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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우리 아파트에서 이루어졌다

[아파트 회장 분투기 26] 포기를 모르는 '몸통'의 최후의 발악

등록 2020.01.14 09:50수정 2020.01.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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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지만 국민의 약 70%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적폐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험해보니 국가 적폐보다 마을(아파트) 적폐의 청산이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4년간 아파트 회장을 하면서 겪었던 파란만장한 경험과 성취한 작은 성공의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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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악하고 아둔한 사람들의 특징은 물러나야 할 때와 나서야 할 때를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적폐 세력의 '몸통'이 그렇다. 나의 첫 번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임기 2년 동안, 아니 한참 전부터였으니 10년 이상 그 '몸통'이 아파트에서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관리소장이 문서 작업뿐만 아니라 행정적 뒷받침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고, 회장 남기업을 물어뜯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는 다수의 동대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관리소장은 전과자가 되어 쫓겨났고, 자신과 자신의 충복들은 동대표가 아닌 일반 입주민이 되었으며, 더구나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 남기업과 함께하는 동대표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상황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숨죽이고 있을 텐데 놀랍게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나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고 괴롭히려 하였다. 대단한 집요함이다. 이런 까닭에 두 번째 회장 임기 때 나는 새로운 아파트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과 방어하는 일 두 가지를 병행해야 했다. 한마디로 일하면서 싸워야 했다.

2017년 10월 16일 두 번째 회장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새롭게 동대표가 된 사람들, 그러니까 내가 섭외해서 동대표가 된 사람들 모두에게 서류 봉투를 보내왔는데, 거기에는 내가 아파트에 큰 손해를 끼쳤다는 허위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 거짓 서류로 나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서류를 받아든 동대표들 모두는 어이없어했다. 그들은 '몸통'이 누군지, 그가 얼마나 거짓말에 능한지, 그리고 그가 우리 아파트에 끼친 해악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들은 기분 나빠했다. 그런 거짓말에 자기들이 넘어갈 것이라고 봤다는 것이, 몸통의 충복들과 자기들을 같은 수준으로 봤다는 것이 매우 불쾌했던 것이다. 이렇게 나의 리더십을 흔들어 놓으려고 했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또다시 나를 고소한 몸통

리더십 흠집 내기 작전이 통하지 않자 그는 고소 작전에 돌입했다. 고소 내용은 이러했다. 2017년 11월, 당시 우리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 서비스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것을 시정하고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법에 가담한 경비원을 조치해달라고 경비업체에 정당하게 요구한 일이 있었는데, 업체가 일절 응하지 않아 고심 끝에 계약 해지를 결정한 일이 있었다.

성실하게 근무하던 경비원은 소속 회사가 바뀌더라도 계속 아파트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계약이 해지된 경비회사와의 계약 기간이 1년이 약간 모자랐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것이다. 하여 우리는, 지급할 의무가 없는 퇴직금을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지급 가능하다는 고용노동부의 답변을 근거로 지급을 의결했다.

1년 '이상' 근무한 경비원에게는 경비회사를 통해서 퇴직금이 지급되지만, 1년 미만이기 때문에 아파트가 경비원에게 직접 지급했고, 당연히 경비원 통장에는 아파트 이름이 찍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못된, 계약이 해지된 경비회사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노동법상 피용인을 정당한 사유로 해고하려면 적어도 해고 1달 전에 해고 대상자에게 미리 통보해야 하는데, 그 경비회사는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해고 통보를 하지 않으면 결국 고용주는 1달 급여에 해당하는 '해고수당'을 해고 대상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러니까 경비회사는 우리 아파트 14명의 경비원에게 3000만 원 상당의 해고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손해를 아파트에 떠넘기려던 경비회사

큰 손해를 보게 된 경비회사는 우리 아파트로 연락해왔다. 우리 아파트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경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아는데, 그 퇴직금을 해고수당으로 지급하면 안 되냐고.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렇게 해서 그 경비회사는 꼼짝없이 해고수당을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 경비회사가 해고수당을 지급할 때 급여 지급과 달리 우리 아파트 이름으로 송금한 게 아닌가. 물론 경비원들은 퇴직금과 해고수당 입금자로 우리 아파트 이름이 찍혔지만, 하나는 아파트가 퇴직금으로, 또 하나는 경비회사가 해고수당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몸통'은 통장에 우리 아파트 이름이 두 번 찍힌 걸 보고 우리 아파트가 한 번 지급해도 되는 퇴직금을 두 번 지급했다고 나를 '배임죄'로 고소한 것이다. 당시 자기 매형이 우리 아파트에 경비로 근무했는데, 아마도 그 경비원의 통장을 보고 고소 거리를 찾은 것으로 보였다.

2018년 4월 어느 날 조사받으러 오라는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다. 이중지급, 즉 배임이 아니라는 것을 몸통도 알지만, 나를 괴롭힐 목적으로 고의로 고소한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피고소인으로, 또는 고소인으로 20여 차례 출두해서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일인지 모른다. 특히 피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려면 고소 내용 자체를 부인만 해서는 안 되고 증거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그 증거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자료를 준비해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분위기를 보니 나를 조사했던 경찰도 몸통이 혐의가 되지 않음에도 고의로 고소했다고 여기는듯했다. 하여 나는 생각 끝에 그를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그러나 무고죄 고소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되었다. 무고의 의도를 가지고 고소한 것을 엄히 처벌하면 고소·고발 사건이 크게 줄어 사법당국도 좋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립무원이 된 몸통

아무튼 그는 포기를 모르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마도 같이 동대표 활동을 했던 사람들밖에 없어 보였다.

우리 입주자대표회의는 그가 관리비를 불법적으로 쓴 돈을 회수할 목적으로 민사소송(손해배상) 진행을 위해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았다. 1680세대 중 무려 1239세대(참여율 73.8%)가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놀랍게도 1222세대가 찬성했다. 98.6% 찬성률! 아파트 전체에 그의 불법적 행위가 다 알려졌고, 결과적으로 아파트에서 그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뿐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의는 그의 불법적 관리비 집행을 '횡령죄'로 고소했고, 이 사건은 검찰로부터 벌금 50만 원 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유무죄를 다퉈보겠다고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나는 검사 측 요청으로 조만간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는 민사·형사소송의 피고로 방어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른 길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가 우리 아파트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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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토지공개념과 기본소득, 그리고 통일을 염두에 둔 대안 국가모델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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