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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구매 왜 세금 공제해주나?"... 법인세 1조 4700억 감면의 속살

'투자 활성화·중소기업 지원' 위한 2020개정세법 뜯어보니... "시설투자 공제액 중 5천억원 대기업에 혜택"

등록 2020.01.09 20:10수정 2020.01.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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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경기 활성화해야 하는 건 맞지만, 기업들이 직원 노트북 사는 것까지도 정부가 세금 공제를 해줘야 하나."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 A)

"5G 기지국 투자 세액 공제 확대도 문제다. 기업들이 자기들 사업 하려고 시설을 짓는데 왜 국가가 세금 공제를 해주나. 통신 3사(SKT, KT, LG U+)를 콕 집어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 B)


정부·여당이 올해부터 새로 추진한 개정세법에 따라 향후 5년간 기업이 내야 할 법인세가 1조 4700억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정 취지로 내세운 '투자 활성화·중소기업 지원'의 방안으로 실효성이 있겠냐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주요 개정 내용인 '중소기업 접대비 공제 확대'는 생산적인 투자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고,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 공제 인상'은 대기업에 혜택이 쏠려있다는 것이다. 5년 누적 1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드는 중요 사안임에도 개정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국회 회의록에도 남지 않는 '소소위'에서 논의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6일 발간된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의 '2020년도 시행 개정세법의 주요 내용 및 심사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법 개정으로 2020~2024년까지 5년 동안 약 1조 4778억 원의 법인세가 감면될 것으로 추계됐다(기준연도 2019년 대비 해당 연도까지 증감한 누적세수를 산정하는 '누적법' 방식으로 계산).

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5년간 ▲ 중소기업 접대비 기본 공제 한도가 종전 2400만원 → 3600만원으로, 수입 금액별 적용률도 '100억원 이하'는 0.2% → 0.3%로, '100억~500억원 이하'는 0.1% → 0.2%로 올라 총 7108억원이, ▲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이 대기업은 1년 한시로 1% → 2%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2년 한시로 각각 3% → 5%, 7% → 10%로 올라 총 5797억원이, ▲ 5G 이동통신 시설 투자 세액 공제 확대로 총 378억원이, 기업의 세제 혜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됐다.

"기업 투자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에 효과 있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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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세법에 따라 향후 5년간 기업이 내야 할 법인세가 감소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pixabay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을 심사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복수의 여당 관계자들은 "경제성장률 하락 등 지난해 경제가 너무 좋지 않아 2020년부터 적용될 세법을 개정한 것"이라며 "기업 투자를 진작해 경제에 활력을 넣고 중소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된 취지"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 문제제기가 나온다. 기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8일 <오마이뉴스>에 "경제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당초 목적인 기업 투자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에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세액 공제 확대의 경우 공제율이 대기업 1%·중견기업 2%·중소기업 3% 포인트씩 올라 외관상 중견·중소기업을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공제 금액을 따져보면 (기재부가 예상한) 추가 공제액 5300억 중 무려 5000억이 대기업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또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항목이 애매한 것도 문제"라며 "공장을 자동화하거나 스마트 설비에 투자하는 걸 공제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직원들 노트북 사는 것까지도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항목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항목 자체가 범위가 넓고 모호하다. 정부에서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기업 접대비 한도 확대에 대해서도 "접대비 늘려주면 기업에서 식사하거나 접대하긴 더 편해지고 당장 돈이 풀리긴 하겠지만, 과연 지역이나 골목 상권으로까지 돈이 돌겠나"라며 "접대비 지출은 대부분 임원들이 하는데, 지역·골목상권이 아니라 다른 곳, 소위 '좋은 데' 가서 돈을 쓰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5G 이동통신 기지국 신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가 통신 3사(SKT, KT, LG U+)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되는 사안이고 특히 5G는 청와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기업들이 자신들 사업을 위해 기지국을 짓는데 왜 국가가 세금 공제를 하나"라고 비판했다.

5년간 1조 4700억의 법인세가 줄어드는 사안인데 여야 간사들간의 비공개 협의인 이른바 '소소위'에서 개정안 내용이 상당 부분 논의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소위란, 국회법에도 근거가 없는 국회 협상의 관행으로 공식 회의록조차 남지 않는다.

한 기재위 소속 관계자는 "막판 결정의 대부분은 소소위에서 얘기가 된 걸로 안다"라며 "관행이라고 해도 협의 기록도 남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법인세 감면 개정과 관련해 실질적인 법안 심사가 이뤄진 건 지난해 7월에 1번(17일 기재위 조세소위), 11월에 3번(13·27·29일 기재위 조세소위)이 전부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실 관계자는 "간사소위(소소위)도 조세소위 논의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법인세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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