영상은 남았으나 그때의 시적 감흥을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디카시의 개념자체를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극 순간의 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인 디카시는 제 문학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옵니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당선작인 '늦가을'은 디카시의 극순간 예술성을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 받았다. 나뭇잎 하나가 막 떨어지는 순간을 극명하게 포착하고서 그 순간성을 세상사 모든 것으로 확대하여 메타포화하였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조락으로 생의 덧었음을 일깨우는 관습적 상징이다. 이 일상적인 관습 상징이 생생한 영상과 함께 보편적 원형상징으로 의미 상승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 디카시의 시인은 나뭇잎이 조락하며 툭 던지는 한 마디를 듣고 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시인은 하강하는 나뭇잎 하나를 보다 그것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 말은 "세상은 모두 순간"이라는 것이다. 실상은 나뭇잎이 어찌 말을 직접 하겠는가. 시인은 순간 나뭇잎의 대언자가 되었다. 짧은 언술이지만 이런 정교한 언술 방식으로 대상과의 적절한 미적 거리를 확보한다.

최초의 신문 신춘문예 디카시 부문 2400여 편 응모

이번 당선작이 2400여 편 중에서 선정된 것은 무엇보다 문자시와 다른 디카시의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성을 잘 드러냈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 한 컷이 초점화되고 그것이 짧은 언술과 결합하며 생의 순간성이라는 보편적 상징으로의 의미 확장은 문자시의 그것과는 분명히 차별화를 보인 것이다.
 

당선자 박주영1961년 경북 경주 출생. 1996년 제3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시 부문 입상 외. ⓒ 이상옥

  
"하강하는 나뭇잎 하나/ 툭, 던지는 한마디/ 세상은 모두 순간이라고"라는 이 짧은 언술이 사진과 결합하며 감동을 준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 #신춘문예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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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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