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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이런 수업,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등록 2020.01.10 10:11수정 2020.01.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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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일이다. 초임 교사로 발령 난 나는, 5학년 1학기 사회 시간에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은 사람>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과 저울질하다가 고른 영상이었는데 살짝 지루한 감이 들어서 내심 걱정도 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우리반 아이가 도서관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림책을 들고 와 읽는 모습을 보고 아주 실패한 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교육학에 잠재적 교육과정(교육을 하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학습 결과가 발생하는 교육 과정)이란 용어가 있는데 나름 아이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안심하고 뿌듯해한 기억이 난다.

교육이란 건 그렇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에, 투입이 곧바로 산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로서 내가 하는 이 길이 최선인가 하는 의구심이 밀려올 때가 있다.

시간을 할애해 최대한 효과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노력해도 돌발 상황과 변수에 따라 또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 교육인 것 같다. 한 예로 딴에는 우리반 제자들에게 진로탐색의 경험과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진로교육에 열과 성의를 다했지만, 소감문에 한 아이가 아무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작성해서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창의성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교사의 의도와 학생들의 바른 성장이 일치한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번에 읽은 책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는 그런 면에서 하나의 길을 안내해주는 책이었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 마음을 여는 그림책 읽기. ⓒ 에듀니티

 
그림책 평론책인 것 같으면서 교단일기같기도 한 책을 읽어나가자니 교실 속 풍경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수업 내용을 녹취 후 기록했는지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그림책은 아이들의 기억과 삶에 스며들어 생기 있는 말들로 변주된다. 나도 이와 같은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똥>, <지각대장 존>, <무지개 물고기>, <돼지책>, <으뜸 헤엄이>, <까마귀 소년>, <장갑> 등등. 과거에 내가 읽어봤던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최은희 선생님은 그림책들을 고르고 골라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여러 발문과 함께 읽어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으면 경직됐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그림책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와아, 고소하다", "난 너무 착해서 탈이야", "쓸쓸해 보여요" 등등. 자신과 연결 지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강아지똥>을 읽으며 자존감을 되찾고, <무지개 물고기>를 읽으며 나눔의 기쁨을 깨닫는다. <돼지책>을 읽으며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고, <으뜸 헤엄이>를 읽으며 협동의 중요성을 느낀다. 그림책과 함께 아이들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것이다.

아이들만 성장하는가? 아니다. 최은희 선생님은 <지각대장 존>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교사 학생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는 것이 그림책 교육의 장점인 듯하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일은 나에게 즐거움 그 자체다. 아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이해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기대 본다면, 나야말로 진정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리라.'

나도 2011년에 1학년 아이들 6명을 맡으며 매주 수요일 돌봄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었다. 옹기종기 둥그렇게 앉아 그림책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던 그 시간들이 참 즐겁고 행복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진솔한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아이들의 가족 이야기, 상처, 꿈, 추억, 환경, 우정, 더불어 사는 삶, 희망, 용기 등등. 이 책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를 읽고 나니 그림책은 더없이 좋은 교육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3월에 만날 아이들과는 새롭게 그림책 읽기를 시작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75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 마음을 여는 그림책 읽기

최은희 지음,
에듀니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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