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기후위기, 잘 살아보겠다는 가치를 뒤집어야"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8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기후위기로부터 대변혁" 강연

등록 2020.01.08 23:07수정 2020.01.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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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10년마다 세계 총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 전 세계 가장 부유한 1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해서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과두한 부의 재분배와 지역적인 공평성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가 8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공감홀에서 "기후위기로부터 대변혁"에 대해 강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날씨'와 '기후'부터 설명한 조 박사는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품'이다. 기분은 변화가 일어나는 게 너무나 정상이고, 성품은 지속되어야 하는 성격을 갖는다"며 "날씨가 30년 동안 평균이 된 게 기후다"고 했다.

"날씨는 변화를 해야 정상이다. 사막과 북극은 사시사철 날씨가 비슷하고, 그래서 농사도 안된다. 온대지방은 변화무쌍해서 농업 생산량도 높고, 사람이 많이 산다. 날씨는 궁극적으로 변화가 일어나야 정상이다. 성품이 활달한 분이 하루아침에 바뀌거나 차분하셨던 분이 말이 굉장히 많아졌다든지 하면 사람들은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고 한다. 지속되어야 하는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위험하다."

조 박사는 "자연 안에서는 날씨처럼 변화를 해야 하는 게 정상인 게 있고, 지속해야 정상인 게 있다. 여름철에 맑은 날이 계속 되면 폭염이 오고 가뭄이 계속 되면 사막이 된다. 단비가 계속 내리면 홍수가 난다. 같은 날이 계속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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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박사는 8일 저녁 경남도교육청 공감홀에서 "기후위기로부터 대변혁"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서울 한강과 파리 센강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준 조 박사는 "공간의 모습이 다르다. 한강은 고수부지라는 '여유지'가 있고, 파리는 강 바로 옆에 건물이 있다"며 "우리의 토목공학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다. 서울은 비가 여름철에 많이 내리지만 파리는 사철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강수량이 한 방에 내리느냐 1년 내내 내리느냐에 따라 건물도 달라진다"고 했다.

'그린란드 빙하'를 설명한 그는 "빙하기 때 온도의 폭이 컸다. 지금보다 10배 정도 재해성 날씨가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한 해 태풍 10개가 온다면"

"우리나라는 요즘 재해성 날씨인 태풍이 1년에 제대로 한번 올까 말까 한다. 그런데 한 해에 10개의 태풍이 온다고 하면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느냐. 농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박사는 "1만 2000년 전 쯤부터 지구의 온도가 안정이 되었고, 인간과 자연이 완전하게 조화로웠던 시기를 '홀로세'라고 한다"며 "그 때가 되니까 계절에 따른 식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고, 농업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농업을 하니까 안정적인 기후에서 문명이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문명은 안정된 기후 조건에서 이루어졌다"고 했다.

"1750년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후부터 사회경제가 많이 변했다. 1950년 세계 인구는 25억명이었는데 지금은 78억명이다. 50년 동안 3배 이상이 됐다. 50년 동안 세계 GDP는 10배 이상 성장했다. 비료 소비량과 물 사용량,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인간의 사회경제가 2차세계대전 이후에 엄청나게 팽창했다."

'온실가스 증가'를 우려한 그는 새우 양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몇 십년 전만 해도 새우가 흔하지 않았다. 새우는 주로 태국, 베트남 등 열대지방 연안에는 양식한다. 맹그로브 숲을 베어내고 양식장을 만들었다. 열대지방의 해안 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새우 수입을 다섯 번째로 많이 한다"고 했다.

조 박사는 "지구에서 온실가스가 없으면 큰일 난다.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아져서 문제다. 온실가스는 과잉이 되면 우리한테 독이 된다. 중요한데 너무 많아지게 되어 피해를 주는 것이다"고 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지적한 그는 "빙하기에서 만년 동안 자연 상태에서 지구 온도가 4도 상승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난 100년 동안 1도를 변화시켰다"며 "사람은 자연보다 빠른 변화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변화 속도를 못 따라가는 생물은 멸종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천호 박사는 "여기서 0.5도가 더 상승하면 지구는 회복력을 잃는다"며 "산업혁명 때보다 2도 상승하게 되면 회복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또 그는 "50억년 동안 지구는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며 "지금부터 2도가 올라가면 탄성력을 잃는다. 2도도 위험하다. 1.5도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

기후 변화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 조 박사는 "2005년부터 러시아에서 가뭄이 왔고 밀 생산이 줄어들어, 수출 금지 되었다. 러시아에서 밀을 수입하던 시리아에서 가격이 올라가면서 폭동이 났다. 난민이 생기고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러시아의 폭염 현상이 가뭄이 되고, 그것이 식량 부족이 되니까 엉뚱한 나라에서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위험으로 세계에 퍼져 있다"며 "만약에 지구 온도가 0.5도 올라가면 기근 인구는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인간 역사에서 배고픔, 가난에 시달린 적이 많았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먹을거리를 나누지 않고 전쟁을 일으켜 왔다"며 "사회적 불안정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전에 이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온실가스 때문에 지역간‧세대간 불평등이 있다는 것. 조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이익을 본 나라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고, 현재 피해를 보는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다. 기후 위기는 지역적 불평등 문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세대간 문제를 갖고 있다. 1.5도를 막아내지 못하면, 지금 어린 아이들은 할아버지 세대의 1/6 정도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밖에 없다. 세대간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GDP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 그는 "IMF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다. 지금 우리 보고 IMF 시기로 돌아가자고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잘 살겠다는 욕망을 버리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기후위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잘 살아 보세'라든지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자연을 경제 성장에 있어 착취의 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오늘날 위기는 거기서 온다"며 "경제 논리, 시장 논리로만 볼 게 아니다. 사회는 협력, 나눔, 돌봄, 연대를 해야 한다. 자연은 착취 대상이 아니고, 최우선으로 안전하게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다"고 했다.

조천호 박사는 "지금 우리의 삶의 가치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잘 살아보겠다는 가치를 반대로 대전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경제성장을 우선 순위로 하면, 사회는 좋아질지 모르지만 지구는 파멸의 단계로 들어간다. 모든 문제가 경제 성장만 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회는 '일회용품 현수막 없이' 진행되었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조천호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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