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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온라인 활동내역도 사찰... 김기춘에 보고

[현장] 사참위 "사찰에 가담한 71명 모두 수사 요청할 것"

등록 2020.01.08 15:50수정 2020.01.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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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등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관련 내용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관련 조사결과를 밝혔다. 사참위 문호승 진상규명국 소위원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사찰에 가담한 71명에 대해 전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참위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이틀 뒤인 2014년 4월 18일부터 약 6개월간 기무사로부터 유가족의 개인 정보를 35차례 가량 보고받았고, 이를 언론 대응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사참위에 따르면 기무사는 유가족의 핸드폰, 통장사본, 인터넷 물품 구매 내역, 포털사이트 활동 내역 등 각종 개인정보뿐 아니라, 진도 실내 체육관 내 유가족의 야간 음주실태 등 유가족들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비서실장 등에게 보고했다.

특히 사참위가 제시한 2014년 6월 비서실장 등에게 보고된 자료에는 "기무사에서 수시 비서실장에게 정보보고 제공 중, VIP(박근혜 대통령)께도 간접적으로 보고, 업무관련 정보보고는 정부수석에게도 제공 예정, 기무사령관 수시 청와대 방문"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이 보고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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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가 공개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사찰 내용. 네이버 닉네임과 개인 블로그, 통장내역, 어떤 야구팀의 팬이라는 것까지 자세하게 적혀있다. 해당 정보는 2014년 7월 8일 수집됐다. ⓒ 사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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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5일 비서실장 등 9명에게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기무사에서 수시 비서실장에게 정보보고 제공 중, VIP(박근혜 대통령)께도 간접적으로 보고, 업무관련 정보보고는 정부수석에게도 제공 예정, 기무사령관 수시 청와대 방문"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 사참위

 

사참위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 엄밀히 조사해야"

사참위는 "기무사 지휘부의 경우 민간인 사찰의 위법성과 직무 무관함을 인지하고도 진도를 담당하는 610부대, 안산 310부대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위기, 소란행위 등 특이 언동, 사생활,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지시를 받은 부대원들 역시 위법함을 인지하고도 신분을 위장하거나 정부원들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찰과 첩보 보고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였으며, 인적사항, 성향 등 민감 정보와 동향까지 인터넷 검색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파악하고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사참위 문호승 소위원장은 "이미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지만 기존 수사에서는 '기무사 지휘부가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혐의만을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지시한 상관이 가해자가 되고 부하가 피해자가 돼 실질적인 피해자인 유가족이 사라졌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기무사가 유가족을 불법 사찰해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추가 피해를 받았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치주의 국가에서 공무원에 대한 명령권자는 법률이지, 사람이 아니다. 상급자의 위법한 지시를 수행한 하급자는 상급자와 마찬가지로 법률을 위반한 것이므로 피해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참위는 "그간 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청와대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책임규명을 위한 보다 엄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기존 수사의 한계 또한 지적했다.

사참위는 "기무사가 수집한 사찰 정보는 청와대의 유가족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 및 진상규명 방해 등에 이용되었을 개연성이 있고 실제 유가족과 가족대책위원회는 각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집단', '빨갱이, 좌파' 등으로 갖은 비방, 모욕의 대상이 되어 왔는 바, 사찰과 이러한 피해 사이의 명확한 연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참위는 "그간 유가족들이 사찰이 의심되는 사례들을 접하고 사찰과 도감청의 우려로 인해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가족협의회 "수사요청 환영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요청에 환영의 의사를 밝히면서도 단순히 사찰에 가담한 관계자들이 국가폭력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만으로 처벌하는 것을 반대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사참위 기자회견 이후 같은 자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참위의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에 대한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한 수사요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족협의회는 "기무사와 박근혜 청와대의 불법 사찰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법률 체계상 이들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만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족협의회는 "모든 자유 민주 국가들이 인정한 피해자 인권에 의거해 세월호참사 피해자로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법적 책임의 부과를 요청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빨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사후 수습에 온 힘을 기울였어야 할 국가가 자식의 주검을 기다리는 부모를 감시하고 사찰했다"며 "이 중범죄를 국가폭력이 아닌 단순 직권남용과 업무 방해만으로 가볍게 처벌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사참위 #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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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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