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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왜 부동산을 '공정'에 넣었나?

[해설] 30분 단독 신년사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등록 2020.01.07 16:49수정 2020.01.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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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발표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신년사'는 특별했다.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신년인사회나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해온 관례와 달리 올해는 30분 동안 '단독으로' 신년사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과도 묘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7일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 동안 발표된 문 대통령의 단독 신년사는 크게 '포용-혁신-공정-평화'의 순서로 구성돼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나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온 국정운영 방향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확실한 변화'라는 중요한 메시지가 추가됐다. 이날 신년사에서 6번이나 언급한 '확실한 변화'는 단순한 변화(change)가 아닌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리킨다. 그동안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적 포용국가 등을 토대로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메시지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메시지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진전없이 후퇴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접경지역 협력과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남북협력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12.16대책, 비서실장 지시에 이어 나온 '부동산투기와의 전쟁 선포' 

문 대통령은 '포용'과 '혁신'에 이어 언급한 '공정'분야에서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등 재벌개혁,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권력기관의 법적, 제도적, 행정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할 분야로는 교육, 채용, 직장, 사회, 문화 전반이라고 특정했다. 그러면서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했고, 정부는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삶 모든 영역에서 존재하는 불공정을 과감히 개선해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공정사회로의 개혁'를 강조하면서 언급한 것이 부동산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라며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문장'에 불과하긴 하지만 4월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동산문제를 신년사에서 거론한 것도 그렇지만, '전쟁'이라는 강렬한 단어를 동원해 사실상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시장의 상황에 따라 국정후반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문제를 '공정분야'에서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이 부의 양극화를 확대하는 부동산문제를 '심각한 불공정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 전조는 지난 2019년 12월 16일에 있었다. 이날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19대책, 8.2대책, 2018년 9.13대책(2018년)에 이어 네 번째로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12.16대책'에는 9억 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담보대출 가능금액을 기존 40%에서 20%로 줄이고,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에는 아예 대출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포함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라고 '지시에 가까운 권고'를 내렸다. 청와대 비서실과 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 11명이 그 대상이었다(관련 기사 :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 고위공직자 아파트 팔라'고 한 이유).

특히 문 대통령이 총선 출마 의지가 있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사전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2.16대책이 효과를 못내면 그것보다 훨씬 센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그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라며 향후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강도높은 부동산정책을 추가로 발표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다만 청와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말은 국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언론에서 많이 쓴 단어가 아닌가"라며 "새로운 표현이거나 새로운 강조점을 두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동산투기의 심각한 문제점을 대통령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단어다"라고 설명했다.

대북정책의 중심축, '북미대화'에서 '남북협력'으로 이동?

문 대통령이 이날 신년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분야가 평화분야에서의 '남북관계'였다. 북한이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남한의 미국 눈치보기를 강력히 비난해왔는 점에서 어느 수준으로 대북메시지를 발신할 것인지를 깊이 고심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최종 결론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연히 말해야 할 것을 말하자'였다. 그 결과물이 진전없이 후퇴하고 있는 지난 1년 동안의 남북관계를 반성적으로 평가하면서 접경지역 협력과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내놓은 제안들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라고 토로했다. 그 이유로는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다는 점을 들었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자신이 강조해온 '남북관계-북미관계 선순환론'은 현실 속에서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이러한 반성적 평가를 토대로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로 ▲ 접경지역 협력 ▲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을 위한 협의 ▲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 제1회 동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와 세계 탁구선수권대회 북한 참가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과 남북 간 관광 재개도 남북협력사업으로 추가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중심축을 '북미대화 촉진'에서 '남북협력'으로 이동시키며 '전략 수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그렇다고 북미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미대화의 성공과 동시에 실질적인 남북협력 방안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다짐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에 화답?

문 대통령의 제안들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접경지역 협력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스웨덴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이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공동대처했다는 사례를 들면서 이러한 접경위원회 모델을 남북(한반도)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것을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라고 불렀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인데 이날 문 대통령이 제안한 접경지역 협력과 비무장지대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도 '국민을 위한 평화'의 일환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제안들이 최근 북한 노동당이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과 겹쳐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는 지난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 동안 열렸고, 경제토대 재정비와 교육·보건사업 개선, 강력한 정치외교적·군사적 공세,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 강화 등이 담긴 결정서를 채택했다.

그런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는 이례적으로 "생태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세울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접경지역 협력 등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 호응하는 측면이 있다. 그가 이날 접경지역 협력을 제안하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한 것도 그러한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에 여전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점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남북의 공동노력을 주문했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어떤 일이든 시기와 방법, 속도가 조화롭게 이뤄졌을 때 최고의 결과물 낼 수 있다"라며 "김정은 위원장 답방은 그럴 만한 여건이 안돼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부동산투기와의 전쟁 #접경지역 협력 #오슬로포럼 기조연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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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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