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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40] 늑대와는 달라... 인간 영향일 수도

등록 2020.01.07 15:01수정 2020.01.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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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나 사자 등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본능이 있다. 무엇보다 사냥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개는 어떨까? 개를 여러 마리 키워본 사람이라면 개 또한 같은 패거리끼리 협동작전을 수행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간 역사 과학 연구소 등이 최근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개도 명백하게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이번에 파악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공동 사냥 여부가 아니었다.
  

사진 속 늑대는 개와 늑대의 먹이 사냥 습성을 알아보기 위해 독일 연구팀이 동원한 늑대 가운데 한 마리. ⓒ 막스 플랑크 인간 역사 과학연구소

 
동일한 조건에서 개와 늑대가 협업을 할 때, 그 구체적 차이를 알아보려 했다. 왜냐면 야생에서 죽 살아온 늑대와 달리 개는 적어도 인간에게 3만년전, 길게는 4만년전부터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즉 사람과 함께 살며 진화해 온 것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파악하는 게 주안점이었다.

연구팀이 고안한 실험장치는 야생과는 달리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2개의 고기덩어리를 둔 공간, 또 이 먹이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간 등으로 실험 공간을 크게 둘로 나눴다. 먹이 공간의 고기 두 덩어리는 서로 멀찍이 떨어뜨려 놓아두었고, 먹이 공간 출입문은 한쪽에만 뒀다.

실험에 따르면, 개와 늑대 모두 처음에는 서로 떨어져 있는 양쪽의 먹이로 흩어져 접근했으나, 결국에는 출입문이 있는 한쪽으로 몰렸다. 여기까지는 개와 늑대의 협업 양식이 똑같았다. 즉 나눠서 먹이를 찾고, 다음에 이 먹이에 협력해 접근하는 식이었다.
  

개와 늑대의 먹이 사냥 때 협업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장치 모식도. 먹이를 놓아 둔 공간에 출입하는 문은 하나였는데, 개의 경우 서열이 낮은 개가 먼저 먹이로 접근했지만, 늑대는 반대로 서열이 높은 개가 출입문으로 들어섰다. ⓒ 막스 플랑크 인간 역사 과학연구소

 
하지만 누가 더 큰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를 찾는가 하는 점에서 개와 늑대는 달랐다. 늑대의 경우 서열이 높은 개체가 출입문을 찾아내고 먹이에 접근했다. 하지만 개는 대체로 반대였다.

물론 먹이를 찾고 난 다음에 먼저 먹이에 입을 대고, 많이 먹는 건 서열이 높은 개체인 점은 개나 늑대가 똑같았다. 실험의 핵심적인 결과를 요약하면, 늑대는 먹이 사냥에 있어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던 반면, 개는 그런 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들은 개와 늑대의 습성에서 이같은 차이의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낼 수 있는 정도까지 실험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개가 인간과 함께 진화의 공간을 공유했다는 점이고, 인간과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약자에 대한 착취가 드물지 않은 인간의 습성을 개가 보고 배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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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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